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전 방위상 "미국 과부하 시대 끝"…한·일·호·필 역할 분담 공개 선언
5월 서울 → 6월 방위상 방한·캠프 험프리스 시찰…11년 만의 한국 본토 회담
5월 서울 → 6월 방위상 방한·캠프 험프리스 시찰…11년 만의 한국 본토 회담
이미지 확대보기한·일 양국이 추진하는 이번 제도화 움직임은 단순한 양자 외교를 넘어 한·일·호주·필리핀을 잇는 인도·태평양 소다자 안보 네트워크의 공식 출범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이달 중순 서울 2+2, 골든위크 이후 최종 조율 완료
지지통신과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13일 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일 양국이 기존 국장급에 머물던 외교·국방 '2+2' 협의체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서울에서 첫 회의를 여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5월 초 개최가 거론됐으나 일본의 골든위크 연휴 이후 실무 협의를 거쳐 이달 둘째 주(12~13일)로 일정이 압축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측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차관과 가노 고지 방위심의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은 현재 미국·영국·호주 등 9개국과 장관급 2+2를 운영 중이다. 유독 한국과만 국장급에 머물러 왔다. 일본 외무성은 수년간 차관급 격상을 요청해 왔으나 역사 문제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회의에서 양측은 북한 핵·미사일 대응, 이란발 호르무즈 봉쇄 위협, 우크라이나 전황 등 3대 공통 안보 현안에서의 대미(對美) 공조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격상의 출발점은 올 1월 일본 나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간 첫 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은 전략적 협력 중요성에 의견을 같이하며 안보협력 채널 강화를 직접 지시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협의체 격상을 계기로 공동훈련 확대, 자위대-한국군 간 군수 지원 협력(ACSA 체결 검토), 정보공유 심화 등 실질 군사 협력 방안도 함께 모색할 방침이다.
6월 말 방위상 방한·캠프 험프리스 시찰…한국 본토 회담 11년 만
6월에는 방위장관 회담도 열린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6월 28~29일(잠정 일정) 한국을 방문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회담한다. 제3국이 아닌 한국 본토에서 열리는 양국 국방장관 회담은 약 11년 만이다.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의 첫 방한이기도 하다.
확정된 일정은 아니지만, 6월 28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 후, 29일에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 등 주한미군 기지와 군사시설을 직접 시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올 2월 일본을 찾아 고이즈미 방위상과 상호 방문 정례화에 합의한 바 있으며, 이번 방한은 그 첫 번째 이행이다.
아사히와 요미우리 보도에 따르면, 이에 앞서 5월 말(5월 29~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에서 한·일 국방장관이 사전 조율 자리를 갖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어, 방한 전부터 양국 방산 협력의 구체적 의제가 수면 위로 오를 전망이다. 이달 2+2 회의 직후에는 한·미·일 3자 안보 회의(DTT) 차관급 연계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과부하 시대 끝"…고노 발언, 소다자 안보망 재편의 신호탄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미국의 전략 재편과 일본 내 인식 변화가 맞물려 있다. 고노 다로 전 방위상(현 자민당 국제국장)은 지난달 30일 CNBC 인터뷰에서 "일본은 미국에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맡겨 왔다"고 공개 인정했다. 그는 "이제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싱가포르가 어깨를 나누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나온 발언인 데다, 전임 외무장관·방위장관을 지낸 자민당 중진의 입에서 나온 말인 만큼 무게가 남다르다.
미 국방부 콜비 정책차관도 올 1월 방한·방일 순방에서 2026년 국가방위전략(NDS)이 내건 '제1도련선 거부적 억지'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한·일 양국을 명시했다. 서울이 국내총생산(GDP)의 3.5%, 도쿄가 2% 이상을 국방비로 확대하겠다는 공약 이행이 전략의 전제임을 강조했다. 채텀하우스는 올 3월 보고서에서 "미국의 새 안보 전략이 역내 동맹국에 더 큰 부담 분담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자율화 흐름이 인도·태평양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내 일부에서는 역사 문제와 대중(對中)·대북(對北) 관계를 고려해 일본과의 안보협력 심화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기류도 있다. 더 디플로맷은 올 2월 분석에서 "양국이 지향하는 것은 상징적 교류가 아니라 실질적 운용 수준의 협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서울의 대중(對中) 외교 공간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협력의 속도와 범위를 가를 변수라고 짚었다.
이번 한·일 방산협력 제도화의 성패를 가늠할 지표는 세 가지다. 이달 2+2 회의에서 군수 지원(ACSA) 협정 추진이 의제로 확정되는지, 6월 방위상 방한 때 공동훈련 로드맵이 구체화되는지, 그리고 한·일·호·필 소다자 협의체가 연내 공식화되는지다. 소다자 안보망의 법적 형태와 운용 범위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한국의 전략 자율성 공간도 달라진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