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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문재인-문준용-전병헌 시너지, ‘게임은 마약’ 오명 걷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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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문재인-문준용-전병헌 시너지, ‘게임은 마약’ 오명 걷어낼까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문준용 씨, 전병헌 전 의원.(사진=문재인 공식홈페이지, 전병헌 전 의원 SNS)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문준용 씨, 전병헌 전 의원.(사진=문재인 공식홈페이지, 전병헌 전 의원 SNS)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게임 개발자 아들을 둔 아버지가 대통령이 됐다. 대한민국 제 19대 대통령이 된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씨는 현재 게임개발사 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디자인을 맡은 게임이 이번 달 중 출시 예정이다. 11일 문준용씨가 참여한 게임이 컴투스를 통해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4% 상승하기도 했다. 문준용씨는 어린 시절부터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주류 게임들을 섭렵하고, ‘언차티드’, ‘라스트 오브 어스’ 등 최근 게임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대선후보 초청 포럼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내 아들은 어려서부터 게임을 했기 때문인지 지금 영상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게임 산업과 e스포츠에서 최강국이었는데, 게임을 마약처럼 보는 부정적인 인식과 그로 인한 규제 때문에 추진력을 잃고 중국에 추월 당했다”며 “인식과 규제만 바꿀 수 있다면 게임은 얼마든지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보낸 게임산업 정책 질의에서도 “게임업계가 자율 규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정부가 사후관리나 과몰입 예방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얘기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게임친화적인 행보에 게임 업계는 그동안 ‘손톱 및 가시’였던 게임 규제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우선 과제로 ‘청소년 셧다운제’ 폐지가 꼽힌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인터넷 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한다. 2012년 10월에는 당시 16세였던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인 이승현이 셧다운제 시간이 다가오자 경기를 끝내려고 무리하게 일명 ‘올인’ 전략을 사용하다 패배해 해외에서도 이슈가 되기도 했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인 '그라가스' 분장을 한 전병헌 전 의원. (사진=전벙현 의원 의원실)이미지 확대보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인 '그라가스' 분장을 한 전병헌 전 의원. (사진=전벙현 의원 의원실)
전병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전병헌 전 의원은 19대 대선 중 더민주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일하는 사람 중에 게임 전문가가 있다며 전 의원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전병헌 전 의원은 이미 게임팬 사이에서는 친게임파(?) 정치인으로 이름이 높다. 전병헌 전 의원은 2013년 한국 e스포츠 협회와 국제 e스포츠 연맹의 대표를 맡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유치하고 케스파(KeSPA)컵을 부활시키는 등의 업적을 쌓았다.

전병헌 전 의원의 코스츔 플레이(게임 내 캐릭터로 분장하는 것)는 아직도 게임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전병헌 전 의원은 2013년 10월 롤드컵 당시 “한국팀이 우승할 경우 롤 챔피언 코스츔 플레이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한국팀인 SKT1이 우승을 차지하자 그는 롤 챔피언 캐릭터인 ‘그라가스’로 분장한 뒤 인증샷을 SNS에 올려 많은 호응을 받았다. 같은해 전 전 의원은 친권자의 동의를 얻을 경우 모바일 기기를 셧다운제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일부법률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e스포츠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e스포츠는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러시아는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인정했다. 미국 정부는 작년부터 e스포츠 선수에게 스포츠 선수 비자를 정식으로 발급하기 시작했다. 북미에서는 릭 폭스, 샤킬 오닐 등 유명인사들이 게임단을 만들고 있고, 유럽에서는 축구팀을 보유하고 있는 샬케, 볼프스부르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프로게임단을 조직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보수 정부 9년 동안 '사회악' 오명을 견뎌야 했던 게임업계가 문재인 정부를 맞아 새롭게 기지개를 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