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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원유 우회수출 41% 급감…수에즈 병목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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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원유 우회수출 41% 급감…수에즈 병목 현실화

호르무즈 막혀 얀부로 돌렸지만 후티 봉쇄에 남쪽 항로 차단…수메드·수에즈 처리능력 하루 350만배럴에 그쳐
이집트의 수메드(SUMED·수에즈-지중해) 송유관. 사진=EIA이미지 확대보기
이집트의 수메드(SUMED·수에즈-지중해) 송유관. 사진=EIA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홍해로 돌렸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이 다시 차질을 빚고 있다.

사우디 서부 얀부항의 원유 선적량은 지난 4월 하루 400만배럴을 웃돌았지만 6월에는 하루 약 239만배럴로 줄었다. 고점과 비교하면 41% 감소한 규모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남쪽 항로에서 사우디 선박을 겨냥한 봉쇄에 나서면서 유조선들은 북쪽의 수에즈 운하와 이집트 수메드 송유관(SUMED·수메드)으로 몰리고 있다.
사우디는 원유를 얀부항에서 이집트 아인수크나항으로 운송한 뒤 수메드 송유관을 통해 지중해 연안으로 보내고 있다.

그러나 수메드 송유관과 수에즈 운하의 처리능력을 합쳐도 하루 약 350만배럴에 불과해 사우디가 기존에 수출하던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남쪽 항로를 잇달아 이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원유 수출량이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고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이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호르무즈 막히자 얀부 수출 하루 400만배럴 돌파


사우디는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사실상 마비되자 동부 페르시아만 연안에서 처리하던 원유를 서부 홍해 연안으로 돌렸다.

동부 유전지대에서 생산한 원유를 하루 700만배럴을 운송할 수 있는 동서 송유관인 페트로라인을 통해 얀부항으로 보낸 것이다.

해상정보업체 윈드워드에 따르면 얀부항의 원유 수출량은 전쟁 이전보다 330% 늘어 지난 3월 하루 약 247만배럴에 달했다.

4월에는 하루 400만배럴을 넘었다.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지 않고도 상당한 수출 물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시기였다.

그러나 얀부항 선적량은 6월 하루 약 239만배럴로 감소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이 6월 말 한때 재개되면서 일부 물량이 페르시아만 항구로 돌아간 영향도 있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무너지고 공격이 재개되자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사실상 폐쇄됐다.

윈드워드는 지난달 29일 호르무즈 해협에 들어간 유조선이 5척, 밖으로 나온 선박이 3척에 그쳤다고 집계했다.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통항량이 극히 적은 수준이다.

사우디는 다시 얀부항을 통한 수출을 확대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홍해 남쪽 항로가 막혔다.

후티가 사우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유조선을 겨냥한 공격에 나서면서 얀부항에서 아시아로 향하던 선박들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기 어려워졌다.

얀부항에 있던 사우디 선박들은 후티의 봉쇄를 피해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항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윈드워드에 따르면 얀부항에는 유조선과 화물선 등 12척이 머물렀으며 원유를 해상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기는 선박 간 환적 작업도 두 곳에서 진행됐다.

일부 선박은 위치신호를 끈 채 원유를 선적하거나 운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 수메드 하루 250만배럴·수에즈 100만배럴 한계


홍해 남쪽 항로를 이용할 수 없게 된 사우디에 남은 해상 수출로는 이집트를 거쳐 지중해로 나가는 북쪽 경로다.

얀부항에서 출항한 유조선이 홍해를 북상해 이집트 아인수크나항에 도착한 뒤 원유를 수에즈·지중해 송유관인 수메드에 넣는 방식이다.

원유는 수메드 송유관을 따라 이집트 지중해 연안의 시디케리르항으로 이동한다. 이후 다른 유조선에 다시 실려 유럽과 북미 또는 아시아 구매자에게 운송된다.

윈드워드는 사우디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최소 3척이 얀부항에서 아인수크나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움직임을 포착했다.

문제는 수메드 송유관의 처리능력이 하루 250만배럴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일부 용량은 다른 산유국과 화주들이 이미 사용하기로 예약한 상태다. 사우디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물량은 전체 처리능력보다 적을 수 있다.

윈드워드는 사우디가 얀부를 통해 수출하던 물량 가운데 약 절반을 수메드 송유관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나머지 물량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유조선에 실어 보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수에즈 운하가 처리할 수 있는 원유 물량은 하루 약 100만배럴로 추산된다.

수메드 송유관과 수에즈 운하의 처리능력을 모두 합쳐도 하루 약 350만배럴이다. 사우디가 동서 송유관과 얀부항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잠재 물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는 사우디가 이론적으로 수에즈 경로를 계속 이용할 수 있지만 기존 수출로와 비슷한 규모의 원유를 이 경로로 운송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후티가 봉쇄를 해제하거나 홍해 남쪽 항로의 안전이 회복되지 않으면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이 앞으로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집트 경로도 공격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최근 이집트 다미에타항에 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이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수에즈 운하와 수메드 송유관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우회로의 안전성에도 우려가 커졌다.

◇ 호르무즈 통항 회복도 전쟁 이전의 65%


사우디 이외 산유국들이 부족한 물량을 대신 공급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ING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수가 이전보다 다소 늘었지만 하루 통항 선박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페르시아만에서 하루 약 1300만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빠져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 이전 물량의 약 65%에 해당한다.

통항량이 일부 회복됐지만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사우디가 수출하지 못한 물량을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나 비회원 산유국이 곧바로 대신 공급할 수 있는지도 변수다.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차질이 동시에 장기화하면 운송 가능한 원유 자체가 줄어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

◇ 생산은 줄었지만 유가 상승에 석유수입 28% 증가


수출량 감소가 사우디의 석유수입 감소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들어 47% 올랐다. 수출 물량은 줄었지만 배럴당 판매가격이 크게 뛰면서 사우디의 재정수입을 떠받쳤다.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올해 2분기 최대 25% 감소했다. 생산 감소는 석유산업을 포함한 경제성장률에 부담을 줬다.

반면 2분기 석유수입은 1분기보다 28% 증가했다. 유가 상승 효과가 생산량 감소를 상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의 재정적자도 상당 폭 줄었다.

그러나 높은 유가로 당장의 재정수입이 늘어난 것과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구축한 얀부 우회로가 후티의 봉쇄에 노출됐으며 이집트로 이어지는 대체 경로마저 처리능력과 보안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사우디가 유가 상승의 혜택을 얻고 있지만 지리적 취약성을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후티의 봉쇄가 이어지고 수에즈·수메드 경로의 처리능력이 확대되지 않으면 사우디는 높은 가격에도 수출 물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