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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에 ‘슈퍼카’ 엔진 멈추나… 기유값 100% 폭등에 공급망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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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에 ‘슈퍼카’ 엔진 멈추나… 기유값 100% 폭등에 공급망 붕괴 위기

중동 전쟁 여파에 핵심 원료 수급 차단… 한 달 내 글로벌 재고 바닥 우려
미국 내 공급 44% 직격탄… 1475원 환율 압박에 국내 정비 물가 비상
맥라렌 차세대 슈퍼카 '아투라 스파이더' .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맥라렌 차세대 슈퍼카 '아투라 스파이더' .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유와 천연가스를 넘어 고성능 자동차산업의 필수 소재인 '기유(Base Oils)' 시장까지 집어삼키며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와 에너지 가격 평가 전문 기관 아거스 미디어는 1일(현지시각),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슈퍼카와 고급 승용차에 필수적인 고성능 윤활유 공급망이 유례없는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극한의 엔진 환경을 견뎌야 하는 고품질 그룹 III(Group III) 기유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유럽 시장에서만 100% 가까이 폭등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동발 기유 공급망 마비… 전 세계 재고 ‘30일 시한부’ 경고

현재 글로벌 윤활유 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산업 전반에 쓰이는 기초 소재인 기유의 고갈이다.

아거스 미디어의 가브리엘라 트와이닝 기유 부문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은 물류 차단 상태가 한 달만 더 지속된다면 전 세계적인 기유 재고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단순히 원료 부족을 넘어 완제품 윤활유 생산 자체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초고성능 슈퍼카 엔진은 1분당 회전수(RPM)가 높고 내부 마찰열이 극심해 그룹 III나 합성유인 PAO(폴리알파올레핀) 기반의 고급 기유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공급 지표는 최악의 상황을 가리키고 있다. 유럽 지역의 경우 전체 그룹 III 기유 수입량의 72%를 중동발 물량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전체 공급량의 44%가 페르시아만 노선을 통해 들어오고 있어 봉쇄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카타르 생산 시설 타격에 물류 대란… 2027년까지 수급 불균형 지속


물리적 타격에 따른 공급 차질도 가시화하고 있다. 카타르에 위치한 셸(Shell)의 펄(Pearl) 가스액화연료(GTL) 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요 생산 기업들은 이미 고객사들에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고 공급 중단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 독립윤활유제조협회(ILMA)는 지난달 8일 성명을 통해 기유 시장의 수급 불안이 최소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홀리 알파노 ILMA 최고경영자는 “한국 정유사들마저 원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중동을 대체할 공급선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허리케인 시즌에 접어들면서 멕시코만 인근의 정유 시설까지 위협받게 된다면, 기유 시장은 회복 불능의 ‘퍼펙트 스톰’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고유가 이중고… 수입차 정비 비용 ‘물가 전이’ 불가피


국제 기유 가격의 폭등은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되어 국내외 운전자들의 지갑을 압박할 전망이다.

2일 현재 적용 환율인 1달러당 1475원을 기준으로 환산할 때, 국제 시장에서 100% 폭등한 기유 단가는 국내 수입 가격에 막대한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트와이닝 책임자는 “누군가는 이 역사적인 가격 상승분을 지불해야 하며, 이는 결국 최종 단계인 완제품 윤활유 구매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에너지 안보의 사각지대에 있던 기유 시장이 중동 전쟁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동차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성능 기유의 세계적 생산국인 한국조차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하는 등 방어적 태세를 취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은 대체 기유 개발과 항로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겠으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환율 기조가 꺾이지 않는 한 고성능 차량을 소유한 독자들의 정비 부담은 당분간 가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