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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벌써"…올해 은퇴한 e스포츠 스타 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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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벌써"…올해 은퇴한 e스포츠 스타 5인

최근 은퇴한 스타 LOL '후니'와 '너구리', 오버워치 '포코', 발로란트 '좀', 철권 '겐'
은퇴 후 대부분 스트리머나 인플루언서로 전향

'후니' 허승훈(왼쪽)과 '너구리' 장하권. 사진=팀 솔로미드 유튜브·라이엇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후니' 허승훈(왼쪽)과 '너구리' 장하권. 사진=팀 솔로미드 유튜브·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 분야 프로 선수들의 수명이 유독 짧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올해도 각 종목의 유명 선수들이 20대 초중반이란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 선수들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업계인들의 고민은 깊어지지만 명확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인기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선 올해 두 명의 인기 스타가 은퇴했다. LCK(LOL 챔피언스 코리아) 우승컵을 들어올려 국제 무대에서도 이름을 높였던 탑라이너인 '후니' 허승훈과 '너구리' 장하권이 그들이다.
후니는 1997년생으로 올해 만 24세, 2015년 유럽 무대에서 데뷔한 후 7년만에 은퇴했다. 후니가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LOL판의 리빙 레전드 '페이커' 이상혁이 1996년생의 나이에 올해 소속팀과 3년 계약을 맺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꽤 이른 은퇴다. 너구리는 심지어 후니보다도 2년이나 빠른 1999년에 태어났다.

두 선수가 은퇴한 이유는 건강 문제가 지목된다. 후니는 데뷔 이듬해인 2016년부터 만성적 손목 통증에 시달렸고 올 7월 소속팀인 미국의 팀솔로미드(TSM)의 1군에서 말소됐다. 이후 그는 남은 시즌 동안 팀의 코칭을 돕는 한편 미국, 한국의 LOL 프로 채널의 객원 해설로 활약했다.

너구리 역시 2020년, 월드 챔피언십을 앞두고 기흉으로 인해 수술대에 오르는 등 만성적 건강 문제에 시달려왔다. 2020년 많은 팬들의 우려를 뒤로하고 담원 게이밍의 우승을 이끌며 '세최탑(세계 최고의 탑라이너)'에 등극한 너구리였으나, 결국 2년만에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왼쪽부터 '포코' 가엘 구에시, '좀' 자레드 지틀린, '겐' 쿠미사카 겐키. 사진=트위터·도넛USG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포코' 가엘 구에시, '좀' 자레드 지틀린, '겐' 쿠미사카 겐키. 사진=트위터·도넛USG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FPS(1인칭 슈팅) 게임 '오버워치' 종목에서도 '포코' 가엘 구에시가 은퇴했다. 1996년생인 그는 특히 '디바(D.va)'의 궁극기인 자폭을 활용하는 데 있어 최고로 꼽혔던 프로게이머로 2018년 오버워치 월드컵의 프랑스 대표로 참여했다.

포코는 SNS를 통해 "지난 6년간 함께해온 팀원과 코치, 팬들에게 모두 감사하며, 그간의 추억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향후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그렇듯 스트리머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트위치 채널 구독자 수는 30일 기준 15만명이다.

올해 출시 2년차를 맞이한 FPS '발로란트'에서도 이른 시기에 은퇴한 스타가 나왔다. 지난해 열린 국제 대회 '2021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스테이지 2 마스터즈'에서 센티넬(Sentinel) 팀의 우승을 이끈 1998년생 프로게이머 '좀' 자레드 지틀린이 그 주인공이다.

좀 선수는 개인방송을 통해 자신이 '프로게이머로서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해' 은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센티넬이 거의 알려지지 않을때부터 함께해왔고, 이제 좋은 인연으로 센티넬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때 격투게임 '철권' e스포츠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로 꼽혔던 일본의 '겐' 쿠미사카 겐키는 2001년생으로 독보적으로 젊은 나이에 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는 앞서 언급한 네 선수와는 달리 '중대한 계약위반'이 문제가 돼 계약해지됐다.

겐은 올 10월 계약이 해지된 후 "부적절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발표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그가 도벽으로 인해 구단 동료들의 금품 등을 절취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설이 제기됐으나 그가 팀에서 제명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토이즈' 라우와이킨. 사진=라우와이킨 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토이즈' 라우와이킨. 사진=라우와이킨 페이스북

짧은 선수 생명을 마친 프로게이머들의 은퇴 이후는 불안정하다. 게임 코치나 해설자 등 업계인으로 자리잡지 못하면 대부분은 스트리머, 인플루언서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리곤 한다.

지난 2012년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 타이페이 어쌔신의 미드라이너였던 전 프로게이머 '토이즈' 라우와이킨이 대표적인 사례다. 홍콩을 대표하는 LOL 스타이자 인플루언서였던 그는 지난해 말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돼 올 11월 1심에서 징역 4년2개월형을 선고받아 한순간에 범죄자로 추락했다.

전직 프로게이머, 혹은 은퇴를 앞둔 선수의 범죄 가담이 업계 전체의 파이를 축소시켰던 전례도 있는데, 다름 아닌 2010년 일어난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이다. 국내 e스포츠의 발전을 10년 가량 후퇴시켰다고 평가받는 이 사건 뒤로도 세계 각지에선 전현직 프로게이머들이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는 보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e스포츠업계 내에선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 전현직 프로게이머들을 위한 직무 교육, 인성 함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매년 두 차례에 걸쳐 e스포츠 선수들을 상대로 소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게이머 중 매년 100~200명 가량의 선수들만 참여하고 있어 실질적인 인성 함양은 각 구단과 업계인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게임 학원·게이머 직무 체험 등 다방면으로 교육 사업을 추진 중인 빅픽처 인터랙티브의 송광준 대표는 e스포츠 교육에 있어 중요한 점으로 '대안 제시'를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실질적 교육은 물론, 우리의 교육을 통해 프로게이머 외에 어떤 진로를 찾을 수 있는가를 찾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삼성 갤럭시 소속 미드 라이너로 팀의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함께했던 '크라운' 이민호는 올해 삼성 갤럭시의 후신 젠지에서 운영하는 e스포츠 아카데미의 강사로 선임됐다. 그는 "강사로서 지금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해 e스포츠 전체에 좋은 영향을 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