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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美 가입자 증가 정체…콘텐츠 수장 교체·1000명 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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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美 가입자 증가 정체…콘텐츠 수장 교체·1000명 감원

WSJ "올해 9월까지 미국 가입자 월간 순증 없어"…넷플릭스는 조사 결과 반박
게임 이용자 비중 3.5% 그쳐…추천 알고리즘·드라마 공개 방식까지 재검토
디즈니 출신 피터 라이스에 연간 27조원 콘텐츠 예산 맡겨
지난해 10월 23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AFI 영화제 영화 '제이 켈리' 시사회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벨라 바자리아 당시 최고콘텐츠책임자, 댄 린 당시 영화 부문 책임자(왼쪽부터)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0월 23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AFI 영화제 영화 '제이 켈리' 시사회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벨라 바자리아 당시 최고콘텐츠책임자, 댄 린 당시 영화 부문 책임자(왼쪽부터)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미국 시장에서 시청시간 증가세 둔화와 가입자 확보 부진에 직면하면서 콘텐츠 사업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직원 약 1000명을 감원하고 콘텐츠와 영화 부문 책임자를 잇달아 교체한 데 이어 추천 알고리즘과 드라마 공개 방식까지 재검토하는 등 성장 전략의 전환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넷플릭스가 미국 이용자들의 시청시간 감소와 새로운 인기 콘텐츠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콘텐츠 조직과 사업 전략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수개월 동안 내부적으로 미국 시청자들의 넷플릭스 이용시간이 줄어들고 새로운 흥행작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제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게임과 팟캐스트 등 새로운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TV 프로그램과 영화라는 핵심 콘텐츠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넷플릭스는 지난해부터 '기묘한 이야기'나 '오징어 게임'에 버금가는 새로운 흥행작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 등 무료 동영상 플랫폼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이동하는 점도 넷플릭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가입자 순증 9개월째 정체…넷플릭스는 조사 결과 반박

넷플릭스가 직면한 문제는 미국 시장의 가입자 증가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구독서비스 분석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국에서 월별 순가입자 증가를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안테나는 신용카드 결제 내역 등 소비자의 구독서비스 구매 정보를 활용해 가입자 변화를 추적한다.

다만 다른 서비스와 결합된 상품을 통해 가입한 이용자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안테나의 분석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넷플릭스 대변인은 안테나의 데이터가 자사 사업 실적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2025년 초부터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미국 시장의 정확한 가입자 변화를 외부에서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이용자 확보와 시청시간 증가가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는 넷플릭스 경영진의 내부 논의에서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해 비슷한 시점과 비교해 40% 넘게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인수전 실패와 함께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만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1000명 감원 이어 콘텐츠·영화 책임자 잇따라 교체

넷플릭스는 최근 '프로젝트 메리디언'이라는 내부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했다.

WSJ에 따르면 경영진은 당초 전체 직책의 최대 10%를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부문별 책임자들과 협의를 거쳐 감원 규모를 약 6%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약 1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서랜도스 공동 CEO와 그레그 피터스 공동 CEO는 지난 직원들에게 구조조정 계획을 통보했다.

감원 대상 직원들은 이날 오후 2시까지 회사 이메일 접근 권한을 상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넷플릭스는 콘텐츠 부문 최고책임자인 벨라 바자리아를 교체했다.

지난 15일에는 디즈니와 폭스 출신의 피터 라이스를 새로운 최고콘텐츠책임자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라이스는 이번 주부터 업무를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 스포츠를 포함한 실시간 행사 등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사업을 총괄한다.

그가 관장할 콘텐츠 예산은 연간 약 200억달러(약 26조6240억원)에 달한다.

경영진 교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19일 영화 부문 책임자인 댄 린의 퇴진도 발표했다.

린은 새 영화 부문 책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라이스가 해당 조직을 임시로 관장하는 방식으로 물러나게 된다.

WSJ는 핵심 콘텐츠 책임자 두 명이 잇달아 교체된 것은 넷플릭스 경영진이 기존 콘텐츠 전략의 변화 필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게임 이용 가입자 3.5%…핵심 영화·드라마에 다시 집중

넷플릭스는 최근 몇 년 동안 기존 영화와 드라마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게임, 스포츠 생중계, 영상 팟캐스트, 개인 창작자 콘텐츠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의 성과는 엇갈리고 있다.

스포츠 생중계는 비교적 성공적인 분야로 평가되지만 게임사업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WSJ가 확인한 넷플릭스 내부 문서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 가운데 매달 게임을 이용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게임사업은 올해 이용 범위와 이용자 참여도 목표를 약 10%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 팟캐스트와 개인 창작자 콘텐츠는 기존 드라마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대량의 프로그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넷플릭스 경영진은 최근 이러한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보다 핵심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다시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천 알고리즘 운영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그동안 특정 콘텐츠의 노출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추천 알고리즘에 개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프로그램이나 새로운 콘텐츠 유형의 시청을 늘리기 위해 추천 결과를 조정하는 일이 더 흔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게임과 팟캐스트에 대한 적극적인 추천은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 방식을 변경했다.

WSJ는 “넷플릭스 내부에서 미국 시청자들의 이용시간 감소가 콘텐츠 자체의 문제인지 추천 알고리즘의 문제인지를 놓고 논의가 이어져 왔다”고 전했다.

◇드라마 한꺼번에 공개하는 방식도 논의…극장 개봉 확대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콘텐츠 공개 방식인 전편 동시 공개도 내부 검토 대상에 올랐다.

넷플릭스는 일반적으로 드라마 한 시즌의 모든 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해 이용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연속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경쟁 스트리밍 업체들은 매주 한두 편씩 공개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넷플릭스 경영진은 시청자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작품의 공개 주기를 바꾸는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서랜도스 공동 CEO는 이러한 변화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자체 조사에서는 이용자들이 매주 나눠 공개하는 방식보다 한꺼번에 모든 회차를 볼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를 넷플릭스 앱에서 구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미국 NBC유니버설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 등이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방송사 TF1의 뉴스 등 프로그램을 넷플릭스 가입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영화 배급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대부분의 영화를 온라인으로 직접 공개하고 일부 작품에만 제한적인 극장 상영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 영화의 극장 개봉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찰리 vs 초콜릿 공장'과 '나니아: 마법사의 조카' 등 일부 작품은 전 세계 극장에서 최소 45일 동안 상영한 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전통적인 영화 제작사들이 활용하는 배급 방식과 유사하다.

◇성장 둔화에도 이익 전망 유지…3분기 실적 주목

넷플릭스의 미국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전체 사업이 위기에 빠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안테나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넷플릭스 가입자의 서비스 해지율은 2.1%로 스트리밍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에도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WSJ가 확인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대규모 감원에도 올해 실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회사가 제시한 매출 증가율 목표는 13~14%, 영업이익률 목표는 31.5%다.

넷플릭스는 20일 미국 증시 마감 후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입자 증가세와 수익성뿐 아니라 새 콘텐츠 경영진이 어떤 전략을 제시할지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넷플릭스가 미국 유료 스트리밍 시장의 지배적인 사업자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운영 방식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