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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질주하는 대만… 1억 원 연봉 뒤편 전통 제조업은 멈춰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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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질주하는 대만… 1억 원 연봉 뒤편 전통 제조업은 멈춰 선다

- 반도체 상장사 평균 연봉 1억 1008만 원, 관광업의 4.75배로 소득 격차 사상 최대 벌어져
- 대만 행정원 주계총처 11.05% 성장률 전망 이면에 자본·인력 쏠림과 전통 제조 위축 심화
- 한국 반도체 수출 편중과 뿌리산업 가동률 저하 겹쳐… 인공지능 인프라 공유 과제 부상
대만 상장 반도체 기업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관광업 종사자보다 4.7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상장 반도체 기업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관광업 종사자보다 4.7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제미나이3

대만 상장 반도체 기업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관광업 종사자보다 4.7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페이타임스는 2026년 9월 28일(현지시각) 대만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두 자릿수를 가리키지만 그 이면에는 전통 산업이 위축되는 '케이(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 부문으로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면서 전통 제조업이 전환 한계에 부딪히는 현상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계에도 직결되는 구조적 문제다.

자본과 인력 흡수한 인공지능 호황


대만 상업발전연구원의 주하오 상업발전·전략연구 부문장은 대형 기술 기업들이 거둔 막대한 이익을 바탕으로 투자금과 숙련 인력,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자원을 독점 흡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전통 산업은 자본과 인력이 부족해 기술 전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정체되는 상태다.
기술 부문과 비기술 부문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주하오 부문장은 인공지능 개발이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화려한 성장률 수치가 불균등한 부의 분배를 가리고 있다고 짚었다. 인공지능 산업의 결실이 사회 전반과 일반 대중에게 고르게 퍼지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현장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호텔 기업 윈핀 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딩 사장은 인건비와 식자재비 상승으로 숙박업계가 초고가 전략을 택하거나 마진 축소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가구 수출기업인 상이 글로벌의 제이 셰 회장 역시 자본이 인공지능과 주식시장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미국 관세와 수요 침체가 겹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통 기업 에슬라이트의 린자셴 부문장은 인공지능 발전이 소비를 자극하면서 매장 방문객이 10%가량 늘었다고 밝혀 일부 서비스업의 수혜를 언급했다.

수치로 확인된 4.75배 소득 격차


대만증권거래소와 타이베이거래소가 집계한 공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장 반도체 기업 직원의 1인당 평균 연간 급여는 258만 대만달러(약 1억 1008만 원)였다. 같은 기간 상장 관광업 종사자의 평균 급여는 54만 3000대만달러(약 2317만 원)에 그쳤다. 반도체 업종 평균 임금이 관광업의 4.75배에 달하며 5배에 육박했다.

이러한 소득 불균형은 거시 경제 지표의 착시 현상과 맞물려 있다. 대만 행정원 주계총처는 지난달 발표에서 견조한 수출 실적을 근거로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11.05%로 제시했다. 지난해 성장률 실적인 8.76%를 2.29%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주하오 부문장은 이 같은 고성장이 광범위한 산업 생태계의 침체를 가리는 가림막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 산업의 활로로는 단순 제조를 넘어선 인공지능 응용이 제시됐다. 주하오 부문장은 나사 공급 업체를 예로 들며, 단순 부품 납품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결합한 고부가가치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인공지능 인프라를 저렴하게 임대하거나 공유하는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제조업 밸류체인에 미치는 파장


대만 경제의 양극화 구조는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계에도 직결된다. 국내에서도 첨단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으로 우수 연구 인력과 정책 자금이 집중되면서, 금형·용접·기계가공 등 전통 뿌리 제조업체들의 구인난과 원가 상승 부담이 누적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통계와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속에서도 일반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과 수익성은 둔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타이페이타임스가 지적한 대만의 케이자형 균열은 중간재 부품 공급 단가 상승과 기술 격차 확대로 이어져 한국 완제품 제조 경쟁력의 기초를 약화시킬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첨단 산업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중소 뿌리기업이 인공지능 공유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는 정책적 통로가 마련되는지 여부가 산업 양극화 완화의 분수령이 된다. 기술 혁신의 성과를 제조 현장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공공 인프라 구축 여부가 향후 제조업 생태계의 안정성을 결정짓는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