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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물가 상승·고용 정체' 이중고…AI 투자에 성장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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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물가 상승·고용 정체' 이중고…AI 투자에 성장 의존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9월 물가 3.7% 상승·임금 증가율 3% 그쳐
실업률 4.2%로 낮지만 신규 채용 부진…AI 투자 둔화 땐 경기 충격 우려
지난해 10월 3일(현지시각)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의 AI 데이터센터가 조명을 밝힌 채 가동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0월 3일(현지시각)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의 AI 데이터센터가 조명을 밝힌 채 가동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재확산과 노동시장 정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한 가운데 인공지능(AI) 관련 대규모 투자와 소비지출이 성장세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지표는 비교적 견조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가계 구매력이 약해지고 신규 채용도 부진해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다음달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경제지표를 분석한 결과 미국 경제가 높은 물가와 고용 정체 속에서도 AI 투자와 소비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9월 소매판매는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냈고 산업생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는 임금보다 빠르게 올랐고 기업들의 신규 채용은 활발하지 않았다.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이 AI 관련 투자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NYT는 “이 같은 경제 상황이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물가 3.7% 상승·임금 3% 증가…가계 구매력 압박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달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에 그쳤다.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돈 것은 6개월 연속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재집권했을 당시 약 3%였다. 지난 2022년 최고 9%에 달했던 인플레이션이 상당 부분 진정된 상태였으며 경제학자들은 물가상승률이 추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해 물가 안정 흐름이 둔화됐다. 이후 관세의 영향이 약해지기 시작할 무렵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졌다.

현재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약 5351원)를 웃돌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6개월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이 수준을 유지했다.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디젤 가격은 식료품과 다른 상품의 운송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 산업의 급성장 역시 일부 소비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AI 관련 반도체와 장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폰, 태블릿 등 전자제품의 생산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업체들이 관세 부담의 일부를 아직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높은 물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도 약해졌다.

물가 상승과 임금 증가세 둔화가 겹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평균적인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한 가지 측정 기준상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학자는 “유권자들이 과거 조 바이든 행정부와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모두를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혁신그룹(EIG)의 존 레티에리 회장은 생활비 부담이 올해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먼저 평가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실업률 4.2%로 낮지만 채용 부진…구직기간 6개월 육박


미국 노동시장은 대규모 해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신규 채용도 활발하지 않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9월 실업률은 4.2%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실업률은 최근 5년 동안 4.5% 이하에 머물렀으며 이는 기록적인 기간이다.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에도 실제 해고 규모는 역사적 기준으로 낮은 수준이다.

25~54세 핵심 생산연령층의 고용률도 9월 약 81%로 25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이 수치와 달리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업체들은 기존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지 않으면서도 신규 채용을 제한하는 '저채용·저해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실직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거의 6개월에 달한다.

신규 채용 감소는 직장을 옮겨 임금을 높이려는 근로자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는 근로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찾아 직장을 옮기는 현상이 확산됐다. 이른바 '대퇴직' 시기에는 활발한 이직이 임금 상승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직 기회가 줄면서 근로자들의 임금 협상력도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력을 쌓기 위해 직장을 자주 옮기는 청년층이 이러한 고용시장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노동시장 연구단체 임플로이아메리카의 스칸다 아마르나트 사무총장은 “현재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경제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워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 소비·기업투자는 견조…AI 성장 둔화가 최대 불안 요인


물가와 고용의 불안에도 미국 경제는 소비와 기업투자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2분기 실질 소비지출은 연율 3.8% 증가했다. 대부분의 경제 전망기관은 3분기에도 강한 소비 증가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들의 설비와 소프트웨어 투자도 활발하다.

기업이익은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면서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NYT는 이러한 성장의 상당 부분이 AI 관련 산업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이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기업투자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AI 관련 수요의 수혜를 받는 업체들이 기업이익 증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주가 상승은 소비지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부유층의 소비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AI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약해질 경우 미국 경제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코어위브 등의 주가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급락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업체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뢰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AI 투자 열기가 식을 경우 성장세는 둔화되는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은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이 드러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와 기술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광범위한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AI 산업이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 투자 열풍이 꺼지면서 주식시장과 퇴직연금 자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가 성공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고 실패하면 자산시장과 경제성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딜레마다.

진보 성향 경제정책 연구단체 그라운드워크컬래버러티브의 엘리자베스 팬코티 부회장은 지난 2~3년 동안 AI 거품 붕괴나 대규모 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미국인들의 경제적 안정감과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코티 부회장은 "사람들이 경제적 기회나 성장보다 더 원하는 것은 경제적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미국 경제가 물가 상승과 고용 정체라는 약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AI 투자와 소비에 힘입어 성장하는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AI 산업의 성장세가 약화될 경우 지금까지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투자와 소비에도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