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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완전 전기차 전환 백지화"… 벤틀리, 하이브리드 수명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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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완전 전기차 전환 백지화"… 벤틀리, 하이브리드 수명 연장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신임 CEO "소비자 수용 속도에 발맞춰 유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전환"
첫 순수전기차(BEV) 출시 2026년서 2027년으로 1년 연기… 신차 개발 기간 36개월로 대폭 단축
초고가 고객층의 충전 저항·내연기관 감성 고수… 포르쉐·벤츠 이어 하이엔드 '전동화 속도조절' 확산


2030년 완전 순수전기차 전환 목표를 전격 철회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 연장에 나선 벤틀리. 사진=벤틀리이미지 확대보기
2030년 완전 순수전기차 전환 목표를 전격 철회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 연장에 나선 벤틀리. 사진=벤틀리


영국의 대표적인 초호화 수제작 완성차 브랜드 벤틀리(Bentley Motors)가 2030년까지 전 라인업을 100%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로 전환하겠다던 기존의 전동화 비전 '비욘드100(Beyond100)' 전략을 공식 폐기했다.

대중차 브랜드에 이어 초고가 하이엔드 럭셔리 세그먼트에서조차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Chasm)와 충전 인프라에 대한 VIP 고객층의 피로감이 뚜렷해지자, 교조적인 '완전 무공해차' 목표를 내려놓고 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파워트레인의 수명을 2030년 이후까지 대폭 연장하기로 전격 선회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독일계 프리미엄 제조사들이 전동화 속도조절에 나선 데 이어, 폭스바겐 그룹 내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인 벤틀리마저 완전 전동화 일정을 백지화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파워트레인 전환 셈법이 '유연한 실리주의'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9월 27일(현지시각) 글로벌 자동차 전문 매체 폴탄(Paul Tan's Automotive News) 보도에 따르면, 벤틀리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프랑크-슈테펜 발리저(Frank-Steffen Walliser) 박사는 최근 글로벌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벤틀리는 현실적인 시장 수요와 고객들의 수용 속도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며 전동화 타임라인 수정을 공식 선언했다.

'2030 BEV 단일화' 백지화… 2030년대에도 PHEV 지속 생산


벤틀리는 지난 2020년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비욘드100' 전략을 통해 2026년까지 전 라인업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로 구성하고, 2030년에는 내연기관 엔진을 완전히 퇴출해 순수 배터리 전기차만 생산하는 '완전 탄소중립 럭셔리 브랜드'로 탈바꿈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발리저 CEO는 이번 발표를 통해 2030년 완전 전기차 단일화 목표를 공식 철회했다.

그는 "고객들이 원하는 한, 벤틀리는 2030년 이후에도 하이브리드 드라이브트레인을 지속적으로 유지 및 공급할 것"이라며 "내연기관의 감성적 사운드와 강력한 출력을 전기 모터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향후 수년간 브랜드의 핵심 수익원이자 주력 라인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벤틀리의 간판 모델인 콘티넨탈 GT(Continental GT), 플라잉스퍼(Flying Spur), 벤테이가(Bentayga) 등의 차세대 V8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급 수명은 2030년 중반 이후까지 대폭 연장될 전망이다.

첫 순수 EV 출시 2027년으로 1년 순연… 개발 주기 '36개월'로 압축


순수 배터리 전기차의 데뷔 시점도 뒤로 밀렸다.

당초 벤틀리는 영국 크루(Crewe) 본사 공장의 대규모 현대화 투자를 통해 2026년 하반기 자체 최초의 도심형 럭셔리 순수 전기 SUV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장 환경 변화와 소프트웨어 완성도 제고를 이유로 첫 순수 전기차의 공식 론칭 시점을 2027년으로 1년 순연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벤틀리는 급변하는 글로벌 규제와 시장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착수한다.

과거 5년 안팎이 소요되던 신차 개발 주기를 36개월(3년) 수준으로 대폭 단축하는 파격적인 '패스트 트래킹(Fast-tracking)' 프로세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순수 전기차, 고성능 하이브리드, 합성연료(e-Fuel) 대응 내연기관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시장 수요의 진폭에 맞춰 유연하게 교체 탑재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모듈러 구조를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수억 원대 차 타며 충전기 찾기 싫다"… 초호화 고객 저항에 '현실론' 득세


벤틀리가 완전 전동화 깃발을 내린 배경에는 초고가 럭셔리카 시장 특유의 보수적인 소비 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

평균 차량 가격이 수억 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럭셔리 고객층은 고출력 다기통 내연기관(V8·W12) 특유의 엔진 질감과 장거리 주행 시의 즉각적인 주유 편의성을 여전히 브랜드 가치의 핵심으로 꼽는다.

공공 급속 충전소의 대기 시간이나 고장 등 불편한 인프라 현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무거운 배터리 전기차를 선택해야 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애스턴마틴,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경쟁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순수 전기차 출시를 늦추거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을 대폭 늘리는 등 '전동화 궤도 수정'을 잇따라 단행하고 있다.

벤틀리의 이번 2030 전동화 목표 철회는, 이상주의적 환경 규제에 기대어 무리하게 추진되었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조기 전동화 로드맵이 실물 시장의 냉혹한 수요 한계에 부딪혀 '하이브리드 병행'이라는 현실적 타협점으로 안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초호화 럭셔리 진영의 이러한 전략적 선회는, 배터리 중심의 미래차 전환을 추진해 온 글로벌 배터리 및 부품 공급망 생태계 전반에도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재조정 압박을 가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