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지명 3인 잇단 제동에 공개 불만…이민·기후·총기·중간선거까지 정치적 쟁점 산적
이미지 확대보기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 진보 성향이 3명인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상당 부분 힘을 실어줬지만 관세, 출생시민권, 우편투표 등 대통령이 특히 중시한 사안에서는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지명한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까지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새 회기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롯해 기후변화, 총기 규제, 종교의 자유, 트랜스젠더 권리 등 미국 사회를 양분하는 사건들이 줄줄이 심판대에 오른다. 다음 달 중간선거를 둘러싼 추가 분쟁이 대법원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들에게 기대했던 것과 실제 판결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서 대통령과 보수 대법원 사이의 긴장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같은 날 분석했다.
◇트럼프가 지명한 3명, 핵심 정책에서 잇따라 제동
현재 미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때 완성됐다.
트럼프는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을 차례로 대법관에 지명하면서 대법원을 보수 6명 대 진보 3명의 구도로 재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았다.
FT에 따르면 세 사람은 최근 우편투표 제한, 출생시민권,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과 관련한 사건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앞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대법원이 무효화했을 때도 트럼프가 지명한 대법관 2명이 다수 의견에 가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지명한 대법관들을 겨냥해 “내가 대법관으로 임명하기 위해 면접했던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과거와 달라졌다고 비판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명자들이 대통령의 정책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법학자들은 이런 기대 자체가 연방대법관의 역할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트럼프 법원’도 아니다
대통령과 대법원 사이의 갈등만 놓고 보면 보수 대법원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판결 기록은 이보다 복잡하다.
FT에 따르면 지난 회기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관련된 정식 심리 사건 7건 가운데 고서치와 캐버노 대법관은 각각 6건에서 정부 측 입장에 섰다.
배럿 대법관도 7건 가운데 5건에서 행정부와 같은 편에 섰다.
정식 변론 없이 긴급한 사안을 처리하는 긴급심리에서도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들은 압도적인 비율로 행정부 측 입장을 지지했다.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여러 정책의 시행을 긴급 결정으로 허용하기도 했다.
FT가 인용한 법학자들은 고서치, 캐버노, 배럿이 보수적 법리를 버렸다기보다 일관된 보수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대통령의 요구를 자동적으로 승인하는 역할은 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중요한 관세, 출생시민권, 선거제도 같은 사건에서 이들이 결정적인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새 회기 첫날부터 기후변화…석유업계 수십억달러 걸려
새 회기는 기후변화 사건으로 시작한다.
WSJ에 따르면 대법원은 첫날 지방정부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이유로 석유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심리한다.
미국 곳곳에서 유사 소송 수십 건이 진행되고 있어 대법원의 판단은 에너지업계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잠재적 책임을 안길 수 있다.
쟁점은 콜로라도주 볼더가 선코에너지와 엑손모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지방정부 측은 석유기업이 화석연료로 인한 기후변화 위험을 알고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산불과 홍수, 폭염 등의 비용을 지역사회가 부담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석유기업들은 기후변화가 개별 주 법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 연방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보수 성향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이 사건 심리에서 회피해 나머지 8명이 판단한다.
◇AR-15·종교학교·트랜스젠더도 심판대
오는 11월과 12월에는 미국 사회의 대표적인 ‘문화전쟁’ 쟁점들이 이어진다.
대법원은 주와 지방정부가 AR-15와 유사한 반자동 소총을 금지할 수 있는지를 심리한다.
총기 소유 옹호 측은 AR-15가 미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총기이므로 수정헌법 2조가 소유권을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총기 규제를 시행한 지방정부들은 이들 소총의 위험성이 크고 대형 총격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돼왔다고 맞선다.
종교의 자유와 성소수자 차별금지 원칙이 충돌하는 사건도 예정돼 있다.
콜로라도주는 보편적 유아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적 자금을 받는 교육기관에 인종, 종교, 성적 지향,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어린이에게 동등한 입학 기회를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가톨릭계 유치원들은 이 조건이 종교적 신념을 침해한다며 예외를 요구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미성년자의 성별확정 의료 접근을 보호하는 주 법률에 부모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도 대법원이 판단한다.
공립학교 교실에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한 텍사스주 법률과 트랜스젠더 수감자의 의료 접근권 관련 사건도 대법원이 심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트럼프 추방정책 두 건 정면 심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분야는 이민정책이다.
대법원은 이번 회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추방정책을 집행하는 데 핵심적인 두 사건을 심리한다.
첫 번째는 추방 절차를 밟고 있는 이민자들을 보석 심리 없이 구금할 수 있는지 여부다.
트럼프 행정부는 광범위한 구금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러 하급심 법원은 연방 이민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변론은 내년 초 열릴 예정이다.
또 다른 사건은 이민자를 출신국이 아닌 제3국으로 추방하는 정책이다.
본국이 송환을 거부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고문 위험이 있는 이민자를 아무 연고도 없는 다른 국가로 보내는 것이 적법한지가 쟁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3국 추방을 확대했고 일부 이민자들은 연고가 전혀 없는 국가의 교도시설에 수용됐다.
대법원은 이 정책의 적법성을 12월 심리한다.
◇중간선거도 대법원으로…트럼프와 법원의 긴장 이어질까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도 새 회기의 중요한 변수다.
대법원은 이미 올해 선거제도와 관련한 여러 사건에 개입했다.
지난 4월에는 투표권법 적용 범위를 좁히는 6대3 판결을 내렸다.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 우정국을 이용해 우편투표를 제한하려던 계획에는 제동을 건 반면 연방정부의 이민 데이터베이스를 유권자의 시민권 확인에 사용하는 것은 허용했다.
WSJ는 중간선거에서 주요 상·하원 선거 결과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대법원이 다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의회 권력구도가 바뀔 경우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와 소환 등에 관한 분쟁도 대법원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법원의 관계도 새 회기의 주요 관전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대법관 지명에 대해 후회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FT는 그가 임명한 세 대법관이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보수적 법리와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인 판결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새 회기의 핵심은 대법원이 보수냐 진보냐보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대통령 권한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있다.
트럼프가 직접 만든 6대3 보수 대법원이 다시 한번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확대와 정책 집행의 한계를 결정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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