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발언·문서 1800건 AI로 분석
성명 130단어로 축소되자 정책 신호 찾기 경쟁
성명 130단어로 축소되자 정책 신호 찾기 경쟁
이미지 확대보기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신임 의장이 통화정책에 관한 사전 안내를 종래와 다르게 줄이면서 월가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연준의 속내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워시 의장의 과거 발언과 글을 학습한을 학습한 챗봇을 개발하고 회견 발언의 정책적 어조를 수치화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워시 의장이 전임 제롬 파월 의장보다 정책 방향에 관한 공개 발언을 크게 줄이자 부족해진 정보를 AI로 보완하려는 움직임이다.
CNBC는 연준의 공개적인 정책 신호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월가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분석 도구와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연준 분석용 '워시GPT' 등장
미국 자산운용사 F/m인베스트먼츠는 최근 '워시GPT'라는 AI 분석 도구를 공개했다.
워시GPT는 워시 의장이 과거에 작성하거나 공개한 문서와 발언록 약 1800건을 분석하는 AI 서비스다.
사용자가 경제나 통화정책과 관련된 질문을 입력하면 워시가 과거에 비슷한 사안을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관련 자료와 함께 제시한다.
F/m인베스트먼츠는 인플레이션과 미국 국채에 연계된 상장지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금리 방향을 판단하려면 연준의 발언과 정책 신호를 해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 챗GPT 아닌 클로드로 제작
CNBC에 따르면 워시GPT라는 이름은 오픈AI의 챗GPT를 본뜬 것이지만 실제 개발에는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사용됐다.
제작비는 1000달러(약 149만원) 미만이었다. 기획부터 연준 출신 인사와 경제 뉴스레터 작성자들의 시험을 거쳐 공개하기까지 약 2주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도구는 워시의 발언뿐 아니라 관련 경제사와 정치적 배경도 참고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워시 의장처럼 말하거나 향후 금리 결정을 예측하지는 않는다.
워시가 실제로 밝힌 견해를 근거와 함께 정리하되 확인되지 않은 전망이나 투자 권고는 내놓지 않도록 제한했다.
◇ 연준 성명 300단어에서 130단어로
워시 의장은 지난 5월 연준 의장에 취임한 뒤 중앙은행의 소통 방식을 개편하기 시작했다.
향후 정책 방향을 미리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고 통화정책 결정 당시의 경제 여건과 판단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워시 체제에서 처음 발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성명은 약 130단어로 작성됐다. 이전 성명들이 300단어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워시 의장은 성명을 더 짧고 단순하게 만들었으며 향후 정책 방향을 암시하는 내용도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 정책 관련 발언 비중 5% 그쳐
워시 의장은 취임 후 첫 통화정책 기자회견에서도 금리 경로와 관련된 구체적인 설명을 자제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가 회견 내용을 분석한 결과 워시 의장이 정책과 직접 관련된 주제에 사용한 문장은 전체의 5%에 그쳤다.
파월 전 의장이 통화정책 회견에서 정책 관련 내용에 할애한 문장은 평균 27%였다.
워시 의장의 발언이 줄면서 개별 단어와 표현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UBS는 고객들이 워시 의장의 발언에서 긴축 또는 완화 성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대화형 분석 화면을 운영하고 있다.
엘레나 아모루소 UBS 전략가는 “워시 의장이 주재한 첫 회의의 발언을 분석한 결과 정책 관련 언급이 전반적으로 강한 긴축 성향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 그린스펀 시대의 '서류가방 지표' 재현
시장에서는 워시의 소통 방식이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절과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린스펀은 모호하고 난해한 표현을 사용해 시장이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에는 그린스펀이 인사말로 '좋은 저녁'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이 하락할 수 있다는 농담이 나왔다.
언론은 그린스펀이 연준 회의에 들고 가는 서류가방의 크기까지 관찰했다. 가방이 평소보다 두꺼우면 금리를 변경할 근거 자료를 많이 준비했다는 의미라는 이른바 '서류가방 지표'도 등장했다.
워시 체제에서는 서류가방 대신 AI가 중앙은행장의 과거 발언과 표현을 분석하는 도구로 떠오른 셈이다.
◇ UBS·JP모건도 분석 방식 재정비
F/m인베스트먼츠만 연준 분석 방식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UBS는 워시 의장의 회견과 발언을 분석해 정책 어조의 변화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도 연준이 주요 정책 자료를 줄일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분석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준이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의 개별 연설을 더 면밀히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데이비드 켈리 JP모건자산운용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연준의 소통 방식이 실제로 바뀌기까지는 여러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종 개편안도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것만큼 급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 정책 발표 뒤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월가에서는 연준이 사전 안내를 줄이면 통화정책 발표와 고위 관계자의 공개 발언 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연준이 회의 전부터 예상되는 정책 방향을 시장에 반복해서 전달했다.
투자자들은 실제 결정이 나오기 전에 금리 변경 가능성을 자산 가격에 미리 반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워시 체제에서 정책 신호가 줄면 회의 결과가 시장의 예상과 어긋날 가능성도 커진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출신인 스티브 프리드먼 매케이실즈 선임 거시경제학자는 “연준의 정책 반응 방식이 불분명해지면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제와 통화정책을 분석할 체계가 갖춰진 금융회사에는 정보 격차를 활용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워시가 침묵하면 월러 발언 추적
CNBC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워시 의장의 공개 발언이 줄어들 경우 다른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서 정책 신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드먼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발언을 더 주의 깊게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러 이사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전체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월러 이사는 최근 연준이 과거의 인플레이션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물가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이 선택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이 직접적인 신호를 주지 않으면 시장의 관심이 월러 이사를 비롯한 다른 위원들의 발언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 9월 금리 전망도 시장별로 엇갈려
연준의 신호가 줄면서 향후 금리를 둘러싼 시장의 전망도 크게 갈리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약 59%로 반영했다.
반면 예측시장 칼시에서는 9월 기준금리 동결이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로 평가됐다.
같은 통화정책 결정을 놓고 시장에 따라 상반된 전망이 형성된 것이다.
개리 리처드슨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경제학 교수는 “연준이 제공하는 정보가 많든 적든 시장은 앞으로의 정책을 예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 정보가 줄어들수록 금융회사들이 연준 출신 인사를 영입하거나 AI 분석 도구를 개발해 정책 판단에서 우위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