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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한계, 3D로 뚫는다”... 화웨이, ‘무어의 법칙’ 파괴할 차세대 반도체 ‘타우 법칙’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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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한계, 3D로 뚫는다”... 화웨이, ‘무어의 법칙’ 파괴할 차세대 반도체 ‘타우 법칙’ 선포

‘칩 여왕’ 허팅보 사장, 상하이 학회서 깜짝 공개… 트랜지스터 크기 대신 ‘데이터 전송 속도’ 집중
3차원 적층 기술 ‘로직폴딩(LogicFolding)’ 탑재… 기린 2026 칩셋서 전력 효율 41% 폭발적 개선
모건스탠리 “구형 7나노 공정으로 최신 성능 추격 가능” vs 전문가 “열 관리 등 한계 직면” 논란
화웨이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화웨이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의 가혹한 하이테크 수출 통제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도입이 원천 차단된 중국 화웨이(Huawei)가 반도체의 미세화 한계를 규정해 온 수십 년 전통의 ‘무어의 법칙’에 정면 도전장을 던졌다.

트랜지스터의 물리적 크기를 줄이는 기계적 경쟁에서 탈피해, 시스템 내 데이터 이동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하는 3D 입체 설계 기술을 통해 미국의 안보 족쇄를 무력화하겠다는 실리주의적 기술 자강론이다.

30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와 글로벌 반도체 통상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과학자위원회 위원장이자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수장인 허팅보(He Tingbo) 사장은 이번 주 상하이에서 개최된 전기전자공학회(IEEE) 국제 회로 및 시스템 심포지엄에서 ‘타우 스케일링 법칙(τ, Tau Scaling Law)’으로 명명된 새로운 반도체 개발 프레임워크를 전격 공개했다.

물리적 크기 대신 ‘시간 상수(τ)’ 단축… 3D로 접는 ‘로직폴딩’ 등판


고든 무어 인텔 공동 창립자의 이름에서 유래한 ‘무어의 법칙’은 수십 년간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위에 더 작은 트랜지스터를 촘촘히 박아 넣어 성능을 올리고 원가를 절감하는 반도체 업계의 금본위제와 같았다.

그러나 이는 ASML의 EUV 장비 같은 초정밀 리소그래피 기계가 필수적이다. 미국의 규제로 장비 조달 가치사슬이 마비되자 화웨이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영악한 책략을 선택했다.

물리학에서 그리스 문자 τ는 '시간 상수'를 의미한다. 화웨이의 타우 법칙은 소비자가 트랜지스터의 물리적 크기 자체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컴퓨팅 연산 작업이 얼마나 신속하게 끝나는지에 주목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트랜지스터 내부, 전선, 메모리, 시스템 랙, 나아가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간의 데이터 전송 지연(레이턴시)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면 장비 한계를 극복하고 동등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논리다.

화웨이가 이를 실물 칩에 구현한 핵심 무기는 ‘로직폴딩(LogicFolding)’ 기술이다. 회로를 평면 2차원(2D)으로 길게 펼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능동 회로 층을 수직으로 겹겹이 쌓은 뒤 ‘하이브리드 본딩’ 공법으로 상하를 다이렉트로 연결했다.

칩을 3차원으로 위로 접어버림으로써 신호가 이동하는 물리적 거리를 아득히 단축하고 지연 시간과 에너지 소모를 동시에 잡는 설계다.

화웨이는 이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스마트폰 전용 프로세서 ‘기린(Kirin) 2026’ 시스템온칩(SoC)의 실물 성적표를 전격 발표했다.

화웨이의 공식 기술 논문에 따르면, 기존 구형 공정 라인을 그대로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직 적층 설계 덕분에 트랜지스터 밀도가 제곱밀리미터(㎟)당 1억 5,500만 개에서 2억 3,800만 개로 급증했다.

아울러 CPU 코어의 전력 효율성은 41% 향상되었으며, 시스템의 메트로놈 역할을 하는 최대 클럭 주파수는 13% 가까이 증가하는 놀라운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7일 발표된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자산시장 분석 보고서 역시 “이 같은 수직 통합 설계가 정착된다면, 중국이 보유한 구형 7나노(nm) 또는 5나노 공정 기기로도 서방 진영의 최첨단 미세 노드 공정 칩과 대등하게 견줄 만한 성능을 뽑아낼 수 있다”고 정밀 평가했다.

