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달러 넘는 재정부담·인플레 우려…대통령 단독 집행 땐 헌법소송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약 671만원)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실제 집행까지는 정치·경제·법적으로 높은 장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를 ‘사회주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와 즉각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지지가 엇갈리고 있다. 1조달러(약 1341조1000억원)가 넘는 막대한 재정부담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도 걸림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지키면 미국 성인 시민에게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트럼프 배당금’이라고 부르면서 지급받은 돈을 반드시 미국 안에서 써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캐나다, 중국, 독일 등에서 돈을 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미국 내 사용을 어떻게 강제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FT는 “지급 대상의 구체적인 자격 기준이나 재원, 지급 방식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공화당 내부서도 “사회주의” 반발
FT에 따르면 5000달러 공약을 놓고 공화당 내부 반응은 엇갈렸다.
보수 성향의 칩 로이 공화당 하원의원은 10일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 자체를 비판하면서 정부 지출과 보조금, 시장 개입이 각종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지만 이후 등을 돌린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연방하원의원은 더 직접적으로 반발했다.
그린 전 의원은 X에 “어느 당에 투표하든 사회주의를 얻게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은 11월 3일 선거가 끝나는 즉시 ‘트럼프 배당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공약은 논란이 될 만한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경제가 계속 부를 창출한다면 그 부가 미국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옹호했다.
FT는 공화당 내에서도 재정지출을 중시하는 보수파의 반발이 예상돼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더라도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1조달러 넘게 풀리면 인플레 다시 자극
경제적 부담은 더욱 크다.
FT는 공약이 전면 시행될 경우 세계 최대 경제에 1조달러가 넘는 현금이 한꺼번에 투입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정부의 대규모 현금 지급은 경기침체, 금융위기, 팬데믹 같은 경제적 비상상황에서 소비와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현재 미국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상승, 차입비용 증가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공공부채도 40조달러(약 5경3644조원)에 이른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오히려 수요와 물가 압력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지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초당파 단체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의 마크 골드웨인 선임정책국장은 “5000달러 지급안이 시행되면 재정적자가 급증하고 인플레이션도 거의 확실하게 크게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이런 상황에서 가계에 대규모 현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것은 현재 미국의 통화·재정 여건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마음대로 지급 못해…의회 승인 필수
법적인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재무부에 5000달러짜리 수표 발송이나 계좌이체를 지시하는 방식으로 의회를 우회할 경우 헌법에 위배된다는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권한은 의회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배당금을 지급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이를 정책적으로 부적절한 정치적 현금 지급으로 보고 반대할 가능성이 크고 공화당도 재정지출에 보수적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분열될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금 지급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집권 2기 초기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끌었던 정부효율부의 연방정부 지출 절감액 일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언급했다.
각국에 부과한 관세에서 발생한 수입을 미국 국민에게 배당하는 방안도 여러 차례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어느 것도 실행되지 않았다. 백악관이 의회에 제출할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전시키지 않았고 공화당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5000달러 공약 역시 지급 대상과 재원, 집행 방식이 제시되지 않은 단계다.
FT는 정치적으로는 중간선거 판세를 바꿀 수 있는 승부수가 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위험이 크고 실제 집행을 위해서는 의회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