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독일 등 '미국식 표준' 회귀 가속화… '유럽 독자 노선' 붕괴 조짐
K-방산, '가성비·신속 공급' 틈새시장 공략과 NATO 호환성 확보 '이중 과제'
K-방산, '가성비·신속 공급' 틈새시장 공략과 NATO 호환성 확보 '이중 과제'
이미지 확대보기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유럽 방산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네덜란드에서 들려왔다. 네덜란드 국방부는 자국산 레이더 대신 미국의 이지스(Aegis)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며 대대적인 군사 표준 전환을 예고했다. 이는 유럽 방산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유럽 시장 확대를 노리는 K-방산에 강력한 도전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발트해 '철의 요새' 경매와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치타'의 부활
냉전의 유산이 고철 위기에서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거나 전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독일 슈피겔과 폴란드 디펜스24에 따르면, 발트해 뤼겐섬 인근의 구동독군 해상 플랫폼 ‘오스테르빌름(Ostervilm)’이 오는 6월 4일 함부르크에서 최저 입찰가 3만 9000유로(약 6730만 원)에 경매에 부쳐진다. 1950년대 건조되어 함선의 자기 신호를 줄이는 ‘탈자기 스테이션’으로 활용됐던 이 시설은 냉전 종식 후 방치됐으나, 최근 데이터 허브나 재생에너지 거점으로서의 잠재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냉전기 유산의 부활은 전장에서도 이어진다. 벨기에 정부는 10억 유로(약 1조 72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에 벨기에 OIP 랜드 시스템즈가 보유한 게파르트(Gepard) 자주대공포 15대를 포함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독일, 카타르, 요르단 등에서 도입한 물량을 합쳐 총 130여 대의 게파르트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운용국으로 등극한다.
특히 이번에 공급되는 벨기에산 게파르트는 구형 B2 표준 모델임에도, 우크라이나의 자체적인 광전자 개량 기술을 통해 드론 및 순항미사일 요격의 핵심 장비로 재탄생한다. 이는 구형 플랫폼이라도 현대적 소프트웨어와 통합되면 전술적 가치가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네덜란드의 '이지스' 변심… 유럽 방산 공급망 흔들리나
유럽 방산 생태계를 뒤흔들 장장 충격적인 소식은 네덜란드에서 들려왔다. 해군 전문 매체 네이벌뉴스는 4일 네덜란드 국방부가 차세대 대공 방어 호위함에 미국 로크히드마틴의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하기 위해 미 정부에 가격 및 가용성 요청서(LOR)를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자국 방산 기업인 탈레스(Thales)의 고성능 레이더를 배제할 수도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어 파장이 크다. 그간 네덜란드는 탈레스의 APAR·SMART-L 체계를 고수해 왔으나, 이제는 미국의 SPY-6 또는 SPY-7 레이더 채택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비 교체를 넘어 지휘통제 시스템을 미국의 ‘이지스 베이스라인’으로 표준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네덜란드의 이 같은 행보는 독일이 차기 호위함 F127에 이지스 시스템 채택을 결정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유럽 주요국들이 독자 기술 대신 ‘미국식 표준’으로 회귀하는 배경에는 탄약 호환성과 미 해군과의 상호운용성 확보라는 실질적 고민이 깔려 있다.
K-방산, '표준화 전쟁'에서 기회와 위기 동시에
유럽의 이 같은 변화는 한국 방위산업에 두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미국식 표준’ 강화에 따른 시장 잠식 위험이다. 네덜란드 사례처럼 유럽 국가들이 미 해군 시스템과의 통합을 우선시할 경우,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이나 독자 체계를 수출하려는 K-방산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 특히 스위스가 미국의 패트리어트 인도 지연으로 겪은 사례처럼, 미국산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초래할 공급망 리스크를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가성비’와 ‘신속 공급’을 앞세운 틈새시장 공략이다. 우크라이나가 구형 게파르트를 개량해 사용하는 것은 당장 실전에 투입 가능한 ‘가용 무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폴란드에 공급 중인 K2 전차와 K9 자주포처럼, 성능과 가격, 납기 시점을 동시에 만족하는 한국산 무기 체계는 표준화 논쟁을 넘어선 실전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유럽 내 미국산 무기 점유율 변화 ▲유럽 방산 기업(탈레스, 레오나르도 등)의 합종연횡 ▲한국산 무기체계의 NATO 표준 호환성 강화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 유럽이 냉전의 잔재를 털어내고 새로운 군사 표준을 세우는 지금, 그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유연한 기술력’이 한국 방산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