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철도 제조, 10년 만에 국산화율 90% 달성… '메이크 인 인디아' 성과 가시화
내수 넘어 수출 기지로 체질 개선… 기술 주권 확보가 글로벌 도약의 핵심
내수 넘어 수출 기지로 체질 개선… 기술 주권 확보가 글로벌 도약의 핵심
이미지 확대보기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인도가 철도 제조 분야의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 철도 전문 매체 '메트로 레일 뉴스(Metro Rail News)'의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 10년간 대대적인 정책 지원과 외자 유치를 통해 철도 제조 자급률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 제조의 불모지에서 '반데 바랏(Vande Bharat)'과 같은 독자 모델을 생산하는 수출국으로 변모한 인도의 사례는 글로벌 철도 산업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 10년, 수입 의존도 낮췄다
인도 철도 산업의 체질 변화는 지난 2014년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과 함께 시작됐다. 과거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기술을 들여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외국인 직접 투자(FDI) 문턱을 낮추고 철도 프로젝트에 현지화 요건을 강제하는 구조적 변화를 단행했다.
이러한 정책적 결단은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메트로 레일 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인도 철도 부품 분야에 유입된 FDI 규모는 9163억 루피(약 14조 5508억 원)에 달하며, 특히 2015년 이후 투자가 집중되었다.
그 결과 지난해 인도 철도 장비 수출액은 3억 1500만 달러(약 4753억 원)를 기록하며 2021년 대비 약 82% 급성장했다. 현재 인도는 호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16개국에 철도 차량과 부품을 수출하는 주요 공급자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비하르주 마데푸라에 위치한 전기기관차 공장이다. 알스톰(Alstom)과의 합작으로 세워진 이곳은 1만 2000마력급 WAG-12B 기관차를 생산하며, 현재 부품 국산화율 90%를 달성했다.
이는 기술 도입 초기 수입에 의존하던 상황을 완전히 반전시킨 결과로, 인도가 세계에서 6번째로 고마력 기관차를 자력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되는 기반이 됐다.
기술 자립과 중소기업 육성, 남겨진 과제
인도 철도 제조의 양적 팽창은 화려하지만, 질적 도약을 위한 내부 고민도 깊다. 현재 인도 철도 생태계는 '제조 현지화'에는 성공했으나 '기술 자립' 차원에서는 여전히 외국 라이선스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도가 넘어야 할 산으로 '중간 공급망(Missing Middle)'의 붕괴를 꼽는다. 일부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제조 라인과 달리, 이를 뒷받침할 중소기업(MSME)들의 기술력과 공정 관리 능력이 글로벌 표준을 따라가기에 다소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로 타우랄 인디아(Taural India)와 같은 기업이 독일산 알루미늄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전체 생태계로의 확산은 더디다.
기술 업그레이드 속도가 빠른 철도 산업에서 국내 공급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재투자를 단행하고 품질 표준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철도 신호 제어 시스템이나 구동계의 핵심 지식재산권(IP)이 여전히 다국적 기업에 귀속되어 있다는 점도 구조적인 약점으로 지목된다.
인도가 진정한 '철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 조립 생산을 넘어, 자체 R&D를 통해 독자적인 신호 시스템과 고도화된 추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성장 가도 달리는 철도 시장, 향후 전망은
인도 정부는 철도 인프라 확장을 통해 제조업의 근간을 더욱 단단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6-27 회계연도 예산에서 인도 철도 분야에 배정된 2조 7800억 루피(약 44조 원)는 역대 최대 규모로, 향후 7개의 고속철도 노선 구축이 예고되어 있다.
이러한 막대한 내수 물량은 국내 제조사들에게는 성장의 기회인 동시에,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시험할 수 있는 거대한 테스트베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시험 운행에 성공한 수소 열차와 같은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인도는 자체 디자인과 제조 역량을 강화하며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육성된 제조 생태계가 이제는 자생적인 혁신 동력을 갖추고, 외국계 파트너십을 넘어선 독자적인 설계 및 인증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10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가 보여준 지난 10년의 철도 굴기가 단순한 '제조업의 자립'을 넘어 '기술 강국으로의 도약'으로 이어질지 전 세계 철도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