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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잠전 '판' 바꾼 600kg 무인기 '캡스톤'… K-방산, '하드웨어' 집착 버려야 승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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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잠전 '판' 바꾼 600kg 무인기 '캡스톤'… K-방산, '하드웨어' 집착 버려야 승산 있다

영국 '캡스톤' 성공이 던진 경고장… 유인 헬기 시대의 종말
네트워크가 곧 무기… '플랫폼 제조사'에서 '통합 솔루션'으로 체질 개선 시급
영국해군의 무인 헬기 '캡스톤'. 사진=세르토에어로스페이스이미지 확대보기
영국해군의 무인 헬기 '캡스톤'. 사진=세르토에어로스페이스
현대 해전의 패러다임이 '플랫폼 성능'에서 '연결성과 지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영국 왕립해군(Royal Navy)이 지난 223(현지시각) 키빌 비행장에서 '캡스톤(CAPSTONE)' 무인 헬기 시험은 유인 플랫폼 중심의 해군 전략에 큰 경종을 울렸다.

27일 인도밀리터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시험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해군 전력 운용의 근본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K-방산 생태계 변화를 읽는 3대 핵심 지표.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K-방산 생태계 변화를 읽는 3대 핵심 지표. 도표=글로벌이코노믹

'하늘 위의 사령관'… 판 뒤흔든 600kg의 반란


세르토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600kg급 무인 헬기 캡스톤은 대잠전(ASW)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이 기체는 수직 이착륙(VTOL)과 동축 반전 로터 설계를 갖췄다. 최대 300kg의 화물을 싣고 10시간 이상 비행하며, 핵심은 '연결성'이다.
캡스톤은 스타링크 위성 통신을 통해 대륙을 넘나드는 초장거리 통신을 구현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UYS-506 음향 프로세서를 탑재해 유인 헬기 '멀린'과 동일한 수준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과거 무인기가 통신 거리 제한에 묶여 근거리 정찰에 그쳤다면, 이제는 위성망을 타고 전 세계 어디서든 대잠 작전을 수행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할이다. 캡스톤은 최전선에서 적을 타격하는 '킬러'가 아니라, 수많은 드론과 센서를 통제하는 '항공 지휘관'으로 기능한다. 공격 헬기가 직접 적의 화망으로 뛰어드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후방에서 데이터를 취합하고 작전을 수정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의 핵심 사령탑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는 인명 피해를 줄이면서 작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저비용 고효율' 전략의 정점이다.

현대 해전의 패러다임이 '플랫폼 성능'에서 '연결성과 지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현대 해전의 패러다임이 '플랫폼 성능'에서 '연결성과 지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K-방산, '플랫폼 제조'에서 '통합 네트워크'로 도약해야


이번 변화는 세계적 수준의 유인 플랫폼(함정·항공기) 생산력을 갖춘 한국 방산 업계에 뼈아픈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하드웨어 제조 역량에서는 정점에 도달했으나, 위성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의 핵심인 AI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통합 역량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는 단일 기체 수출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군집 드론과 센서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통합 작전 패키지' 수출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드웨어의 강점에 디지털 주권을 더하지 못하면, 미래 방산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는 어렵다.

시장 참여자가 챙겨야 할 체크리스트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는 다음 세 가지 지표를 통해 방산 기업의 생존력을 가늠해야 한다.

첫째, 방산 기업의 MUM-T(유무인 복합체계) 수주 규모다. 하드웨어 생산 능력보다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통합 기술력이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다.

둘째, 위성 통신망 보안 기술력이다. 스타링크 등 민간 위성망이 군 작전의 혈관이 됨에 따라, 보안 기술 관련 기업들의 중요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셋째, 대잠수함전(ASW) 예산의 배분 구조다. 고가 플랫폼 구매 비중은 줄고, 센서와 데이터 처리 등 '소프트 파워' 관련 예산이 늘어나는 기업이 진짜 승자다.

미래 공중전은 개별 기체의 파괴력이 아니라, 전장을 네트워크로 얼마나 정밀하게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다. 캡스톤의 비행은 무인 헬기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전장의 사령관으로 등극했음을 알리는 서막이다. K-방산이 하드웨어의 성공에 취해 '연결의 전쟁'을 외면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는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