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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지지율 65.6% '침공 후 최저'… 경제 역성장·인터넷 통제가 민심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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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지지율 65.6% '침공 후 최저'… 경제 역성장·인터넷 통제가 민심 뇌관

7주 연속 하락 속 지난해 12월 대비 12포인트 급락
종전 기대 무산에 불만 가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전쟁 5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국내총생산(GDP) 역성장이라는 경제 충격에 고강도 인터넷 통제까지 더해져 러시아 국민의 불만이 임계점을 향해 쌓이고 있다. 미국 AP통신은 지난 25일(현지시각) 러시아 내부 민심 이반의 구조와 배경을 심층 분석한 기사를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전러시아여론연구소(VTsIOM)가 지난 24일(현지시각)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65.6%로 7주 연속 하락하며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말 77.8%에서 4개월 사이에 12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이다. 신뢰도 역시 71%로 내려앉았다. 침공 직전인 2022년 2월 64.3%이던 지지율은 전쟁 직후 80% 안팎으로 치솟아 대부분의 전쟁 기간 동안 75% 이상을 유지해 왔다.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도 지난해 10월 85%이던 지지율이 올해 3월 80%로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다만 광범위한 반정부 활동 탄압을 감안할 때, 응답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실제 생각을 솔직히 밝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분석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인스타그램 3000만 뷰 돌파… '대통령도 모르는 진실' 들고나온 인플루언서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의 도화선은 뜻밖의 공간에서 당겨졌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360만 명을 보유한 러시아 인기 방송인 빅토리아 보냐(Victoria Bonya)가 19분짜리 영상을 올린 것이다. 현재 모나코에 거주하는 보냐의 영상은 공개 후 3000만 뷰를 웃돌았다.

보냐는 영상에서 "저는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지방 관리들의 실정, 인터넷 통제, 중소기업 붕괴 등 많은 진실을 대통령이 알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지금 벼랑 끝에서 울부짖고 있다.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계속 빼앗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상은 다른 러시아 인플루언서들의 유사 발언으로 이어졌고, 일부는 이후 삭제됐다.

크렘린도 이례적으로 공개 반응을 내놓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해당 영상을 봤으며, 언급된 문제들에 관해 이미 많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산당 대표 게나디 주가노프는 의회 연설에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1917년 볼셰비키혁명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친크렘린 성향 군사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디지털 감옥'과 전시 경제 이중 압박… 종전 기대마저 실종


민심 이반의 두 축은 인터넷 통제와 경제 악화다. 러시아 전역에서는 지난해 봄부터 휴대전화 인터넷 차단이 주기적으로 단행됐다.

당국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차단이 목적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메신저 앱 왓츠앱과 텔레그램,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도 잇따라 차단됐다.

대신 크렘린은 자체 개발 메신저 앱 '맥스(Max)'를 보급하고 있는데, 보안 전문가들은 이 앱이 국가 감시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차단 조사기관 탑10VPN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러시아의 인터넷 차단 누적 시간은 3만 7166시간에 달했고, 1억 4600만 명에 이르는 사실상 전 국민이 영향을 받았다. 하루 평균 63개 지역에서 제한이 가해졌다.

경제도 심각한 내리막이다. 러시아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1월에만 2.1%, 2월에는 1.5% 각각 감소했다.

2023년 이후 첫 역성장으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4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15%에서 14.5%로 0.5%포인트 낮추면서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5~1.5%로 유지했다.

마심 레세트니코프 경제부 장관은 최근 "경제의 여력이 상당 부분 소진됐다"고 인정했다. 레바다센터 소장 데니스 볼코프는 "경제 문제가 불만 확산의 핵심 동력"이라며 "생활이 힘들어지면 그것이 여론조사 수치에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종전 기대 실종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킹스칼리지런던 러시아정치학 교수 샘 그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평화협상 기대감이 높아졌고, 크렘린도 이를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그 실망감이 고스란히 푸틴의 지지율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통제력은 건재, 그러나 현상 유지 비용은 계속 오른다"


그렇다고 푸틴 체제의 붕괴 조짐으로 보는 시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찾기 어렵다.

마야크인텔리전스의 러시아 정치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는 "이 모든 흐름이 푸틴 통치의 임박한 종말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상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된 반대 세력이 없고 보안 기구에 대한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근거다.

볼코프 소장도 "지지율이 매우 높은 지점에서 하락하는 것이며, 그 속도도 빠르지 않다"며 "지금은 길고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과장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푸틴의 전 연설문 작가 출신 정치분석가 아바스 갈랴모프는 이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봤다.

그는 "유명 인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며 "정치에서 힘의 감각은 내가 지지하는 입장을 공유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와 깊이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5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에서 민심의 추는 조용하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

경제 회복의 실마리도, 종전의 기약도 보이지 않는 지금, 그 움직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