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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살릴 전기 없다"… 전 세계 건설 원자로 '79기', 40년 만에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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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살릴 전기 없다"… 전 세계 건설 원자로 '79기', 40년 만에 최다

올해만 11기 신규 착공… 15년 내 가동 예정 포함 시 201기, 2040년 글로벌 600기 돌파 전망
우크라·중동 전쟁發 유가 급등과 탈탄소 맞물려… 이탈리아 40년 만에 원전 회귀 법안 통과
우라늄 장기 계약가 파운드당 97달러 사상 최고치… 러 로사톰·우렌코 등 핵연료 공급망 병목 부상
이집트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첫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집트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첫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막대한 전력 소모와 지정학적 분쟁발 화석연료 가격 급등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 수가 1986년 체르노빌 참사 이후 약 40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무탄소 기저 전원 확보가 국가적 안보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년간 탈(脫)원전 기조를 고수해 온 유럽 국가들까지 잇따라 정책을 유턴하면서 글로벌 원자력 발전 시장이 전례 없는 '메가 르네상스'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11월 2일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세계원자력협회(WNA) 집계 결과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자로는 총 79기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11기의 신규 원자로가 첫 삽을 떴으며, 현재 건설 중인 원자로 수는 1986년(91기)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1986년 4월 발생한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직후 전 세계적인 신규 원전 건설이 전면 중단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40년 만에 원전 건설 붐이 완벽히 부활한 셈이다.

15년 내 200기 대기… 2040년 전 세계 가동 원전 '600기' 시대 진입


원전 팽창의 속도는 향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는 443기이며, 향후 15년 이내에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 계획 단계의 원자로만 201기에 달한다. 설계 수명 만료로 인한 노후 원자로의 순차적 폐쇄를 감안하더라도, 오는 2040년경에는 전 세계에서 가동되는 원자로 수가 사상 최초로 600기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역별로는 신흥 경제 대국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재 건설 중인 79기 중 절반에 가까운 38기가 중국에 집중되어 있으며, 인도가 8기, 러시아가 7기로 뒤를 이었다.

향후 계획 단계에 있는 원자로 역시 중국이 42기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러시아(23기), 인도(14기) 순으로 나타났다.

"40년 만의 금기 깼다"… 유럽 '탈원전' 철회·美 빅테크 SMR 직접 투자

이번 원전 부활을 이끄는 최대 기폭제는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화석연료 공급망 안보 위기다.

24시간 무중단 고출력 전력을 소모하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지원하기 위해 부지 제약이 적고 건설 공기가 짧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도입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SMR 개발사에 직접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미 행정부는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8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확장 및 재가동 지원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이란 간 중동 군사 충돌로 화석연료 가격이 요동친 점 역시 각국의 원전 유턴을 재촉했다.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할 수 있는 대안으로 원자력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 정책을 폈던 유럽의 지형도가 급변했다.

이탈리아 의회는 최근 신규 원전 건설의 길을 여는 기본 법안을 공식 통과시켰다.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9월 "필요한 에너지를 국내에서 최대한 자급하기 위해 40년 만에 금기를 깨고 원전의 문을 다시 열었다"고 천명했다. 스웨덴과 벨기에 역시 원전 폐지 정책을 폐기했으며, 프랑스는 최대 14기의 신규 대형 원자로 건설을 검토 중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 3월 "유럽이 원자력을 외면했던 것은 중대한 전략적 실수였다"고 공식 인정하며 원전을 핵심 친환경·안보 전력원으로 재지정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당사국인 일본 역시 장기 교착 상태를 딛고 원전 복귀를 가속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40년대까지 노후 원자로 2~5기를 신형 경수로로 교체하고, 2050년대까지 9기를 추가 신설해 총 11~14기의 차세대 신규 원자로를 확보한다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우라늄 장기 계약가 97달러 사상 최고… 핵연료 농축망 병목이 '복병'


원전 신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원자로의 '쌀'인 우라늄과 농축 핵연료 시장은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

미국 핵연료 시장 전문 조사기관 트레이드테크(TradeTech)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우라늄 장기 공급 계약 가격은 파운드당 97달러를 기록해 2007~2008년 원전 호황기 당시의 종전 최고치(파운드당 95달러)를 단숨에 갈아치웠다.

핵연료 공급망의 지정학적 병목 현상도 심각한 뇌관으로 부상했다.

채굴된 우라늄을 원전 연료로 쓰기 위해서는 정련, 변환, 농축, 성형가공 단계를 거쳐야 한다. 특히 고난도 기술이자 핵무기 전용 위험이 따르는 '우라늄 농축' 공정은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Rosatom)과 영·미·독·네덜란드 합작사인 우렌코(Urenco) 등 극소수 기업이 사실상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특히 SMR 등 차세대 원자로에 필수적인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 농축 설비는 러시아가 전 세계 장비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기술에 의존하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우렌코가 미국과 네덜란드 플랜트의 농축 설비 용량을 긴급 증설하고 있으나 공급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전 세계적으로 약 70여 종의 서로 다른 SMR 설계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한 상용화에 치중한 나머지 규제 당국의 독립성 확보와 국제 공통 안전 기준 제정이 뒤처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 전문가들은 "AI 패권 경쟁이 촉발한 전력 인프라 대란이 화석연료 배제 및 에너지 주권 확보라는 국가적 안보 과제와 결합하며 전 세계 원전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우라늄 채굴부터 초정밀 농축에 이르는 '핵연료 밸류체인의 탈러시아화'와 SMR 인허가 안전성 검증이 향후 40년 원전 르네상스의 성패를 가를 최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