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뤽 베송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택시’와 ‘제 5원소’다. 한 영화는 그에게 '혐한' 타이틀을, 한 영화는 그에게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하지만 두 영화는 작은 오해로 엮여 있다.
프랑스 상업영화의 거장인 뤽 베송이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진 건 그의 영화 ‘제 5원소’ 덕분이었다. 희대의 역작으로 거론되는 ‘제 5원소’는 SF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었다.
뤽 베송은 1997년 영화 홍보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뤽 베송은 기자회견 도중 우연히 자신의 영화가 8~20분 가량 편집된 사실을 알게 됐다. 뤽 베송은 국내 극장을 찾아 자신의 영화를 관람했다. 정말로 편집된 영화를 본 뤽 베송은 분노를 감출길이 없었다.
영화가 편집된 내막은 이러했다. 수입·배급사들이 영화의 상영 횟수를 늘리기 위해 영화를 멋대로 편집해버린 것. 창작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분노할 일이었다. 뤽 베송은 팬들에게 사과의 말을 남기고 일정을 포기하고 돌아가 버렸다. 외신들은 우리나라 배급사들의 추태를 크게 보도했다.
이후 영화사 측은 뤽 베송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제 5원소’ 원본을 공수해 재상영했다. 추가로 과거 개봉된 그의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이후 개봉한 뤽 베송의 영화 ‘택시’는 우리나라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에는 한국인 유학생이 2교대로 트렁크에서 잠을 청하며 일하는 장면이 담겼다. 한국인을 조롱하는 듯한 장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분노했다. 영화 ‘제 5원소’ 사태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뤽 베송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택시’의 해당 장면은 단순한 개그일 뿐”이라며 “난 프랑스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한국 레스토랑을 찾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뤽 베송은 아직도 영화 ‘택시’ 때문에 ‘혐한 감독’이라는 오해를 사고 있다. 하지만 그가 아니라고 해명했고, ‘제 5원소’ 사태를 볼 때 ‘택시’의 장면이 고의적이었다고 해도 우리는 별로 할 말이 없을 듯하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