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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곳간 털어 인공지능 올인하는 유럽 기업들, 인프라 발주 멈칫하자 한국 반도체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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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털어 인공지능 올인하는 유럽 기업들, 인프라 발주 멈칫하자 한국 반도체도 긴장

- 유럽중앙은행 기업 금융 접근성 조사… 투자 기업 72% 사내 유보금과 현금흐름으로 비용 충당
- 데이터 기반시설 외부 차입 확률 16%포인트 상승… 담보 없는 무형자산 대출 장벽 노출
- 유럽 인프라 증설 지연 땐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타격… 기업 실적 의존형 투자 구조 한계
향후 12개월 동안 인공지능 전환에 나서는 유로존 기업 열 곳 가운데 일곱 곳 이상이 사내 유보금과 영업 현금흐름만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외부 금융 차입이 데이터 기반시설 같은 담보 자산에 치우치면서 유럽 전반의 기술 채택 속도가 늦춰질 위험이 커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향후 12개월 동안 인공지능 전환에 나서는 유로존 기업 열 곳 가운데 일곱 곳 이상이 사내 유보금과 영업 현금흐름만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외부 금융 차입이 데이터 기반시설 같은 담보 자산에 치우치면서 유럽 전반의 기술 채택 속도가 늦춰질 위험이 커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향후 12개월 동안 인공지능 전환에 나서는 유로존 기업 열 곳 가운데 일곱 곳 이상이 사내 유보금과 영업 현금흐름만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외부 금융 차입이 데이터 기반시설 같은 담보 자산에 치우치면서 유럽 전반의 기술 채택 속도가 늦춰질 위험이 커졌다.

자체 현금에 전적으로 기대는 자금 구조는 유럽 현지의 하드웨어 확충을 지연시켜 한국 반도체 공급망의 수요 확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내 유보금에 갇힌 인공지능 투자


유럽중앙은행은 2026년 10월 2일(현지시각) 공식 블로그를 통해 유로존 내 약 5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금융 접근성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역내 기업들이 향후 12개월 동안 추진할 인공지능 기술 투자 계획과 구체적인 자금 조달 경로를 추적했다.
조사 결과 인공지능 투자를 계획 중인 기업의 72%가 내부 자금을 조달 수단으로 꼽았다. 사내에 쌓아둔 이익잉여금과 영업 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에 재원을 전적으로 기대는 구조다. 반면 은행 대출과 정부 보조금, 리스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16%에 머물렀다. 주식 발행이나 벤처캐피털 자금을 활용하겠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회사채 발행을 고려하는 기업은 1%에 그쳤다. 조사 대상 기업의 18%는 아직 자금 조달 방식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기업은 단일 금융 수단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단독 조달 수단 가운데는 내부 자금 활용이 가장 지배적이었다. 두 가지 이상의 수단을 섞어 쓰는 기업도 내부 자금에 은행 대출이나 리스를 덧붙이는 방식을 주로 취했다. 외부 금융 수단끼리만 조합해 자금을 끌어오는 사례는 드물었다.

담보력 부족에 가로막힌 외부 차입


투자 세부 분야별 선호도는 자산 형태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 인공지능 도구와 기술을 선택한 기업이 4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임직원 역량 교육은 46%를 기록했다. 데이터 기반시설 구축은 40%로 뒤를 이었다. 인공지능 전문 인력 신규 채용은 12%에 머물렀다. 조사 항목 가운데 어느 분야도 선택하지 않은 기업 비중은 38%였다. 이 수치들은 복수 응답을 집계한 결과다.

자금 조달 성패는 담보 제공 가능 여부에 따라 갈렸다. 유럽중앙은행의 로짓 회귀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 기반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은 내부 자금과 외부 금융을 함께 조달할 확률이 비투자 기업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인공지능 도구 투자 역시 복합 조달 확률을 똑같이 16%포인트 끌어올렸다. 반면 전문 인력 채용 투자가 외부 금융 결합 확률을 높인 폭은 9%포인트에 그쳤다. 임직원 교육 투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드웨어와 기반시설은 초기 자본이 크게 들지만, 은행에 담보로 제공할 수 있어 차입 비용을 낮춘다. 반면 인력 채용이나 교육 같은 무형자산 투자는 미래 가치가 높아도 담보로 인정받지 못해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렵다. 교육 비용은 지출규모가 작아 내부 잉여금으로 메우기 쉽다는 점도 조달 격차를 벌리는 배경이다.

유럽 설비 지연과 반도체 공급망 충격


유럽 기업의 내부 자금 쏠림은 회사채와 사모펀드 자금을 폭넓게 끌어다 쓰는 미국 빅테크 생태계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자체 현금 활용은 경영 통제권을 지키는 데 유리하지만, 경기 침체기에 전체 투자 규모를 줄이게 만드는 족쇄가 된다.

유럽 기업의 영업이익 둔화가 현실화하면 데이터 기반시설 투자가 우선 삭감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유럽 데이터센터 착공과 고성능 서버 발주가 늦어지면 서버용 디램과 고대역폭 메모리를 공급하는 글로벌 가치사슬도 함께 지연 국면을 맞는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유럽 현지 데이터센터향 직접 공급량은 공시되지 않았으나, 글로벌 서버 수요 둔화 시 간접적인 출하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유럽연합 차원의 자본시장 통합과 무형자산 담보 제도 개선 속도가 향후 기술 확산의 지속 여부를 가를 변수다. 다만 유럽 주요 기업의 현금 창출력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거나 정책 보조금이 조기에 투입될 경우 설비 증설 지연 우려는 줄어들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금융 구조가 유형 자산과 무형자산 투자를 모두 뒷받침하지 못하면 유럽 경제 전반의 인공지능 도입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