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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車 美서 사라지나…관세에 외국차 ‘철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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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車 美서 사라지나…관세에 외국차 ‘철수 경고’

USMCA 흔들리면 생산·판매 불가능…“소형차 이미 적자”
스바루가 생산한 차량들이 지난 2017년 5월 30일(현지시각)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스바루가 생산한 차량들이 지난 2017년 5월 30일(현지시각)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정책과 북미자유무역협정 재검토가 맞물리면서 외국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 차량을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격 부담 완화를 강조해온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유지되지 않거나 관세 부담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저가 모델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저가차 구조 붕괴”…관세 25%가 핵심 변수

WSJ에 따르면 닛산, 현대자동차, 도요타 등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소형·저가 차량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다. 반면 미국 디트로이트 업체들은 이미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꾼 상태다.

문제는 공급망이다. 혼다 시빅, 도요타 코롤라 같은 차량은 미국에서 생산되지만 부품은 북미 3국에 걸쳐 공급된다. 기존 USMCA 체제에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무관세가 적용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는 비미국산 부품 비중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기존 구조를 흔들고 있다. 협정 자체를 폐기하거나 재협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저가 모델 이미 적자”…철수 현실화 가능성


업계는 현 관세 체제에서는 저가 차량 사업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외국 완성차 업체 단체 ‘오토스 드라이브 아메리카’의 제니퍼 사파비안 최고경영자(CEO)는 “3국 협정이 제공하는 규모와 안정성이 없다면 미국 소비자를 위한 저가 차량 생산은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닛산 아메리카스의 크리스티앙 뫼니에 회장도 “관세가 저가 차량을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저가 신차 상당수는 이미 외국 브랜드다.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미국 내 최저가 차량 10종 중 8종이 외국 업체 모델이다.

대표적으로 멕시코 생산 닛산 센트라는 2만2600달러(약 3333만원), 한국에서 수입되는 현대차 베뉴는 2만550달러(약 3031만원) 수준이다.

◇ 평균 신차 가격 5만달러…정책과 충돌


현재 미국 평균 신차 가격은 약 5만달러(약 7375만원)로 이미 많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큰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저가 차량 철수는 물가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백악관은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을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는 높은 인건비와 관세까지 겹치면 저가 차량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토요타 북미 판매 책임자인 데이비드 크리스트는 “수십억달러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 “관세 일부 유지 가능성”…협정 재협상 변수


미국 정부는 재협상된 USMCA에서도 일정 수준의 관세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부품을 제한하고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조건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일본자동차공업회(JAMA) 측은 “협정 연장이 소비자 선택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협정 재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 자동차 시장의 가격 구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저가 차량이 줄어들 경우 소비자 선택지는 축소되고 전체 차량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