“진정한 3D 도약인가, 숫자 부풀리기인가”... 업계 거센 진실 공방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와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화웨이의 이 같은 발표가 실질적인 현금 흐름을 바꿀 ‘게임 체인저’인지, 아니면 제재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과장’인지를 두고 격렬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전문 컨설팅사 RHCC의 레슬리 우(Leslie Wu) CEO는 화웨이가 주장한 트랜지스터 밀도 상승 수치가 전형적인 통계적 착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화웨이가 회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렸기 때문에 2D 평면 면적 기준의 발자국(Footprint) 밀도가 높게 측정된 것일 뿐, 단일 층 제조 기술 자체가 도약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 공법이 화웨이의 주장처럼 2031년까지 장비 없이 진정한 최첨단 1.4나노 칩을 제조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마일스톤과는 거리가 멀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또한, 3D 적층 및 첨단 패키징은 이미 미국 AMD의 ‘3D V-캐시’ 메모리 스택 기술이나 대만 TSMC의 독자 시스템온칩(SoC) 패키징 기술, 그리고 엔비디아(Nvidia)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AI 시스템 등 서방 진영에서도 널리 쓰이는 표준 기술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치명적인 차이는 TSMC나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리더들은 세계 최고급 ASML 리소그래피 장비와 글로벌 공급망을 무기로 첨단 3D 패키징을 동시에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반면, 화웨이는 장비 공백을 오직 설계 하나로만 때워야 하는 독박 구조라는 점이다.

번스타인 리서치(Bernstein Research)의 수석 분석가들 역시 타우 법칙이 중국의 원천 장비 부족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진단했다.

분석가들은 “칩을 수직으로 두껍게 쌓아 올리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가혹한 ‘발열 관리 실패’와 ‘제조 수율(정품 비율) 폭락’, 그리고 고난도 3D 패키징 불량이라는 또 다른 거대한 기술 병목 현상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펠릭스 리(Felix Li) 모닝스타 애널리스트 또한 “아무리 설계를 꼬고 회로를 최적화하더라도, 트랜지스터 자체의 근본적인 하드웨어 성능은 7나노 공정이라는 태생적 한계에 묶여 있어 타우 법칙의 에너지 효율 개선 역시 임계점에 부딪힐 것”이라며 회의론을 견지했다.

엔비디아가 꼽은 ‘가장 무서운 적’… 궁지 몰린 중국의 생존 청사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던진 이 화두는 지정학적 규제 속에서 아시아 테크 생태계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실리주의적 로드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번스타인 분석가들은 화웨이의 타우 법칙이 최근 가혹한 제약 속에서도 압도적인 가성비로 월스트리트를 놀라게 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부상과 맥을 같이 한다고 짚었다.

장비 독점 장벽에 막히자 제한된 자원 안에서 극한의 소프트웨어 및 설계 효율성을 짜내어 중국 국내 반도체 자강론과 자본 투자를 유도하는 영리한 전략이라는 뜻이다.

특히 펠릭스 리 애널리스트는 “화웨이는 단순한 칩 설계사를 넘어 스마트폰 등 소비자 테크, 스마트카 자동차 시스템, 전국구 통신망(5G·6G) 생태계를 통째로 쥐고 있는 유일무이한 기업”이라며 “경쟁사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시스템 전반의 엔드 투 엔드 최적화’를 직접 통제할 수 있어 화웨이만의 독특한 생존 영토를 다질 수 있다”고 강점을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 장벽이 오히려 중국을 자극해 국내 반도체 개발의 독자적인 광속 진화를 압박하고 있다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의 엄격한 경고를 정면으로 입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산운용사 통상 전문가는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자국 중심의 전 세계 EV 및 AI 표준 재편 청사진을 공개하고, 폭스콘이 차세대 CPO 광학 기술 출하를 시작하는 등 하이테크 가치사슬의 지각변동이 한창인 시점”이라며 “화웨이의 타우 법칙이 최종적으로 대량 양산 대차대조표의 비용 규율을 맞추는 데 성공한다면, 중국은 서방의 리소그래피 기계 압박 속에서도 독자적인 AI 및 모바일 엔진을 영속시킬 활로를 찾게 될 것이며, 이는 미·중 기술 안보 전쟁의 가장 뜨거운 가치사슬 법정 전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