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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필리핀, ‘신규 OSAT 거점’ 추진… 동남아 변수 부상, 한국은 첨단 패키징으로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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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필리핀, ‘신규 OSAT 거점’ 추진… 동남아 변수 부상, 한국은 첨단 패키징으로 방어

필리핀 뉴클락시티에 1618헥타르 복합 기술 허브 조성… 폭스콘 앵커 투자 협의 단계
미국 국무부 주도 공급망 다변화 이니셔티브 '팍스 실리카' 연내 프레임워크 협정 목표
단기 영향 제한적… 범용 패키징 분산에 대응해 국내 소재·후공정 고도화 시급
미국과 필리핀 정부가 새로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목적으로 한 ‘팍스 실리카(Pax Silica)’ 프레임워크 협정 연내 타결을 추진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필리핀 정부가 새로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목적으로 한 ‘팍스 실리카(Pax Silica)’ 프레임워크 협정 연내 타결을 추진한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필리핀 정부가 새로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목적으로 한 팍스 실리카(Pax Silica)’ 프레임워크 협정 연내 타결을 추진한다.

필리핀 뉴클락시티 일대에 후공정(OSAT)과 핵심 광물 가공,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대규모 기술 허브를 조성해 글로벌 공급망을 분산시키는 흐름이다. 글로벌 반도체 거점 다변화 압박 속에서 국내 후공정 업계는 메모리-패키징 결합력과 첨단 패키징 중심의 격차 확대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필리핀 경제매체 비즈니스월드는 8(현지시각) 프레데릭 고 필리핀 재무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필리핀 정부가 연내 팍스 실리카 프레임워크 협정 서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와 필리핀 재무부 발표를 종합하면, 팍스 실리카는 미국 국무부가 202512월 주도해 출범한 이니셔티브다. 현재 필리핀을 포함해 유럽연합(EU) 등 총 24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연내 체결을 목표로 하는 프레임워크 협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 조약보다 협력 방향을 규정하는 포괄 선언 성격에 가깝다. 대상 범위 역시 반도체 단독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인프라, 공급망 안보, 데이터센터 구축을 아우른다.

뉴클락시티 복합 허브 구축과 다극화 흐름


필리핀 정부는 기지전환개발청을 통해 타를락주 뉴클락시티 일대에 1618헥타르 규모의 산업 허브를 조성한다. 이 구역은 반도체 조립과 테스트뿐 아니라 핵심 광물 가공, AI 데이터센터, 연구개발 시설이 결합하는 융복합 기술 허브로 기획됐다. 시설 내부에는 기술 기업과 연구 기관을 지원하는 조율 사무소가 들어선다.

필리핀 정부는 글로벌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폭스콘을 앵커 투자자로 유치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폭스콘은 단순 조립 확장을 넘어 AI 서버와 후공정을 포함한 생산 라인 투자를 검토 중이다. 다만 현재 단계는 투자가 확정된 상태라기보다 투자 유치를 위한 초기 검토 단계로 분류된다.

현재 글로벌 후공정 시장은 대만 ASE, 미국계 앰코, 중국 JCET가 상위권을 형성하며 다극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필리핀은 한국이나 대만보다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이 다극 체제 속에서 새로운 우회 거점으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수빅만과 클락, 마닐라, 바탄가스를 연결하는 '루손 경제 회랑' 인프라 개발과도 연계된다. 최근 캐나다가 200만 캐나다 달러(21억 원)의 보조금 지급을 발표하는 등 참여국이 늘고 있다.

공급망 시차 3~5년… 범용 분산과 첨단 패키징 방어선


미국의 후공정 거점 다변화 흐름은 장기적으로 대만과 한국에 편중된 의존도를 일부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가용 인력 풀이 넓고 정책 지원이 결합할 경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범용 후공정 발주 물량이 동남아로 이동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단기적으로 직접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한다. 필리핀 기지전환개발청은 해당 부지의 1단계 착공 시점을 향후 2년 안으로 전망하고 있다.

착공 이후 인프라 완공, 생산 장비 반입을 거쳐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의 엄격한 품질 인증과 수율 데이터 축적 단계를 감안하면 실제 양산과 물량 이동까지는 최소 3년에서 5년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품질 신뢰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빅테크 기업들이 급격하게 발주처를 전환하기는 어렵다.

동남아 거점은 초기에는 범용 패키징과 테스트 중심의 저부가가치 공정으로 출발할 공산이 크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적층이나 2.5D3D 이종집적, 이를 구현하는 디본딩과 TC 본딩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첨단 패키징 분야는 진입 장벽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패키징 결합 역량은 강력한 고객 고착 효과를 만든다. 국내 주요 후공정 기업들과 한미반도체, 네패스 등 후공정 생태계가 첨단 패키징 영역 기술 격차를 고도화한다면 범용 물량 이탈에 따른 타격을 충분히 완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중장기 모니터링 포인트와 민관 대응


범용 후공정의 다극화 흐름 속에서 국내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 국가 프로그램 확대와 세제 보조금 등 정책 지원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장기 방어의 핵심 과제다. 정부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동남아 우회 거점 마련 등 공급망 다변화 기회를 모색하는 동시에 국내 후공정 체질 개선에 고삐를 쥐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동남아 후공정 변수가 국내 생태계에 미칠 장기 파급 효과를 예측하기 위해 네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뉴클락시티 1단계 인프라의 실제 착공 타임라인이다. 둘째, 앵커 투자자로 거론되는 폭스콘의 실제 투자 규모와 조달, 구매할 글로벌 빅테크의 칩 포트폴리오 변화다. 셋째,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정책 보조금의 지속성과 세제 혜택 범위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패키징 발주 구성 비율 중 첨단 패키징과 범용 패키징의 비중 추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