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추격하는 세계 4위 D램 업체…AI 수요·미중 제재 속 중국 반도체 투자심리 가늠자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장악해온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이 자국 대표 D램 기업을 본토 증시에 올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행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맞물린 가운데 이번 상장은 중국 반도체 자립에 대한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CXMT가 다음 주 공모주 청약 절차에 들어가며 올해 중국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장 절차가 최종 단계에 들어선다고 9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 295억 위안 조달 추진
블룸버그에 따르면 CXMT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과창판에서 최소 43억 달러(약 6조5000억 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초과배정 옵션까지 행사되면 조달 규모는 50억 달러(약 7조5500억 원)를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공모 주식 수는 66억8800만 주다. 이 가운데 절반은 코너스톤 투자자에게 배정된다. 초과 배정 옵션이 적용되면 전체 공모 주식 수는 67억8800만 주까지 늘어난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11.3% 수준이다.
이번 상장이 예상 규모대로 마무리되면 중국 본토 증시에서 2022년 중국해양석유(CNOOC)의 51억 달러(약 7조7000억 원) 상장 이후 최대 IPO가 된다. 아시아 전체로는 2025년 5월 CATL의 53억 달러(약 8조 원) 주식 매각 이후 최대 규모다.
CXMT는 오는 13일 예비 수요예측을 시작하고 15일 공모 발표와 가격 세부사항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관과 개인 투자자는 청약 추첨에서 배정받을 경우 20일까지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공모 물량 가운데 개인 투자자 배정 비중은 초과배정 전 기준 약 10%다.
◇ 중국 반도체 자립의 상징
CXMT의 상장은 단순한 기업 자금 조달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 제재 속에서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어디까지 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서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와 고성능 AI 칩,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기술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수출 통제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자국 기업을 통해 메모리, 파운드리, 장비, 소재, 설계 소프트웨어 전반의 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CXMT는 이 전략의 핵심축이다. 중국은 그동안 낸드플래시에서는 YMTC, D램에서는 CXMT를 대표 기업으로 키워왔다. 두 회사는 중국이 한국·미국·일본·대만 중심 반도체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중 육성한 기업들이다.
CXMT가 본토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블룸버그는 CXMT가 IPO 자금을 웨이퍼 생산라인 확장과 D램 기술 업그레이드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삼성·SK하이닉스와 직접 경쟁
CXMT의 성장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CXMT는 아직 기술과 시장점유율에서 이들 3사와 격차가 있지만 중국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블룸버그는 CXMT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라고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CXMT는 2025년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약 7.7% 점유율을 기록한 세계 4위 업체다.
단기적으로는 CXMT가 한국 메모리 기업의 고부가 제품을 곧바로 위협하기는 어렵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HBM이나 최첨단 D램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기술 우위가 여전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범용 D램과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스마트폰, PC, 서버, 가전 업체들이 자국산 메모리 사용 비중을 늘리면 한국 업체의 중국 내 일부 수요가 압박받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도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AI 수요가 D램 전략성 키웠다
AI 확산은 D램의 전략적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운용하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대량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서버와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D램 수요도 늘어난다.
특히 HBM은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가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은 것도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 공급 주도권 때문이다.
CXMT는 아직 HBM 분야에서 선두권과 격차가 있지만, 중국이 AI 자립을 추진하려면 자체 메모리 공급망 확보가 필수다. 미국의 고성능 AI 칩 수출 제한이 강화될수록 중국은 D램과 HBM, 첨단 패키징 기술의 국산화 필요성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 애플의 승인 요청도 상징적
블룸버그는 앞서 애플이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CXMT로부터 칩을 조달할 수 있도록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승인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이 소비자 전자제품 업체에도 부담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실제로 CXMT 칩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국 정부 승인과 지정학적 변수에 달려 있다. 그러나 애플이 CXMT 칩 조달을 검토했다는 사실 자체가 회사 기술력에 대한 일정한 인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의 제재는 CXMT에 부담이지만 동시에 중국 내에서는 기술 자립의 상징성을 강화한다.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의 압박을 받는 반도체 기업을 국가전략의 핵심 수혜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CXMT IPO에 대한 기대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 과창판 신속 상장 첫 사례
CXMT는 중국 증권당국의 승인도 빠르게 받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XMT는 상장 절차를 시작한 지 7개월 조금 넘는 기간 만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승인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핵심 기술 기업의 과창판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 도입된 사전 심사 메커니즘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XMT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상장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 첫 기업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니트리로보틱스가 두 번째 사례로 거론된다.
과창판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기술주 중심 시장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AI, 로봇, 바이오 등 전략산업 기업을 과창판에 상장시켜 자본시장을 통한 육성 효과를 노리고 있다.
CXMT의 상장 속도는 중국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얼마나 중요한 산업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반 기업보다 빠른 절차로 자본시장에 진입하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 중국판 메모리 대표주의 등장
CXMT가 상장되면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대형 메모리 대표주가 생긴다. 이는 중국 자본시장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중국 투자자는 반도체 장비, 소재, 설계, 파운드리 관련주를 통해 반도체 자립에 투자해왔다. 이제 D램 제조 핵심 기업도 투자 대상이 된다.
상장 주관은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중신건투증권(CSC파이낸셜)이 맡는다. 공동 대표 주관사는 궈타이하이퉁증권, 궈위안증권, 화타이증권이다.
중국 정부가 전략산업에 자본을 집중하고 투자자들이 AI와 반도체 자립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만큼 공모 수요는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관측이다. 다만 최종 공모가와 상장 후 주가 흐름은 중국 기술주 투자심리와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좌우될 전망이다.
◇ 메모리 전쟁의 새 국면
CXMT의 43억 달러(약 6조5000억 원) IPO는 글로벌 메모리 전쟁이 새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과거 중국은 메모리 시장에서 후발 주자였다. 이제는 세계 4위 D램 업체를 본토 증시에 올려 수조 원대 자금을 조달하고 생산능력과 기술을 동시에 키우려 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 중국이 맞물린 반도체 경쟁의 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 HBM과 첨단 D램에서 선두를 유지해야 하고,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제재로 견제하려고 한다. 중국은 제재를 계기로 자국 공급망을 더 빠르게 키우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