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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넘어 후공정까지"… ASML,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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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넘어 후공정까지"… ASML,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진출

특허 27개 패밀리 대거 출원… 프로드라이브·VDL과 전용 본더 아키텍처 공동 개발 착수
나노급 정렬 정확도·파티클 제어 독보적 강점… "전공정 노광 노하우로 패키징 수율 장악"
화웨이 '키린 9050'·CXMT '4F² DRAM' 채택 속… 美 장비 제재 뚫을 후공정 돌파구 급부상
ASML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메인보드에 배치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ASML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메인보드에 배치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 ASML이 반도체 칩 간의 미세 구리 패드를 직접 맞붙여 성능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후공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장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 등에서 전공정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핵심 열쇠로 3차원(3D) 적층 패키징이 부상하자, 전공정 노광(리소그래피) 시장의 절대 강자가 후공정(백엔드) 핵심 장비 영역까지 영토 확장을 가시화한 것이다.

10월 17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와 AI 공급망 전문 리서치 기관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ASML이 2022년 12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하이브리드 본딩 툴과 관련된 특허 27개 패밀리를 집중 출원했다고 밝혔다. 특허 공개 지연 시차를 감안하면 실제 출원 건수는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세미애널리시스는 ASML이 네덜란드의 정밀 엔지니어링 기업인 프로드라이브 테크놀로지스(Prodrive Technologies) 및 VDL ETG와 손잡고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본더 아키텍처 개발에 이미 착수했다고 분석했다.

"나노미터 정렬·오염 제어는 ASML의 전공"… 본딩 수율 평정 예고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의 마이크로 범프(돌기)를 사용하지 않고, 유전체(산화막)와 구리(Cu) 전극 패드를 직접 맞닿게 접합해 전기적 연결 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궁극의 첨단 패키징 기법이다.

칩 간 간격이 극도로 좁아져 데이터 전송 속도가 급증하고 신호 지연이 줄어들며, 삼성전자 데이터에 따르면 HBM 적층 시 열 저항을 약 30% 낮춰 데이터센터 냉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하이브리드 본딩의 성패는 수십 나노미터 단위의 '오버레이 정렬 정확도(Alignment Accuracy)'와 접합 불량을 유발하는 '미세 입자(파티클) 제어'에 달려 있다"며 "ASML은 지난 수십 년간 최첨단 EUV 및 DUV(심자외선) 노광장비에서 바로 이 두 가지 난제를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게 해결해 온 독보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토프 푸케(Christophe Fouquet) ASML 최고경영자(CEO) 역시 실적 발표를 통해 하이브리드 본딩 분야에서 "고객사를 지원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SML 본사 측은 "3D 이종 집적 산업의 진화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ASML의 고유 역량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정밀 타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 '로직폴딩'·CXMT '4F²'… 美 제재 뚫을 中 무기로 급부상

ASML의 이번 행보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첨단 장비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국가적 돌파구로 적극 채택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ASML의 첨단 EUV 장비를 수입할 수 없게 된 화웨이와 창신메모리(CXMT)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통해 회로 미세화의 한계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공개한 플래그십 모바일 AP '키린 9050(Kirin 9050)'에 독자적인 '로직폴딩(LogicFolding)' 아키텍처를 전격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5,000만 개 이상의 하이브리드 본딩 접합부를 구현해 전체 트랜지스터 밀도를 53.5%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DRAM 선두주자인 CXMT 역시 최신 '4F 스퀘어(4F²)' 메모리 구조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결합해 EUV 장비 없이도 웨이퍼당 비트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선언했다.

베시·Besi 독점 판도 흔들리나… 中 국산화 추격도 가속


현재 글로벌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시장은 네덜란드의 베시(Besi)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연합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ASML이 참전을 공식화함에 따라 글로벌 후공정 장비 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중국 역시 핵심 본딩 장비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피오텍(Piotech, 퉈징과기)과 신후이롄신(Xinhui Lianxin) 등 자국 소부장 기업들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피오텍의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매출은 2025년 1억 3,600만 위안(약 272억 1,2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1.9% 급증했다. 노무라증권은 화웨이의 로직폴딩 도입 확산이 피오텍의 주력 박막 증착 장비와 본딩 시스템 수요를 더욱 촉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전공정의 회로 선폭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와 천문학적 비용 장벽에 부딪히면서, 반도체 패권의 승부처가 3D 적층 패키징으로 이동했다"며 "노광 장비의 황제 ASML이 후공정 하이브리드 본딩에 가세하면서 첨단 패키징 장비 시장의 기술 경쟁과 미·중 간 기술 통제 전선이 한층 더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