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4억 달러 고정비 부담… 연간 수조 원 적자 탈출 위해 고육지책
인텔 모험 대 TSMC 실리… 파운드리 3사 생존 방정식 갈린다
인텔 모험 대 TSMC 실리… 파운드리 3사 생존 방정식 갈린다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가 차세대 미세공정의 핵심 무기인 하이-NA 극자외선(High-NA EUV) 노광장비를 도입하고도 대량 양산 돌입을 늦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2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 수율을 양산 안정권 직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철저한 비용 관리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초고가 장비 도입에 따른 고정비 상승 부담을 피하려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1조 투자하고도 유예한 라인… 수율·고객·가동률 삼중고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가 지난 7월 17일(현지시각) 발표한 글로벌 공급망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화성 캠퍼스에 하이-NA EUV 장비 1대를 들여온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두 번째 장비 반입을 마쳤다.
이번 결정은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손실을 낸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 고리를 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이르면 올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적 호전 분수령을 앞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대당 4억 달러(약 5960억 원)에 이르는 장비를 전면 가동할 경우 막대한 감가상각비가 발생한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4일 보도에서 하이-NA EUV 장비 대당 가격이 4억 달러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체 가동률이 낮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장비를 투입하면 고정비 부담만 비대해지는 구조를 경계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계와 해외 분석가들의 추정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은 최근 50%대 중반 수준까지 도달했다. 반도체 업계는 대량 양산의 안정 기준으로 수율 60% 선을 꼽는다. 삼성전자는 대형 고객사의 확정 주문이 받쳐주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설비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내실을 다지겠다는 계산을 세웠다.
빛 모으는 능력 높였지만… 대당 5960억 원 비용 걸림돌
하이-NA EUV는 렌즈 개구수(NA)를 기존 0.33에서 0.55로 키워 빛의 집광 능력을 대폭 높인 차세대 장비다. 이 장비는 회로를 여러 번 나눠 그리는 멀티 패터닝 공정을 대폭 줄인다. 장비는 한 번의 노광으로 미세 회로를 구현할 수 있어 제조 복잡도를 낮추는 장점이 있다.
하이-NA EUV는 1.4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의 필수품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기존 EUV 장비보다 두 배 비싼 가격과 까다로운 공정 통합 난도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글로벌 파운드리 3사의 하이-NA EUV 대응 전략은 완전히 갈린다. 인텔은 외부 고객 확보와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의 성패를 걸었다. 톰스하드웨어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인텔은 18A 공정 기반 팬서 레이크 프로세서 일부 층에 이 장비를 세계 최초로 투입하는 위험 감수 전략을 택했다.
반면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기존 EUV 기반 멀티 패터닝 공정을 최적화해 설비투자 대비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실리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TSMC는 오는 2029년 양산 예정인 A13과 A12 공정까지도 하이-NA EUV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물량 쥔 ASML… 공급자 우위 시장 지속
시장 독점 공급사인 네덜란드 ASML은 느긋한 처지다. 하이-NA EUV 초도 생산 물량 자체가 제한적이라 글로벌 고객사 간 선점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5일 보도에서 첨단 EUV 장비 주문이 이미 2027년 물량까지 대부분 마감됐다고 전했다. ASML의 장비 가격 상승 요인도 여전하여 공급자 우위 시장 구조는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비용 절감과 미래 주도권 확보의 기로… 과제와 전망
삼성전자가 하이-NA EUV 대량 양산을 유예한 배경은 파운드리 사업의 만성 적자를 해소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장비 감가상각비를 통제해 단기 실적 호전을 이끄는 실리적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인텔이 미세공정 주도권을 선점하는 사이 초기 양산 경험 축적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수율을 안정권인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대형 고객사의 확정 주문을 조기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향후 1.4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점에 맞춰 투자 효율성과 기술 경쟁력의 균형을 잡는 타이밍 조율이 파운드리 사업 사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