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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쿠팡 OTT서비스 '속내'는…"기존 사업과 시너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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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쿠팡 OTT서비스 '속내'는…"기존 사업과 시너지 노린다"

애플TV+, 아이폰·아이패드 판매와 연계
쿠팡플레이, 로켓와우 이용자 위한 서비스
애플TV플러스 '파친코'(왼쪽), 쿠팡플레이 '안나'.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애플TV플러스 '파친코'(왼쪽), 쿠팡플레이 '안나'. 사진=각 사
국내 OTT업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오리지널 콘텐츠뿐만 아니라 가격 프로모션 등, 이용자를 끌어오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애플TV플러스와 쿠팡플레이의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다. 이들에게는 점유율이나 가입자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지난해 11월 론칭한 애플TV플러스는 올해 3월 '파친코'를 공개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역시 한국계 미국인인 저스틴 전과 코고나다가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과 신인배우 김민하, 이민호 등이 출연해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파친코'는 공개 직후 국내외 주요 매체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으며 에미상과 골든글러브 등 미국 주요 TV부문 시상식에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연출과 제작을 맡았고 미국 자본이 투입된 만큼 미국영화지만 한국배우들이 출연하고 촬영도 대부분 한국에서 이뤄졌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확보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후 한국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OTT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그러나 애플TV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드라마 '닥터 브레인'을 공개한 것 외에 한국 콘텐츠 제작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파친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에서 제작된 것들이다.

또 올해와 내년 공개를 목표로 현재 애플TV플러스가 제작 중이거나 공개 예정인 작품들도 대부분 미국과 영국에서 제작된 작품들이다.

애플TV플러스는 현재 북미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아이폰을 판매 중인 국가에서는 사실상 대부분 애플TV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그만큼 콘텐츠를 현지화한다면 해외에서 넷플릭스 못지않은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애플TV플러스는 자국 내 영화제작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애플TV플러스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업계에서는 애플이 애플TV플러스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디바이스의 판매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2019년 애플TV플러스 론칭 당시 "우리의 서비스를 더 많이, 넓게 확산시킬 수 있게 돼 흥분된다"고 말했다.

또 애플은 애플TV플러스와 함께 별도의 셋톱박스인 애플TV 4K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셋톱박스에서는 애플TV플러스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경쟁사의 OTT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애플 에코시스템에 포함된 만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의 호환도 뛰어나다.

당초 애플은 안드로이드 유저도 웹을 이용해 애플TV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지만 더 쾌적한 환경에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게 좋다. 이 때문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TV플러스가 아이폰 판매를 위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쿠팡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10월 출시한 쿠팡플레이는 월 이용료가 4990원으로 일반 OTT 서비스의 절반 수준이다. 론칭 직후 김수현, 차승원 주연의 드라마 '어느날'과 인기 예능 'SNL 코리아'를 공개한 바 있다.

특히 'SNL 코리아'가 화제성을 챙기면서 단숨에 국내 OTT 순위 5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4월 기준 월 이용자 수는 321만명으로 티빙에 이어 3위까지 치고 올랐다. 2위 티빙과의 가입자 수 차이는 불과 3만명이다.

현재 쿠팡플레이는 수지, 정은채 주연의 8부작 드라마 '안나'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다큐멘터리 '국대: 로드 투 카타르'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에 비하면 쿠팡플레이의 콘텐츠 투자는 다소 미비한 편이다. '안나'와 '국대: 로드 투 카타르' 외에 공개 예정인 오리지널 콘텐츠는 신하균, 원진아 주연의 '유니콘'이 유일하다.

모 기업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 출신의 왓챠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가총액 26조원대 규모의 쿠팡이 모기업으로 버티고 있고 'SNL 코리아'가 큰 성공을 거뒀지만, 콘텐츠 투자는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쿠팡플레이 역시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 자사의 핵심 서비스인 이커머스의 역량을 넓히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쿠팡플레이의 월 이용료는 4990원이지만, 쿠팡의 로켓와우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사실상 월 이용료가 무료다. 이 때문에 쿠팡플레이가 쿠팡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쿠팡플레이는 지난해부터 K리그, 미국프로풋볼리그(NFL), 미국프로축구리그(MLS),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아시아 최대 격투기(ONE FC) 등의 경기를 생중계하며 스포츠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또 '왜 오수재인가', '닥터 로이어' 등 지상파 드라마를 서비스하며 드라마 콘텐츠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