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분쟁發 해상 봉쇄·기후 이변에 전력난 직면한 아프리카·중동·남미 바이어 쇄도
저장시대·올그랜드·루이디안 등 해외 주문 1월까지 마감… 2kg 초경량 발코니 모듈도 인기
"유럽선 ESS가 사치품이지만 신흥국선 생존 필수품"… 극심한 내수 과잉 털어내는 활로
저장시대·올그랜드·루이디안 등 해외 주문 1월까지 마감… 2kg 초경량 발코니 모듈도 인기
"유럽선 ESS가 사치품이지만 신흥국선 생존 필수품"… 극심한 내수 과잉 털어내는 활로
이미지 확대보기화석 연료 수급 불안과 전력망 마비, 극심한 이상 기후에 직면한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국 바이어들이 안정적인 자체 전력 수급을 위해 중국산 분산형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보에 대거 뛰어든 결과다.
11월 1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에서 개막한 제140회 캔톤페어 1단계 행사 기간 동안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 전시관에는 연일 하루 수천 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 제조사들은 만성적인 내수 과잉 생산과 가격 출혈 경쟁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과 에너지 안보 위기를 수출 물량 확대로 반전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자인 시안만 보고 200대 발주"… 2kg 초경량 태양광에 신흥국 열광
현장에서는 신흥국의 열악한 인프라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경량화와 모듈화 기술이 단연 돋보였다.
저장스다이(Era Solar·시대태양광)는 지난 7월부터 양산에 돌입한 '도심 아파트 발코니용 초경량 태양광 패널'을 전면에 내세웠다.
해당 제품은 면적 1.5㎡에 무게가 약 2kg에 불과해, 동일 규격의 기존 일반 유리 패널(약 14kg) 대비 7분의 1 수준으로 가볍다. 지붕 보강 공사나 복잡한 지지대 없이 발코니 난간에 간편히 걸 수 있어 시공 및 하드웨어 설치비용을 15~20% 대폭 절감했다.
쉬레이핑(Xu Leiping) 시대태양광 영업 부총괄은 "가나에서 온 한 바이어는 실물 샘플이나 홍보 영상도 확인하지 않은 채 기술 설명서와 디자인 시안만을 보고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200대의 초도 시험 물량을 계약했다"며 "차세대 고효율 태양광 모듈을 앞당겨 출시해 기술 격차와 대규모 양산으로 시장 지배력을 굳힐 것"이라고 전했다.
상업용 일체형 ESS 시스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광저우 현지 업체인 펠리시티 솔라(Felicity Solar)의 린옌방(Lin Yanbang) 제품 매니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호텔 운영 고객은 당사의 상업용 배터리 캐비닛과 인버터 통합 시스템을 설치한 후 전력망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월 전기요금을 무려 80% 절감했다"며 "중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남미 전역에서 주문 문의가 폭발적으로 밀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선 재량 소비재지만, 신흥국에선 '생존의 문제'"
현장 수출 기업들은 전통적인 선진 시장인 유럽과 글로벌 남반구(신흥국) 시장 간의 수요 성격이 완전히 갈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친환경 연구기관 에너지트렌드(EnergyTrend) 집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공급업체가 체결한 턴키형 ESS 계약의 93%가 유럽과 중동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전력망 취약 국가들의 수입 폭증세는 가히 기록적이다. 장쑤성 태양광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잦은 정전과 연료난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의 경우 배터리 저장장치 수입량이 지난해 220% 급증한 4.6GWh에 달했으며, 올해 4월 월간 출하량은 2년 전 대비 무려 15배나 폭증했다.
배터리 제조·수출 기업인 산둥 올그랜드(Allgrand) 신에너지의 리젠쥔(Li Jianjun) 총괄 매니저는 "유럽에서 ESS는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구매하는 일종의 '선택적 소비재'로 여겨지지만,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 지역은 국영 전력망이 매우 취약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로 디젤 발전기용 기름값이 천문학적으로 치솟았고 기후 이변에 따른 가뭄과 폭염이 잦다"며 "공장과 상점,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 저장은 없어서는 안 될 '생존 필수품'이 됐다"고 강조했다.
올그랜드는 아프리카·동남아 수요를 잡기 위해 3억 위안(약 620억 원)을 투입한 2단계 생산 기지를 서둘러 완공했으며, 인도네시아·이라크·케냐·우간다 현지 물류 허브를 가동해 내년 1월까지 납품 일정이 가득 찬 상태다.
선전 루이디안(Ruidian) 그린에너지 역시 중동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이 전년 대비 200~300% 급증함에 따라, 내년 연간 ESS 제조 용량을 기존 2.5GWh에서 5GWh로 2배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출혈경쟁 털어내는 해외 탈출구… 세금 환급 폐지 앞두고 '막판 밀어내기'
이번 특수는 공급과잉과 단가 하락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중국 신에너지 업계에 결정적인 산소호흡기 역할을 하고 있다.
장쑤성 태양광산업협회 집계 결과, 올해 2분기 중국 기업들이 수주한 해외 대형 에너지 저장 엔지니어링 및 프로젝트는 총 2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급증했다.
아울러 제도적 변화도 수출을 재촉하고 있다. 중국 재정 당국이 내년 초부터 배터리 제품에 적용해 오던 6%의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 조치를 전면 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제 혜택이 사라지기 전에 해외 선적을 서두르려는 밀어내기 수출 물량까지 맞물렸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 전문가들은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글로벌 화석연료 운송로를 마비시키자, 역설적으로 신흥국들이 화석연료 발전 단계를 건너뛰고 '태양광+ESS'라는 탈중앙 분산형 전력망으로 직행하는 '에너지 립프로깅(Leapfrogging·도약 발전)'을 가속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의 밸류체인과 규모의 경제를 갖춘 중국 친환경 장비 기업들이 글로벌 에너지 지정학 위기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