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해군, 차세대 군수함 설계 韓에 맡겼다… MRO 넘어 군함 건조로

글로벌이코노믹

美 해군, 차세대 군수함 설계 韓에 맡겼다… MRO 넘어 군함 건조로

한화·삼성重, 美 해군 신조 설계 수주… 韓·美 조선 동맹 '1050억 달러 투자 공약' 현실로
중국, 한화 미국 법인 제재 발동했다 1년 유예… 韓 조선업 '지정학 리스크' 현실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한화는 좋은 회사라며 미 해군 차세대 호위함 건조 협력 파트너로 직접 거명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올해 4월 초 한화 방산 미국 법인과 삼성중공업이 나란히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 설계 계약을 수주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한화는 좋은 회사"라며 미 해군 차세대 호위함 건조 협력 파트너로 직접 거명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올해 4월 초 한화 방산 미국 법인과 삼성중공업이 나란히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 설계 계약을 수주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한화는 좋은 회사"라며 미 해군 차세대 호위함 건조 협력 파트너로 직접 거명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올해 4월 초 한화 방산 미국 법인과 삼성중공업이 나란히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 설계 계약을 수주했다. 한국 기업이 미 해군 군함 신조 설계에 공식 참여한 첫 사례다. 미국이 자국 함대 재건을 위해 한국 조선소를 전략 파트너로 공식화하는 순간이었다.

'20년 정비 적체'… 미국이 한국 문 두드리는 이유


미국의 선택은 절박함에서 나왔다. 2026년 현재 미 해군 함정은 290척에 머물러 있지만, 중국은 2030년까지 435척으로 증강한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미국 스스로 390척 목표는 2054년에야 달성 가능하다고 인정한 상황이다. 건조 역량 격차는 더 뼈아프다. 미국의 군함 건조 비용은 한국의 6, 건조 기간은 7배에 달한다. 전 세계 조선 건조량에서 미국의 비중은 0.04%에 불과하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 해군이 정비 일정에서 이미 20년 이상 뒤처져 있다고 분석했다. 20252월 미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도 "인프라·인력 부족으로 긴급 수리조차 못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동맹국 조선소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함대 재건이 불가능한 구조적 위기다.

미국의 응답이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다. 한국이 1050억 달러(155조 원) 규모 투자를 약속한 이 계획은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카드로 활용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 해외 조선소 활용 가능성을 조사하는 연구개발 자금 185000만 달러(27300억 원)를 편성했다. 미 해군과 해병대의 2026 회계연도 예산 요청액은 총 2922억 달러(431조 원)이며, 이 가운데 함정 건조 예산 474억 달러(70조 원), 함정 유지보수(MRO) 예산은 162억 달러(23조 원)에 달한다.

한국 조선 빅3, MRO 넘어 신조 설계까지 진입


한국 조선업계는 빠르게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으로부터 MRO 계약 3건을 수주해 부산·진해에서 함정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에는 미 7함대 사령관 패트릭 해니핀 중장을 비롯한 미 해군 고위급 10여 명이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스마트야드 생산 설비와 잠수함·수상함 건조 능력을 점검했다. 미 해군연구청 계약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와 함께 군함 생존 가능성을 실시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한화 방산 미국 법인과 삼성중공업이 NGLS 개념 설계에 동시 참여하는 계약을 맺으며 빅3가 모두 미 해군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규모인 대덕연구센터 400미터 상업용 시험 수조의 선형 설계 기술을 투입하고, 샌디에이고 주립대에 설립한 연구센터를 활용해 NASSCO와 기술 협력을 진행한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 기술 업체 앤듀릴(Anduril)과 무인수상정(USV) 설계·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자율항법 자회사 아비쿠스(Avikus)의 통합 AI 항법 솔루션을 탑재한 자율 군함 개발에 나섰다. 앤듀릴 관계자는 미 해군이 원하는 것은 규모이고, 그것이 HD현대를 파트너로 택한 이유라는 취지로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고부가 선박과 군함 분야에서 건전한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SIS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조선업이 비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자동화·디지털 전환으로 기술 집약 산업으로 전환했다며 "·미 조선 협력 확대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 보복 현실화… '지정학 리스크'의 두 얼굴


기회가 클수록 리스크도 명확해졌다. 지난해 10월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내 5개 자회사에 대해 중국 기업·개인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제재를 발동했다. 한화 필리 조선소, 한화오션 USA 인터내셔널 등이 포함된 첫 번째 대한국 기업 직접 제재였다. 미국 국무부는 이를 "무책임한 행위이자 한·미 조선 협력을 흔들려는 중국의 오랜 강압 패턴"이라 비판했다.

이후 미·중 무역 휴전 분위기 속에 중국은 해당 제재를 1년간 유예했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오션 미국 법인과 중국 간 실질 거래가 없어 즉각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 조선업계는 MASGA 협력이 심화될수록 중국의 추가 보복 카드가 언제든 재가동될 수 있다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산 기자재 의존도를 낮추는 대체 공급망 확보가 시급하며, 중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거점에서의 부품 현지 조달 비율을 높여 지정학적 통제권에서 벗어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일본과의 경쟁 구도도 격화되고 있다. 일본 최대 조선사 이마바리 조선이 함정 건조 특화 업체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합병을 발표했다. 스팀슨센터 한·일 조선 협력 태스크포스는 올해 13월 정책 협의를 거쳐 "··3국 조선 협력 심화가 인도·태평양 안보의 분수령"이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태스크포스 결과를 앞세워 협상 우위를 노릴 경우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 당장 챙겨야 할 체크포인트 3가지


이 시장의 실질적 규모와 지속성을 판단하려면 세 가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첫째, 미 의회의 반스-톨레프슨 법 개정 여부다. 현행법은 미 해군 함정을 원칙적으로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2월 동맹국 조선소 참여를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 시점은 불투명하다. KIDA 권남연 연구위원은 CSIS 보고서에서 "법 개정이 동반되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안이 통과되는 순간 시장 규모는 MRO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미 해군이 앞으로 30년간 연평균 358억 달러(52조 원)를 신조 함정 건조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둘째, 중국의 추가 경제 보복 가능성이다. 한화오션 사례처럼 한·미 협력 심화는 중국 제재 리스크와 직결된다. 한국 조선사들이 중국산 소재·기자재 의존도를 얼마나 빠르게 줄이느냐에 따라 노출 강도가 달라진다.

셋째, 도크 용량과 숙련 인력 확보 속도다. CSIS7함대 MRO 물량조차 한··싱가포르 세 나라가 나눠 가지는 현실을 들어 "도크 과부하와 인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MRO는 부업에 머문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와 조선사들이 2026년 중 미국 내 '마스터 아카데미' 2곳 개설을 통해 현지 숙련공 양성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 해군이 차세대 군수함 설계를 한국 조선소에 처음 맡겼다는 사실 자체가 전략적 신뢰의 방증이다. 그러나 법적 제약, 중국 보복, 일본과의 경쟁이 중첩된 이 판에서 한국 조선업의 몫은 결국 의회 법안 통과 속도와 공급망 재편의 완성도가 결정할 것이다. 투자자라면 법안 통과 시점과 공급망 재편 속도라는 두 가지 핵심 지표의 변동성을 면밀히 추적하며, 관련 기업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