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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빅테크 규제 최전방에…5G 선도국가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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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빅테크 규제 최전방에…5G 선도국가 '숙명'

구글·넷플릭스 규제 법안 잇달아 마련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갈등 세계 '주목'
한국 정부와 국회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규제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와 구글 등도 한국의 입법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수석부사장이 국회를 방문해 이원욱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정부와 국회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규제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와 구글 등도 한국의 입법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수석부사장이 국회를 방문해 이원욱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경쟁에서 최전방에 나서는 분위기다. 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를 겨냥한 '구글 갑질 방지법'에 이어 넷플릭스, 구글 등을 대상으로 한 ‘망 사용료 부과법’까지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와 구글이 속한 미국 정부까지 한국의 입법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오는 21~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과정에서 넷플릭스 한국법인(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망 사용료 이슈가 정상회담 의제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대통령이 자국 회사의 해외 법인을 찾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오징어 게임' 성공을 거둔 한국 콘텐츠 현장을 둘러보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그 이면에는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 법적 분쟁에 압력을 넣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2심이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진행된 1심에서는 재판부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2심에서 넷플릭스는 자체 개발한 오픈커넥트(OCA) 솔루션을 통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의 트래픽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SK브로드밴드는 OCA가 큰 효과가 없다고 반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트래픽 사용량은 네이버의 3.5배에 이른다. 넷플릭스 이용자는 네이버보다 적은 편이지만, 대용량 동영상 데이터를 이용하는 만큼 트래픽 부담은 더 큰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구글 역시 최근 망 사용료를 입법화하면 한국 크리에이터에 대한 투자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입장을 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지난달 20일 유튜브 한국 블로그에 입장문을 내고 "한국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입법화된다면, 한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고 유튜브가 한국 크리에이터의 성공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할 기회를 저해할 수도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지난 3월 시행에 들어갔다. 해당 법안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인앱 강제결제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구글은 이를 무시하고 인앱 결제 수수료 30%를 강행했다. 최근에는 애플 역시 구글의 전철을 밟으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구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외부 결제에 해당하는 아웃링크를 막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제 구글이 앱을 삭제하거나 업데이트를 막는 등의 행위를 한 사례가 없는 만큼 실제 법 위반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법안 마련 단계에서부터 ‘세계최초 빅테크 규제 법안’이라는 이유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미국 하원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원장인 데이비드 시실리니 위원장은 "막강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압력과 로비에 맞서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국회와 의원들에게 지지를 보낸다"며 응원했다.

한국이 이처럼 빅테크 기업 규제의 최전선에 선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5G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인터넷 서비스 사용자가 많아 관련 문제에 관심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IT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관련 규제와 독과점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용자가 많아 선도적으로 빅테크 규제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유럽과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한국의 빅테크 규제에 대해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OTT는 '오징어 게임'을 기점으로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되면서 넷플릭스뿐 아니라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OTT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그동안 한국 시장에 투자를 확대했고 그에 따른 독과점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앱 마켓 시장에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77%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SK스퀘어의 자회사인 원스토어가 13.8%, 애플 앱스토어가 8.6%로 뒤를 잇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원스토어보다 점유율은 밀리지만 아이폰 이용자의 경우 앱스토어 이용이 강제되는 만큼 사실상 독과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OTT 시장 역시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지킨 가운데 국내 기업인 티빙과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이 2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유료 이용률은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 유튜브 프리미엄과는 35% 이상 차이가 난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인앱 강제결제를 확대하자 웨이브와 티빙은 안드로이드 앱 결제에 한해 가격을 인상했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플랫폼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와 구글의 한국 통신망 무임승차 역시 통신사에 트래픽 부담을 주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네이버 등 한국 기업들은 수백억대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으나 넷플릭스와 구글은 이를 내지 않고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소송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인 SK브로드밴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콘텐츠 트래픽이 40배씩 늘어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다른 회사들은 망 사용료를 내고 있거나 내겠다고 한다"며 "애플TV와 디즈니플러스도 내겠다고 한다. 페이스북도 내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 보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자칫 외국 기업에 과도한 규제를 가할 경우 통상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2022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국의 망사용료 부과 움직임에 대해 "이 법안(망 사용료 지급 의무)이 통과될 경우 한국의 국제무역 의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업계는 이에 대해 "해당 보고서는 USTR이 미국 내 기업들이 제기하는 불만사항을 주로 반영해 작성하는 보고서로 구속력이 없고 미국 정부가 보고서에 언급된 개별 이슈들에 대해 별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며 "'망 무임승차 방지법'과 유사한 내용의 입법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FTA 위반 및 통상마찰 발생 우려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