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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채용된다"… 전 세계 AI 인프라 확장 속 亞 반도체 '극심한 인력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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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채용된다"… 전 세계 AI 인프라 확장 속 亞 반도체 '극심한 인력 가뭄'

"살아있는 엔지니어는 대기업이 이미 싹쓸이"… 대만 구직자 1명당 일자리 2개 이상, 건설은 12개 달해
2년 차 엔지니어 월급 400만 원 돌파… 비전공자·고졸·외국인까지 흡수하며 채용 기준 전면 완화
TSMC 홀로 올해 8천 명 채용·ASE 105억 불 증액… 대만 출산율 0.69명 인구 절벽 속 '확장 지연' 경고


TSMC 로고는 2025년 4월 15일 대만 신주에 있는 한 건물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TSMC 로고는 2025년 4월 15일 대만 신주에 있는 한 건물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촉발된 글로벌 하드웨어 인프라 증설 붐이 천문학적인 자본 투입을 끌어내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제조의 심장부인 아시아 전역에서 전례 없는 '엔지니어 및 기술 인력 고갈'이 AI 공급망 확장의 최대 병목 요인(Chokepoint)으로 급부상했다.

대만과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파운드리, 후공정(패키징), 기판, 소재·장비 업체들이 설비투자(CAPEX) 계획을 역대 최대치로 증액하고 공장 증설에 나섰지만, 현장에 투입할 엔지니어는 물론 팹(Fab) 건설 인력과 현장 오퍼레이터조차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로 인해 2~3년 차 초급 엔지니어의 몸값이 수년 전 시니어급으로 치솟고, 문과 출신 비전공자와 고졸 인력까지 무차별 흡수하는 등 극단적인 채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아시아의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맞물린 인력 부족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빅테크들의 차세대 AI 칩 공급망 전체가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9월 16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타이베이발 보도에 따르면, 대만 중부에서 첨단 화학기계연마(CMP) 패드 생산 라인을 확장 중인 신흥 소재업체 IV 테크놀로지스의 웨인 양(Wayne Yang) 총괄 매니저는 대학 동창들에게 채용 추천을 부탁했다가 "미안하지만, 살아 숨 쉬는 엔지니어라면 이미 대기업들이 싹 다 채용해 갔다"는 자조 섞인 답변을 들어야 했다.

"구직자 1명에 일자리 12개"… 2년 차 엔지니어 월급 400만 원 '껑충'


대만 최대 구직 플랫폼인 '104 잡뱅크(104 Job Bank)'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대만 반도체 산업의 구인 배율(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은 2.0을 훌쩍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팹 건설 및 클린룸 설비 인프라 부문의 인력난은 더욱 처참해 구직자 1명당 무려 12개의 일자리가 쏟아지는 기형적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인력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임금 상승률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일본계 반도체 장비 공급사 관계자는 "입사한 지 불과 1년 반 된 신입 사원이 경쟁사로부터 연봉 30% 인상 제안을 받고 이직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대만에서는 경력 2년 차 장비 엔지니어가 보너스를 제외하고도 월 최대 10만 대만달러(약 3,150달러·약 420만 원)의 급여를 제안받고 있다.

이는 과거 6~7년 차 중견 엔지니어가 받던 임금 수준이다.

채용 문턱도 완전히 허물어졌다.

승무원 출신의 비전공 구직자 아이비 첸(Ivy Chen) 씨는 "과거 기술 기업 지원 시 서류 탈락이 다반사였으나, 올해는 지원서를 넣는 족족 면접이 잡히고 면접관들이 '언제 출근할 수 있느냐'부터 물었다"고 전했다.

장비 협력사인 그랜드 프로세스 테크놀로지(GPTC)의 호튼 창(Horton Chang) 회장은 "사내 추천 보너스를 내걸고 외국인 노동자 채용과 2교대 전환까지 검토하고 있으나 수백 개의 공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1,360억 달러 쏟아붓는 공장들… TSMC 홀로 8천 명·ASE 3천 명 '채용 블랙홀'


인재 부족의 근본 원인은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반도체 제조사들의 전례 없는 '설비 증설 폭주'에 있다.

닛케이 집계에 따르면, 아시아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2026년 공장 증설과 패키징 설비 확충을 위해 약속한 자본적 지출(CAPEX) 규모만 이미 1,360억 달러(약 182조 원)를 돌파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패키징·테스트(OSAT) 기업인 ASE는 올해 자본 지출을 연초 70억 달러에서 최근 105억 달러(약 14조 원)로 두 차례나 전격 상향했다.

티엔 우(Tien Wu) ASE CEO는 "하드웨어 공급망 전체가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며 "올해만 최소 3,000명을 신규 채용해야 하고 내년에도 1,000명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인재 채용은 세계적인 한계에 부딪혔다"고 토로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 역시 인재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됐다.

TSMC는 올해 대만 본토에서만 약 8,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며,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구마모토, 독일 드레스덴 공장을 위한 글로벌 인력 수혈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TSMC의 글로벌 임직원 수는 2022년 초 6만 5,931명에서 2026년 초 9만 1,353명으로 4년 만에 38% 이상 폭증했다.

TSMC는 국립대 중심의 엘리트 채용 기조를 탈피해 고등학교 졸업자까지 생산 오퍼레이터로 채용하는 한편, 공급망 협력사들과 대규모 공동 채용 박람회를 열고 임원들을 모교로 급파하고 있다.

한·일·대만 '저출산 절벽' 직격탄… 반도체 공급망 중장기 리스크 부상


전문가들은 이번 인력난이 단기적 경기 변동을 넘어, 동아시아 반도체 삼각 축(대만·한국·일본)의 구조적인 '인구 절벽'과 정면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Foundries)의 탄유 콩(Tan Yew Kong) 부사장은 "첨단 패키징, 실리콘 포토닉스, 스마트 제조 등 AI 인프라 신기술이 요구하는 인재 수준은 고도화되고 있는데 기존 교육 파이프라인의 공급 속도는 턱없이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출산율 급락이라는 인구학적 재앙이 겹쳤다.

2025년 기준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14명, 한국은 0.82명이며, 세계 반도체 제조의 60% 이상을 도맡은 대만은 올해 8월 기준 32개월 연속 인구 감소를 기록하며 출산율이 0.69명까지 추락했다.

인력 풀 자체가 물리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104 잡뱅크 보고서에 따르면, AI 자동화 확산으로 칩 설계 및 생산 라인 직무의 20%가 데이터 분석 역량을 필수로 요구하면서 재교육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설비 확장에 따른 재무 건전성 관리와 공장 확충을 위해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재무·회계 관리자(연봉 15% 상승)와 공장 관리자(임금 10% 상승), 시설 경비·소방 인력까지 반도체 업계로 대거 유입되는 기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아시아 반도체 벨트의 극심한 인재 부족 사태는, 향후 ‘천문학적인 자본과 첨단 장비를 투입하더라도 이를 운용할 핵심 기술 인력이 결핍될 경우 차세대 AI 칩의 생산 병목과 납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물리적 현실을 일깨운 사건’인 동시에 ‘동아시아 특유의 저출산 인구 쇼크가 글로벌 첨단 IT 공급망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핵심 지정학적 리스크로 비화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경고음’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