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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만부터 공항까지…트럼프 ‘이름 바꾸기’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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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만부터 공항까지…트럼프 ‘이름 바꾸기’ 어디까지

호수·산·공공기관·군함으로 개명 확산
일부는 확정, 일부는 제안 단계…대통령 권한 한계도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 바꾸기’가 미국만과 매킨리산에서 호수·공공기관·교통시설·군함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실제로 연방정부 공식 명칭이 바뀐 곳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방안이 거론된 공항과 기차역, 해협도 등장했다.

그러나 다른 국가와 주정부, 민간기업까지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명칭 변경을 둘러싼 법적·외교적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을 자신의 이름을 딴 ‘트럼프 해협’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그의 광범위한 개명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멕시코만·데날리 이어 온타리오호까지

실제로 연방정부의 공식 명칭이 바뀐 대표적인 사례는 멕시코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25년 1월 20일 멕시코만의 미국 내 공식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같은 행정명령을 통해 알래스카주의 북미 최고봉인 데날리산의 연방정부 공식 명칭도 매킨리산으로 되돌렸다. 다만 데날리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이라는 명칭은 유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걸쳐 있는 온타리오호의 미국 내 공식 명칭을 ‘아메리카호’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미 내무부에 지리명칭정보시스템(GNIS)을 수정하고 연방기관들이 새 이름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캐나다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온타리오호라는 기존 명칭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호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과정에서 대서양이나 태평양 또는 두 곳 모두의 이름을 바꿀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새 명칭은 제시하지 않았다.

◇케네디센터·평화연구소에도 ‘트럼프’

개명 대상은 자연지형을 넘어 공공기관으로도 확대됐다.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추가해 기관을 ‘도널드 J. 트럼프·존 F. 케네디 공연예술기념센터’로 부르고 있다.

다만 의회가 법률로 설립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기념시설의 이름을 이사회가 임의로 바꿀 권한이 있는지를 놓고 법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평화연구소(USIP) 본부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붙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워싱턴 본부 건물을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재명명했다. 이 기관 역시 의회가 설립한 독립기관이어서 행정부의 운영권 장악 과정과 명칭 변경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군사시설도 대거 이름이 바뀌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육군기지 9곳의 명칭을 변경했다. 포트 리버티는 포트 브래그로, 포트 무어는 포트 베닝으로 바뀌었고 포트 피켓, 포트 후드, 포트 고든, 포트 리, 포트 폴크, 포트 러커 등의 명칭도 복원됐다.

다만 이들 기지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다. 과거 남부연합 인사와 같은 성을 가진 다른 미군 인물을 기리는 방식으로 명칭을 바꾼 경우도 포함됐다.

◇펜역·덜레스공항에도 이름 붙이기 거론

아직 제안이나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뉴욕 펜실베이니아역을 ‘트럼프역’으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됐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측은 누가 먼저 이 구상을 제안했는지를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백악관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방안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에서는 팜비치 국제공항을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국제공항’으로 변경하는 절차가 추진됐다.

다만 이는 대통령 행정명령이 아니라 플로리다주 정치권 차원의 움직임이며 연방항공청(FAA) 승인 등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

트럼프 이름은 군함에도 등장했다.

미 해군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트럼프급’ 전함 건조 계획을 발표했다. 첫 함정으로 계획된 USS 디파이언트는 아직 설계 단계이며 건조 목표 시점은 2030년대 초다.

아르메니아를 거쳐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나히체반 자치공화국을 연결하는 운송로에는 ‘국제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루트(TRIPP)’라는 이름도 붙었다.

◇연방정부가 바꿔도 해외·민간에는 강제 못 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름을 바꿨다고 해서 모든 국가와 기관, 기업이 새로운 명칭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위크는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기관에 특정 지명을 쓰도록 지시할 수 있지만 다른 국가와 미국의 주정부, 국제기관, 민간기업까지 이를 따르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의회가 법률로 명칭을 정한 공공기관은 대통령이나 기관 이사회가 어느 범위까지 이름을 변경할 수 있는지도 별도의 법적 쟁점이다.

지도 서비스 업체들의 대응도 엇갈린다.

구글 지도는 미국 사용자에게 아메리카호를 표시하고 캐나다에서는 온타리오호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두 이름을 함께 표시한다. 애플도 비슷한 방식으로 변경된 명칭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반면 지도 서비스 맵퀘스트는 온타리오호라는 기존 이름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이후 맵퀘스트 다운로드는 수십만건 증가했으며 이용량도 평소의 약 50배로 늘었다. 지난달 30일 기준 미국 애플 앱스토어 내비게이션 부문 1위에도 올랐다.

온타리오호 개명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위크가 인용한 로이터·입소스의 8월 28~30일 성인 1023명 대상 조사에서는 63%가 개명에 반대했고 찬성은 14%였다. 이코노미스트·유고브의 8월 28~31일 조사에서도 반대 68%, 찬성 15%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명칭 변경 행보는 연방정부 지도와 계약서, 데이터베이스, 기관 문서에 실제 영향을 미치지만 그 범위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뉴스위크는 “자연지형에서 공공기관과 교통시설, 군사자산으로까지 개명 대상이 확대되면서 미국 대통령이 행정권으로 어디까지 이름을 바꿀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