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CIA 벤처 자본이 유럽 신흥 방산 스타트업 키운 속사정

글로벌이코노믹

CIA 벤처 자본이 유럽 신흥 방산 스타트업 키운 속사정

CIA 연계 펀드 인큐텔, 독일 드론 기업 미국 시장 진입 지원
건당 300만 달러 미만 소액 투자로 주요 동맹국 혁신 기술 네트워크 장악
유럽 정치권에서 미국의 전략적 영향력 확대와 기술 주권 종속 우려 제기
2026년 8월 25일, 독일 퀀텀 시스템즈 시설에 있는 드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8월 25일, 독일 퀀텀 시스템즈 시설에 있는 드론. 사진=로이터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계 투자사 인큐텔(IQT)이 독일 드론 제조사 퀀텀시스템즈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도우며 유럽 신흥 방산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026년 8월 31일(현지시각) 미국 정보기관 자본이 유럽 방산 생태계에 깊숙이 관여하며 기술 주권 종속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관 자본의 유럽 방산 시장 진출


독일 드론 제조사인 퀀텀시스템즈의 스벤 크루크 공동대표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큐텔을 포함한 미국 투자자들이 워싱턴의 문을 열어주고 중앙정보국과 연방수사국(FBI)과의 계약을 수주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정찰용 드론을 우크라이나와 독일 등에 공급하는 퀀텀시스템즈는 초기 독일 고객보다 미국 시장에서 더 빠르게 기반을 다졌다. 중앙정보국과의 정찰 계약 매출 규모는 작았으나, 이를 통해 기업 대외 신뢰도를 높였다.

소액 투자로 유럽 첨단 기술망 포섭


인큐텔의 투자 규모는 건당 300만 달러(약 41억원) 미만으로 대개 소액이다. 그러나 미국 방산 구매자들과 유망 기업을 연결하는 강력한 가치를 발휘한다.

인큐텔은 방산 기업 스타크 지분을 보유하는 한편, 정찰 위성과 사이버 보안 등 안보 기술 전반으로 투자를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 방산 기술 기업 안두릴 등도 지원했다.

제니퍼 넬슨 인큐텔 국제담당 부사장은 유럽 딥테크 생태계가 안보 임무에 중요한 혁신의 원천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독일을 유럽 방산 생태계의 초석이자 중요한 전략적 동맹국으로 꼽았다. 인큐텔은 동맹국 정부가 혁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이중용도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파급 영향과 기술 주권 논란


유럽이 방산 독립을 추진하는 사이 미국 자본 유입이 늘자, 유럽 정치권에서는 기술 주권 종속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리 아그네스 슈트라크 치머만 유럽의회 안보방위소위원회 위원장은 인큐텔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보기관을 위해 최고 기술을 확보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주체라는 설명이다.

투자 지분과 개발 계약 등을 통해 미국 정부가 기업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자본을 유치한 방산 기업들은 미국 수출 통제 규정의 지배를 받는다.

미국에서 개발한 기술이 포함된 제품은 미국의 승인 없이 다른 나라에 판매할 수 없다. 독일 국방부는 주주가 방산 기업의 운영이나 기술 연구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인큐텔과 같은 공공 안보 벤처기구가 부족해 스타트업들이 미국 자본과 규제 조건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유럽 정책 입안자들은 역내 스타트업 자금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본 유치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국 방산 네트워크 종속 현상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인큐텔이 향후 독일의 이중용도 기술 혁신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어디까지 확대할지, 그리고 유럽 자립 방산 펀드가 이에 대응할 대안을 마련할지가 향후 안보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