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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왓챠 매각설'…시장변화 보여주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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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왓챠 매각설'…시장변화 보여주는 증거

글로벌 경제위기에 스타트업 자금난
티빙·시즌 합병 등 OTT 합종연횡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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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 왓챠 대표. 사진=왓챠
국내 OTT서비스 기업 '왓챠'에 대한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줄이 메마른 데다 티빙과 KT 시즌의 합병 등 국내 OTT시장이 재편되면서 왓챠 역시 대기업에 M&A 매물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왓챠 측은 매각 계획이 없고 현재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IB(투자은행)업계를 중심으로 최근까지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미 인수대상자로 언급된 기업만 웨이브, 카카오, 크래프톤, 쿠팡플레이, 리디 등이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왓챠 인수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왓챠 매각설'이 등장한 가장 큰 원인은 OTT시장의 재편이다. 티빙이 올해 12월 1일자로 KT 시즌을 인수하기로 하고 OTT사업의 덩치를 키웠다. 티빙은 시즌을 인수하면서 산술적으로 웨이브를 따돌리고 월 사용자 수(MAU) 2위로 자리 잡게 됐다.

1위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 증가가 둔화된 가운데 티빙이 CJ ENM의 콘텐츠 역량과 KT스튜디오지니에 대한 지분투자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모기업의 든든한 자금줄을 등에 업은 티빙이 시즌을 인수하면서 SK 계열의 OTT인 웨이브도 M&A를 시도할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웨이브의 M&A 매물로 가장 먼저 언급된 회사가 왓챠인 셈이다.

왓챠는 그동안 웨이브, 티빙과 함께 '토종 OTT 3대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급격한 점유율 성장을 기록하면서 대기업 계열 OTT와 경쟁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OTT경쟁이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콘텐츠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때 쿠팡플레이가 'SNL 코리아'의 성공으로 점유율 5위권 내에 진입했고 지난해 11월에 출시한 디즈니플러스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왓챠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스타트업 자금 투자를 콘텐츠 제작에 모두 쏟아부어야 했던 왓챠는 대기업 계열 OTT와 경쟁에서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와 '시맨틱 에러'가 성공을 거두면서 매니아층을 대거 확보했지만 경쟁이 심화된 OTT 시장에서 버티기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위기로 자금줄이 메마른 것도 왓챠 매각설에 한몫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가 자리 잡은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경쟁하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당연히 투자규모는 커지고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이라면 스타트업 투자도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왓챠가 타 기업 관계자와 만난 것에 대해서도 왓챠 측은 투자유치를 위한 미팅이라고 설명했다. 왓챠는 최근 투자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직원 50%를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 측은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긴축재정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왓챠는 매출 708억원에 영업손실 248억원을 기록했다.

구조조정과 함께 왓챠의 신규 프로젝트도 잠정 보류된 상태다. 당장 올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한 왓챠 2.0도 연기됐다. 왓챠 2.0은 영화와 드라마, 웹툰, 음원 등을 아우르며 콘텐츠 경험을 확대하는 신규 플랫폼이다.

여기에 신규 제작에 들어가려던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잠정 보류됐다. 올해 초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시맨틱 에러'의 신규 시즌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왓챠 측은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중 1명이 군에 입대한 만큼 시즌2는 당분간 제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적자 규모에 가입자 수도 정체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왓챠가 M&A 매물로 나오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왓챠는 지난 2011년 영화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로 시작해 지금의 OTT서비스까지 확대됐다. 10여년간 왓챠가 쌓아둔 영화 평점 데이터만 6억5000만건에 이른다. 왓챠는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가장 원하는 콘텐츠를 분석해 '시맨틱 에러'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OTT서비스들이 AI 기반 작품 추천을 하고 있고 사용자의 취향과 트렌드에 맞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절실한 상황에서 왓챠가 가진 평점 데이터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특히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와 도서 등으로 평점 데이터가 확장돼있어 이용자의 트렌드를 읽기에는 훌륭한 데이터다.

여기에 '시맨틱 에러'와 왓챠만의 고전영화로 유입된 매니아층도 다른 OTT들에게는 매력이 될 수 있다. 왓챠는 "가입자 수가 타사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충성도 높은 가입자가 많아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왓챠 오리지널 최대 화제작 '시맨틱 에러'는 극장판 '시맨틱 에러: 더 무비'로 재편집돼 오는 31일 개봉한다.


김태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d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