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700기 넘는 발전용량 접속 대기…10년 새 대기기간 1년6개월→5년
변압기·차단기 공급난에 전력망 증설 차질…뉴욕 접속비 급증으로 최소 25개 사업 취소
변압기·차단기 공급난에 전력망 증설 차질…뉴욕 접속비 급증으로 최소 25개 사업 취소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전역에서 계통 연결을 기다리는 에너지저장 프로젝트 규모가 750기가와트(GW)에 달하는 가운데 실제 전력망에 접속하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10년 사이 세 배 이상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6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전력회사들이 수십 년간 정체됐던 전력망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변압기와 차단기 등 핵심 장비 공급 부족과 인력난으로 전력망 증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서 저장장치 사업의 경제성은 높아졌지만 이를 전력망에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송전선과 변전소 등 기반시설 구축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750GW 연결 기다려…대기기간 10년 새 3배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에너지저장 프로젝트는 약 750GW에 달한다. 원자력발전소 700기 이상의 발전용량에 맞먹는 규모다.
대기 중인 프로젝트가 모두 건설되는 것은 아니다. 접속 지연이 장기화하면서 이미 상당수 개발업체가 사업을 포기하고 대기열에서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계통 접속에 필요한 시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실제 가동에 들어간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접속 대기기간 중앙값은 2015년 약 1년6개월에서 2025년 5년으로 길어졌다.
배터리 저장장치는 전력 가격이 낮거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을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수요가 증가할 때 공급할 수 있다. 특히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 저녁 시간대 전력망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새로운 대형 배터리를 연결하려면 전력의 양방향 흐름을 처리하기 위해 송전선이나 변전소 같은 시설을 새로 건설하거나 기존 설비를 보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변압기와 차단기를 비롯한 핵심 장비 공급 부족으로 공사비와 건설기간이 늘어나고 숙련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전력회사들이 급증하는 접속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은 지난 1월 규제당국에 전문 전력장비의 긴 조달기간이 프로젝트 지연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차단기는 주문에서 공급까지 거의 4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PG&E가 처리해야 하는 계통 접속 업무량도 이전보다 300% 증가했다.
북부 캘리포니아 솔라노카운티에서는 변전소 차단기 증설이 늦어지면서 합계 450MW 규모의 배터리 프로젝트 2개의 가동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송전선 공사 지연으로 또 다른 800MW 규모의 에너지저장 프로젝트도 일정이 늦어질 위험에 처했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대형 전력회사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에서도 아직 완료되지 않은 전력망 증설 때문에 신규 발전과 에너지저장 설비 13GW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 당국은 밝혔다.
◇뉴욕 접속비 14배 급증…25개 사업 취소
연방정부와 주 규제당국은 계통 접속 대기 문제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단순 선착순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이 많이 진행된 사업을 우선 심사하고 대기열에 들어갔다가 사업을 철회하는 프로젝트에는 비용을 부과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이 접속 신청을 선점하는 것을 줄이는 방식이다.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최근 대기열에 들어오는 프로젝트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며 문제가 일부 개선되는 신호로 평가했다.
그러나 뉴욕에서는 계통 접속에 필요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전력회사와 배터리 개발업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콘에디슨은 지난해부터 배터리 프로젝트가 지역의 최대 전력 수요를 넘어서는 추가 수요를 일으켜 기존 설비에 부담을 줄 경우 개발업체가 전력망 증설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콘에디슨은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지역에 배터리 설치 신청이 지나치게 몰리면서 이를 모두 승인할 경우 현지 전력설비의 수용 능력을 넘어설 수 있어 기준 변경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터리업계는 새 기준이 사업 경제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뉴욕배터리에너지저장기술컨소시엄(NY-BEST)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콘에디슨의 새로운 산정 방식 도입 이후 프로젝트당 비용은 평균 2100만달러(약 298억원) 늘어 이전보다 14배 증가했다.
NY-BEST는 이 때문에 최소 25개 프로젝트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배터리업계는 뉴욕주 규제당국에 콘에디슨이 새 정책을 철회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윌리엄 애커 NY-BEST 전무는 “기존에는 경제성이 있었던 여러 에너지저장 프로젝트가 더 이상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며 뉴욕시에 필요한 배터리 저장시설 개발이 사실상 중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배터리 저장장치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할 핵심 전력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자체의 가격과 공급보다 이를 전력망에 실제로 연결할 수 있는 송배전 설비와 장비,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노후 전력망이 미국 ESS 시장 확대의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