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시대 궈자야오 구간, 6m 성벽 뚫어 '슬래그 덤프 통로'로 악용… 유네스코 유산의 굴욕
2015년부터 내부고발 잇따랐으나 지방정부 묵살… 2025년까지 보호 표지판조차 미설치 '직무유기'
CCTV 폭로 뒤 성 당국 개입, 탄광사 벌금 100만 위안·임원 구속… 만리장성협회 "관리 체계 실패 경종"
2015년부터 내부고발 잇따랐으나 지방정부 묵살… 2025년까지 보호 표지판조차 미설치 '직무유기'
CCTV 폭로 뒤 성 당국 개입, 탄광사 벌금 100만 위안·임원 구속… 만리장성협회 "관리 체계 실패 경종"
이미지 확대보기외국 정상들과 주요 외교 사절들이 베이징 인근의 잘 복원된 바달링(八達嶺)이나 무톈위(慕田峪) 만리장성을 걸으며 중국 문명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동안, 중국 북중부 산간 오지에 위치한 명나라 시대 만리장성의 고대 석조 성벽이 석탄 광산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기 위한 지름길 개설용으로 무참히 뚫리고 파괴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지역 주민들과 내부 고발자들이 무단 훼손 행위를 10년 가까이 관계 당국에 지속적으로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관할 지방정부가 이를 철저히 묵살하고 방치해 온 사실이 중국 국영방송의 심층 보도를 통해 확인되면서 중국 문화재 행정의 고질적인 직무유기와 부패 커넥션에 대한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9월 28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인용한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의 탐사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산시(山西)성 신저우(忻州)시 닝우(寧武)현에 위치한 만리장성 궈자야오(郭家窯) 구간이 인근 탄광 업체들의 석탄 슬래그(폐석·찌꺼기) 무단 투기 도로로 악용되면서 성벽에 폭 6m가 넘는 거대한 통로가 뚫리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물리적 피해를 입었다.
"돌아서 가기 귀찮다"… 탄광차 통행 위해 고대 석재 무단 철거
이후 2013년 여러 군소 광산이 통폐합되면서 설립된 '선다차오카이(深達朝凱) 석탄산업'은 험준하고 긴 산길을 우회하는 물류비와 운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성벽의 절개된 틈새를 정식 덤프트럭 통행로로 확장했다.
성벽 한쪽에는 채굴 현장이, 반대편에는 대규모 슬래그 매립장이 위치한 지형적 구조 탓에, 트럭들이 고대 성벽을 관통해 질주하는 기괴한 광경이 수십 년간 이어졌다.
명나라(1368~1644년) 시기에 축조된 이 구간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쌓아 올린 군사 방어 요충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만리장성의 핵심 자산이다.
그러나 2006년 중국 국무원이 제정한 '만리장성 보호 조례'가 문화재 훼손 시 즉각적인 현장 보존 조치와 상급 기관 통보, 물리적 보호 표지판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궈자야오 구간에는 사건이 공론화되기 직전인 2025년까지도 경계 표지석이나 보호 안내판이 단 하나도 설치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내부고발 10년 묵살한 지자체… 언론 폭로 뒤에야 늑장 수사
가장 큰 문제는 지방정부의 조직적인 방조와 묵인이었다.
현지 주민과 환경 활동가들은 2015년부터 닝우현 문화재 관리 부서에 탄광 업체의 성벽 훼손 실태를 반복적으로 진정했으나, 현청 관계자들은 예산과 인력 부족, 험준한 지형 등을 핑계로 아무런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현지 공무원들은 CCTV 취재진에게 "해당 탄광이 2019년 이후로는 문화재 핵심 보호 구역 내에서의 추가 발굴을 중단했기 때문에 과거의 불법 행위까지 굳이 처벌하거나 성 정부에 보고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황당한 해명을 늘어놓았다.
결국 대중의 분노와 언론의 끈질긴 추재가 이어지자 산시성 정부는 올해 3월에야 합동 특별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성 정부는 조사를 통해 선다차오카이 석탄산업에 문화재 무단 훼손 및 미승인 공사 혐의로 총 100만 위안(약 1억 9,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지난 5월에는 불법 행위를 주도한 전직 회사 임원과 실소유주 회계 책임자를 형사 구금했다.
조사 결과 궈자야오뿐만 아니라 닝우현 내 다른 여러 만리장성 산간 구간에서도 관리 감독의 공백을 틈탄 불법 채굴과 폐기물 투기로 유사한 훼손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 압박에만 의존하는 유산 관리, 제도적 파산 증명"
중국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지방정부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문화재 행정의 구조적 실패가 빚어낸 참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만리장성학회(Great Wall Society of China)의 둥야오후이(Dong Yaohui) 전 부회장은 CCTV 인터뷰에서 "문화유산 보존이 평상시의 일상적 감독 시스템이 아닌 대중의 여론 압력과 언론 폭로에만 의존해 이뤄진다면 이는 명백한 거버넌스의 파산"이라며 "사태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훼손을 조기에 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상시 감독 메커니즘을 복원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닝우현 인민정부는 긴급 공고를 내고 불법 슬래그 투기 전면 단속과 함께 훼손된 성벽에 대한 긴급 구조 보강 및 생태 복원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사건을 10년 넘게 묵인해 온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유기와 비위 혐의에 대해서도 고강도 감찰을 진행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수조 원을 들여 대도시 인근의 장성을 치장하며 문화 강국을 자처해 온 중국에서 터져 나온 이번 오지 만리장성 파괴 참사는, 화려한 소프트파워 외교 이면에 도사린 지방 토착 세력과 광산 자본의 유착, 그리고 오지 문화재 관리의 뼈아픈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