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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發 부품값 폭등에 두 손 들었다"… HP·에이서, 동남아서 中으로 생산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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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發 부품값 폭등에 두 손 들었다"… HP·에이서, 동남아서 中으로 생산 '유턴'

DRAM 1년 새 8배 폭등·원가 압박 극심… 베트남·태국 설비 두고 中 본토 회귀
폭스콘·콴타 등 대만 EMS 'AI 서버' 올인 틈타 럭스셰어·화친 등 中 ODM 반사이익
美 관세 면제와 中 메모리 조달력 무기… 동남아 '차이나+1' 신설 라인은 가동률 비상
미국의 주요 PC와 노트북 제조사 델도 일부 생산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주요 PC와 노트북 제조사 델도 일부 생산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대중국 통상 제재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동남아시아로 생산거점을 대거 분산했던 글로벌 PC 제조사들이 인공지능(AI) 열풍이 촉발한 극심한 부품 원가 상승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공장을 중국 본토로 되돌리는 '공급망 역류(U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메모리·기판 수요가 폭증하면서 PC용 D램 가격이 1년 만에 8배 폭등하는 등 완제품 원가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만계 전통 위탁생산(EMS) 공룡들이 고마진 AI 서버 조립에 설비를 집중하자, 가격 경쟁력과 자국산 부품 조달력을 앞세운 중국계 신흥 계약제조업체들이 글로벌 PC 물량을 대거 흡수하고 있다.

10월 28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미국 휴렛팩커드(HP)와 대만 아수스(Asus), 에이서(Acer) 등 주요 PC 완성품 업체들은 부품가 폭등에 대응해 베트남과 태국에 배정했던 생산 물량의 일부를 중국으로 전격 재이전하고 있다. 글로벌 3위 PC 제조사인 미국 델(Dell) 역시 비슷한 방식의 생산 재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공급업계 고위 관계자는 "D램뿐만 아니라 중앙처리장치(CPU), 인쇄회로기판(PCB), 수동부품 등 전방위적인 가격 급등으로 제조사들의 원가 감내력이 바닥났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완벽한 제조 생태계와 숙련된 인력을 갖춘 중국 계약 제조업체와의 협력을 급격히 늘리고 있으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중국 이전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나+1' 전략의 일시적 후퇴… 폭스콘 틈새 파고든 럭스셰어·화친


이번 조치는 미·중 갈등에 대응해 탈(脫)중국을 외치며 추진됐던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차이나+1' 전략이 AI 인프라 붐이라는 복병을 만나 부분적으로 역전되었음을 의미한다.

과거 델은 베트남 이전을 주도했고, HP는 전체 생산량의 최대 70%를 중국 외 지역으로 분산하겠다는 공격적인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PC와 노트북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잠정 면제한 상태에서 극단적인 비용 절감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자 기업들이 실리를 택했다.

대만 제조사들이 AI 서버로 전열을 재정비한 점도 판도 변화를 이끌었다.

폭스콘, 콴타컴퓨터, 컴팔, 인벤텍 등 수십 년간 글로벌 PC 외주 조립을 장악해 온 대만 대표 주자들이 엔비디아 등 빅테크 중심의 고수익 AI 서버 수주전에 집중하면서 생긴 공백을 럭스셰어(Luxshare-ICT), 화친(Huaqin Technology), 롱치어(Longcheer) 등 중국 로컬 EMS·ODM 기업들이 파고들었다.

애플 아이폰의 주요 조립사인 럭스셰어는 조인트벤처 '럭스PC 유니온'을 통해 최근 1년간 HP, 델, 아수스로부터 대규모 물량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화친과 롱치어 등 스마트폰 조립 기반의 중국 업체들 역시 글로벌 칩 부족 사태 속에서 자국산 메모리와 부품에 대한 안정적인 접근성과 낮은 단가를 무기로 글로벌 PC 브랜드들의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

글로벌 PC 출하량 21% 급감… 저가 모델 원가는 275달러서 471달러로 폭등


PC 완제품 수요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부품 단가만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형 충격이 제조사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 급감했으며, 4분기에도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500달러 미만 입문용 보급형 PC의 자재 원가(BOM)는 2025년 초 275달러에서 2026년 3분기 471달러로 71% 폭등했다. 500~699달러 선의 주류 노트북 원가 역시 상한선인 699달러까지 치솟아 마진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조달 리스크가 극에 달하자 대만 에이서 등 일부 업체는 핵심 부품 조달 권한 자체를 중국 외주업체에 전적으로 일임하는 파격적인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계약제조업체들이 완성차나 스마트폰처럼 PC용 칩셋 선정 과정에서 글로벌 브랜드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동남아 신설 공장은 가동률 '날벼락'… 대기업·중소 부품사 희비 교차


갑작스러운 생산지 재이전은 고객사의 요청에 맞춰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현지에 막대한 설비투자를 단행했던 중소 부품 협력사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태국에 전용 라인을 증설했던 한 PC 부품업체 관계자는 "완성품 고객사 요청으로 태국에 2개 라인을 신설했지만,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전에 물량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버려 공장 가동이 멈출 위기"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대형 위탁생산업체들은 AI 서버로 체질을 바꿔 타격이 덜하지만, AI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 중소형 하청사들은 일감 절벽에 내몰리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의 근본적 개선이 없는 한 동남아시아는 장기적인 공급망 다변화의 전략적 요충지로 남겠지만, 원가 경쟁력이 생존을 가르는 국면에서는 중국의 거대한 단일 부품 클러스터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재확인됐다"며 "AI 인프라 경쟁이 촉발한 부품 품귀 현상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중국 제조망을 향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의존도가 역설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