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 250억달러 입찰 예상금리 5.24%…2001년 이후 최고
장기채 공급 줄이면 이자부담 완화하지만 차환 위험 커져
장기채 공급 줄이면 이자부담 완화하지만 차환 위험 커져
이미지 확대보기도널트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5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로 3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무부의 국채 발행 전략까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기 국채 금리가 5%를 훌쩍 넘어선 가운데 재무부가 향후 장기채 공급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국채 발행에 더 의존할 가능성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장기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대신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국채를 다시 발행해야 하는 차환 위험을 키우는 선택이다.
◇30년물 예상금리 5.24%…25년 만의 조달비용
미 재무부는 이날 오후 1시 250억달러(약 35조72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를 입찰한다.
입찰을 앞두고 거래되는 발행예정물 시장에서 새 30년물 예상수익률은 약 5.24%에 형성됐다. 이 수준에서 입찰이 결정되면 미국 정부가 30년 만기 자금을 빌리기 위해 부담하는 금리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아진다.
미 재무부도 이번 입찰 규모가 250억달러이며 13일 오후 1시에 실시된다고 밝혔다. 채권 만기는 2056년 8월 15일이다.
장기 국채 금리는 올들어 5%를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과 수년간 누적된 재정적자, AI 붐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 전통적인 장기채 수요 감소가 동시에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재무부 문구 하나 바뀌자 ‘장기채 축소’ 주목
시장의 관심은 높은 입찰금리 자체에서 재무부가 앞으로 어떤 만기의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할지로 옮겨가고 있다.
재무부는 지난 5월 분기 국채발행계획에서 향후 명목 이표채와 변동금리채(FRN)의 발행 규모를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5일 발표한 새 계획에서는 표현을 향후 변경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쪽으로 바꿨다. 현재 발행 규모를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구조적인 수요와 서로 다른 발행 구조의 비용·위험을 살펴 향후 발행 규모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상’이라는 한 방향의 표현이 ‘변경’으로 바뀌면서 시장에서는 장기물 발행 규모를 오히려 줄일 가능성도 열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재무부가 국채 발행량을 늘릴 필요가 생기더라도 금리 압박이 큰 장기물보다는 2~7년 만기 국채에 증액을 집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미 재무부는 만기 1년 이하 단기국채 비중을 활용해 자금 조달 구조를 앞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장기채 줄이면 당장 싸지만 더 자주 빚 갚아야
만기 단축은 높은 장기금리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0년물을 5.2%가 넘는 금리로 발행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국채 비중을 높이면 현재의 장기 조달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장기금리가 더 올라갈 때 20~30년 동안 높은 이자를 고정해야 하는 위험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도 크다.
만기가 짧은 국채는 정부가 더 자주 기존 부채를 새 국채로 바꿔야 한다.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 금리가 더 높아져 있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대규모 국채를 다시 발행해야 한다.
BTG팩추얼자산운용의 존 패스 매니징파트너는 장기금리를 낮출 확실한 해결책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이라며 국채 발행을 단기 쪽으로 계속 옮기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은 채 만기 구조만 바꾸는 방식은 이자비용 문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넘기는 성격이 강하다.
◇국채 31조달러…2001년과 정반대 상황
이번 30년물 입찰이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조달금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미국 국채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미국은 2001년 당시 30년물 국채 발행을 중단했다. 연방정부가 재정흑자를 기록하면서 정부 부채 공급이 너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던 시기였다. 30년물 발행은 2005년 다시 시작됐다.
25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정반대다.
민간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약 31조달러(약 4경4293조원)로 2018년 이후 두 배로 늘었다. 전통적인 장기 국채 투자자들의 수요가 약해지면서 시장은 같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국채시장이 가격에 더 민감한 투자자들에게 의존하게 될수록 같은 규모의 국채를 팔기 위해 재무부가 더 큰 금리상의 양보를 해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자비용 1672조원…장기금리가 재정적자 다시 키워
높은 국채금리는 재정적자의 결과인 동시에 다시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 회계연도 들어 미국 정부가 공공부채 이자로 지출한 금액은 1조1700억달러(약 1671조7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기존 부채를 차환할 때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함께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3일 30년물 입찰은 단순한 국채 한 차례의 수요 확인을 넘어섰다.
블룸버그는 이번 입찰이 구조적으로 높아진 기간 프리미엄과 지속적인 재정적자, 연준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미 국채시장의 새로운 정상 상태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이벤트라고 분석했다.
30년물 금리가 5.24% 안팎에서 결정되면 미국 정부는 한 세대 만에 가장 비싼 비용으로 장기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장기채를 계속 발행하면 높은 금리를 수십 년 동안 감수해야 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국채 만기를 줄이면 차환 위험이 커진다.
미 재무부가 발행 지침에서 ‘인상’이라는 단어를 ‘변경’으로 바꾼 작은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다. 미국의 문제는 이제 국채를 얼마나 많이 발행할 것인지뿐 아니라 막대한 부채를 어느 만기로 발행해야 가장 적은 위험과 비용으로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로 확대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