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발 해협 봉쇄에 사우디 30% 턱걸이·이라크·쿠웨이트 급감
미국산 도입량 9,587만 배럴로 급증… 아프리카·미주산 대체 가속
미국산 도입량 9,587만 배럴로 급증… 아프리카·미주산 대체 가속
이미지 확대보기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대한민국의 '중동 중심' 원유 수입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돌파한 반면, 부동의 1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산 비중은 30%대로 턱걸이했다. 해협 봉쇄가 풀리지 않으면서 최근 3개월간 중동산 원유 비중이 절반(50%) 아래로 떨어지는 등 '탈(脫)호르무즈'가 일시적 대피를 넘어 에너지 공급망의 새로운 표준(뉴노멀)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사우디 30.5% 턱걸이·이라크 급감
17일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원유 도입량은 총 4억 6,712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했다. 그러나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원유 수입액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413억 6,700만 달러(약 58조 4,000억 원)를 기록했다. '원유를 덜 들여왔지만 비용은 더 지불한' 셈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원유 도입선의 판도 변화다.
미국산 원유 도입량은 9,587만 배럴로 전체의 20.5%에 달했다. 전년 동기(16.5%) 대비 4.0%p 급증하며 반기 기준 최초로 20% 선을 넘어섰다.
반면 전통적 최대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산 도입 비중은 30.5%(1억 4,247만 배럴)로 전년(33.1%)보다 2.6%p 줄며 30%대를 간신히 방어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통과해야 하는 이라크(7.4%)와 쿠웨이트(4.9%) 비중도 각각 2.6%p, 3.0%p 급락했다. 반면 해협 우회로인 푸자이라항을 보유한 UAE(15.1%)는 3.2%p 상승했다.
대륙별로도 중동산 비중은 68.7%에서 62.3%로 6.4%p 후퇴한 반면, 미주산(26.5%)과 아프리카산(5.6%)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최근 3개월(5~7월) 기준으로는 중동산 수입 비중이 48.5%까지 추락해 사상 처음으로 '중동산 50% 붕괴'를 기록했다.
글로벌 '탈호르무즈' 연쇄 동조
이란이 해협 재개방 조건으로 미군 철수, 전쟁 배상금 지급, 제재 전면 해제 등 6대 선결 조건을 내걸고, 미국 역시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조기 정상화 기대가 꺾였다.
이러한 '탈호르무즈'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공통 현상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14억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며 중동 수입을 지연시키고 있고, 미국은 7월 사우디산 원유 수입을 사실상 '제로(0)'로 줄이고 자국 셰일오일과 베네수엘라산으로 대체했다.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아'… 석유제품 수출 40조
원유 수입 단가 급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국내 정유업계는 뛰어난 고도화 정제 설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36.5% 급증한 281억 7,400만 달러(약 40조 원)를 달성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였던 2022년에 이어 역대 반기 기준 3위에 해당하는 호실적이다. 정부의 나프타 수출 제한 등으로 수출 물량(2억 2,623만 배럴)은 7.5% 줄었으나, 국제 정제마진 및 항공유(85.2%↑)·윤활유(54.1%↑)·경유(48.3%↑)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단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액 대비 석유제품 수출액 비율'은 68.1%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원유를 들여오는 데 쓴 외화 100달러 중 68달러를 가공 완제품 수출로 다시 회수한 셈이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