중국 5월 수출 전면 중단·호르무즈 봉쇄 겹치며 칠레·콩고 생산 최대 32만5000t 차질 우려
골드만삭스 "공급 과잉에도 올해 평균 t당 1만2650달러 유지"… 트랙시스 "2~3년 내 1만5000달러"
골드만삭스 "공급 과잉에도 올해 평균 t당 1만2650달러 유지"… 트랙시스 "2~3년 내 1만5000달러"
이미지 확대보기구리 제련의 핵심 원료인 황산(硫酸) 공급망이 중국의 수출 중단과 중동발 물류 충격이라는 두 겹의 악재를 동시에 맞으면서, 세계 최대 생산국 칠레와 콩고민주공화국의 생산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호주 광산 전문매체 '마이닝 오스트레일리아(Mining Australia)'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이 같은 구조적 위험을 심층 분석했고, 24일 현재 구리 선물가격은 COMEX(뉴욕상품거래소) 기준 파운드당 약 600달러, 톤당 1만3228달러(약 1956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구리 1t 생산하는 데 황산 1.5~2t 소모
세계 구리 생산의 약 20%는 용매추출-전해채취(SX-EW) 공정을 통해 이뤄진다. 산화구리 광석에 황산을 부어 구리 이온을 녹여낸 뒤 전기분해로 순수 구리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구리 1t을 생산하는 데 황산 1.5~2t이 소모된다. 캐나다 광산기업 아이반호 마인즈(Ivanhoe Mines)의 로버트 프리드랜드 공동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전 세계 해상 유황 공급의 약 50%가 차단된 것"이라며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용 화학 물질인 황산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세계 구리 생산 전체에 2차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산은 구리·아연 제련 과정의 부산물로 일부 조달되지만, 중동의 석유·가스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유황이 핵심 원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초 t당 464위안(약 10만465원) 수준이던 황산 가격은 올 초 1045위안(약 22만6232원)까지 두 배 이상 뛰었다. 에코핀에이전시(EcofinAgency)는 칠레에서 황산 가격이 한 달 사이 44%나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동 지역이 전 세계 유황 생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S&P 글로벌은 아프리카가 2025년 유황 수입의 약 48%를 중동에 의존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희망봉 항로는 배송 기간을 25~30일 늘리고 t당 물류비를 50~100달러(약 7만3970~14만7940원) 끌어올린다.
여기에 중국발 충격이 겹쳤다. 오는 5월 1일부터 중국이 황산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 중국 무역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중국이 칠레에 수출한 황산은 3만1870t이었으나 지난달에는 0t으로 떨어졌다.
전년 같은 달 15만1268t과 비교하면 사실상 완전 단절이다. 글로벌 원자재 분석 전문매체 아거스미디어(Argus Media)는 이 규제가 2026년 내내 지속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거스의 황산 담당 편집장 사라 말로는 "중국의 수출 중단이 연간 내내 이어진다면 칠레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가격 충격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콩고, 재고 소진 임박… 최대 32만5000t 생산 공백 경고
황산 공급 붕괴의 직격탄을 맞는 나라는 칠레와 콩고민주공화국이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보도한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칠레는 SX-EW 공정용 황산의 약 3분의 1을 지난해 중국에서 조달했다.
연간 수입량만 100만t을 웃돈다. 중국이 수출을 연간 내내 중단할 경우 칠레 구리 생산에서 최대 20만t의 차질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세계 공급량의 약 1%에 해당한다.
현재 구리 가격 기준으로 약 26억4560만 달러(약 3조913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이다.
업계에서는 국영 코델코(Codelco)는 자체 황산 공급원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반면, 민간 광산기업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는 황산 조달 취약성이 가장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콩고민주공화국 사정은 한층 더 급박하다. 골드만삭스는 "현지 구리 업체들은 통상 2~3개월치 황산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공급 지연이 오는 6월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약 12만5000t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공급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아이반호 마인즈 카모아-카쿨라 복합단지의 1분기 구리 정광 생산량은 6만 1906t으로, 전년 같은 기간 13만 3120t에서 54% 급감했다.
아이반호는 이를 반영해 연간 생산 목표를 기존 38만~42만t에서 29만~33만t으로 대폭 낮췄다.
글렌코어(Glencore)와 카자흐스탄의 유라시안리소시스그룹(Eurasian Resources Group)은 카모아-카쿨라 제련소가 생산하는 황산을 구매하는 고객사로 알려졌다.
칠레의 20만t과 콩고의 12만5000t을 합치면 최대 32만 5000t, 세계 구리 공급의 약 1.5%가 위협받는 셈이다.
"공급 과잉에도 가격은 견조"… 세계 최대 광산기업도 실적 낮춰
겉으로 보면 구리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전 세계 구리 공급 과잉 규모를 49만t으로 보면서도, 평균 가격 전망을 t당 1만2650달러(약 1870만 원)로 유지했다.
공급망 안보 리스크가 단순 수급 균형을 넘어서는 프리미엄으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각) 실적을 발표한 세계 최대 구리 광산기업 프리포트-맥모런(Freeport-McMoRan)은 1분기 순이익이 8억 8100만 달러(약 1조3030억 원)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Grasberg) 광산의 생산 차질을 이유로 2026년 구리 판매 전망을 31억 파운드로 낮췄다.
1분기 기준 구리 평균 실현가격은 파운드당 5.78달러로, 올해 사상 최고치인 파운드당 6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원자재 유통업체 트랙시스의 마크 크리스토프 최고경영자(CEO)는 "구리 가격은 2~3년 안에 t당 1만5000달러(약 2220만 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산 공급 불안이 일시적인 지정학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13~1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세스코(CESCO) 구리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중국의 황산 수출 금지와 중동 분쟁이 겹치면서 불과 몇 주 앞을 내다보기조차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고 패스트마켓(Fastmarkets)이 보도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