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상반기 원유운반선 발주, 사상 최대 ‘폭증’… 2028년 유조선 시장 치킨게임 우려

글로벌이코노믹

상반기 원유운반선 발주, 사상 최대 ‘폭증’… 2028년 유조선 시장 치킨게임 우려

상반기 발주량 5,450만 DWT 돌파… 종전 연간 최고 기록이었던 2006년 수치 가볍게 경신
中 조선사, 상반기 계약의 89% 싹쓸이… 신흥 강자 헝리중공업이 55% 독식하며 시장 주도
그리스 선주들 발주 주도하며 중국 추월 예고… 2028년 무더기 인도 시 선복 과잉 압박 불가피
2025년 3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유조선이 수입된 원유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3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유조선이 수입된 원유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에너지 운송망의 핵심축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시장에 전례 없는 신조 발주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역대 연간 최고 기록을 가볍게 넘어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VLCC 건조 계약이 쏟아지면서, 인도 시점인 2028년 이후 전 세계 원유 유조선 시장이 심각한 공급 과잉의 한파를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해사 전문 매체 시트레이드 마리타임(Seatrade Maritime) 보도와 글로벌 조선·해운 가치사슬 분석 내용을 보면, 해운 분석기관 MSI의 조사 결과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VLCC 신조 발주량은 5,450만 DWT(재화중량톤수)에 도달했다.

이는 종전 연간 최고 기록이었던 2006년의 3,260만 DWT를 반기 만에 압도적으로 돌파한 수치다. 이로 인해 2023년 기준 고작 2%에 불과했던 기존 선대 대비 인도 예정선(수주잔량) 비율은 약 35%로 폭증했다.

“인도 예정량만 2배”... 2028년 덮칠 VLCC 공급 과잉 경고


이러한 신축 건설 열기는 글로벌 통상 마찰과 에너지 다변화 기조 속에서도 유조선 계약량이 반기 만에 8,000만 DWT에 육박하며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 같은 무더기 발주가 향후 해운 운임의 급격한 하락을 부를 장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MSI 분석에 따르면, 상반기 발주된 신조선의 약 83%가 2028년과 2029년에 집중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MSI 분석가 쉬지알린은 "올해 상반기 계약 물량으로 인해 2028년 예정된 납품 예정량이 당초 계획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며 "이는 향후 해운 시장의 수급 균형에 심각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중개업체 BRS 자료 기준으로도 VLCC 인도 예정 물량은 2027년 60척에서 2028년 127척, 2029년 이후 125척으로 가파르게 치솟는 구도다.

중국 조선소의 독식… ‘신흥 강자’ 헝리중공업이 수주 55% 점유


이번 발주 광풍의 최대 수혜자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건조 슬롯을 무기 삼아 시장을 장악한 중국 조선업계다. 올해 상반기 체결된 전체 VLCC 계약의 무려 89%가 중국 조선사들의 장부로 넘어갔다.
특히 전통적인 대형 조선사들을 제치고 신흥 강자로 부상한 헝리중공업(Hengli Heavy Industries)이 중국 내수 상반기 주문량의 55%를 독식하며 지배적인 강자로 우뚝 섰다.

그 뒤를 이어 장쑤 신한통(Jiangsu New Hantong)이 14%, 다롄조선소(DSIC)가 1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뒤를 받쳤다. 상위 5개 초대형 VLCC 프로젝트 모두가 중국 조선소에 발주되는 등 중국 조선업계의 싹쓸이 흐름이 두드러졌다.

그리스 선주들 발주 드라이브… 중국 제치고 ‘VLCC 왕좌’ 탈환 예고


선주 측면에서는 그리스를 필두로 한 서방 자본이 전체 발주량의 약 절반(50%)을 주도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반면 아시아 선주들의 비중은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BRS는 7월 유조선 보고서를 통해 향후 몇 년 안에 그리스 선주들이 선대 규모 면에서 중국을 앞지르고 글로벌 VLCC 소유권 왕좌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그리스 선사들이 확보한 인도 예정 물량은 72척으로 중국(47척)을 크게 앞서고 있다.

기존 선대의 연령 구조상 중국 선사들과 연계된 선박 중 20년 이상 노후화된 VLCC가 77척에 달하는 반면, 그리스 선사들은 최근 몇 년간 노후 선박들을 중국 기업에 대거 매각하고 고효율 친환경 신조선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BRS 측은 "현재 그리스가 발주한 VLCC 물량 중 약 3분의 1은 유조선 운영 실적이 거의 없거나 전무한 신생 및 투자 목적의 회사들에 의해 계약되었다"며 "이 때문에 시장 변동성에 따라 선박 인도 전 계약 재판매(리세일) 물량이 시장에 흘러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조선소의 독점적 수주 실적과 그리스 선주들의 대안 투자 전술은 하반기 글로벌 해양 물류 운임과 에너지 수송망 점유율을 결정할 가장 즉각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