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시, 내년 5월 전 합병 가능성 54% 반영…AI칩·우주 데이터센터·로봇 협업 시너지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진행된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이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양대 핵심 기업, 즉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 가능성을 둘러싼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모틀리풀, 비즈니스인사이더,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인수하거나 두 회사를 합병해 로켓, 전기차, 인공지능(AI), 로봇, 위성통신, 에너지 사업을 아우르는 초대형 기술 복합기업을 만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예측시장 칼시는 스페이스X가 내년 5월 1일 이전 테슬라를 인수할 가능성을 54%로 반영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그윈 쇼트웰 사장도 최근 테슬라와의 결합 가능성에 대해 “일론의 삶을 조금 더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해 합병설에 불을 붙였다.
◇ 스페이스X 상장 뒤 테슬라 상대적 소외
반면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 둔화와 자율주행·로봇 사업 지연 속에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졌다. 테슬라의 현재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달러(약 2309조원)로 평가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페이스X가 테슬라보다 1조달러 이상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양사 결합론이 커졌다”고 전했다.
테슬라 강세론자로 유명한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가 내년에 합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합병이 머스크가 AI 생태계에 대한 지배력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오랜 테슬라 투자자인 로스 거버는 “스페이스X는 모두가 이야기하는 대상이 됐지만, 테슬라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며 “두 회사는 함께 있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 AI칩·우주 데이터센터·배터리 협업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이미 여러 사업 영역에서 연결돼 있다. 양사는 인력과 이사진, 기술 자원 일부를 공유해왔고, 제품 거래도 활발하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테슬라의 대형 에너지저장장치 메가팩을 5억600만달러(약 7787억원)어치 사들였고 사이버트럭도 1억3100만달러(약 2016억원) 규모로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틀리풀은 “2024~2025년 스페이스X가 테슬라 메가팩을 약 7억달러(약 1조773억원)어치 구매했다”고 전했다.
양사는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인텔과 함께 550억달러(약 84조6000억원) 규모의 AI칩 생산 거점 ‘테라팹’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공장은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와 테슬라의 로보택시·휴머노이드 로봇에 들어갈 칩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페이스X의 장기 구상 중 하나는 태양광 기반 우주 데이터센터다. 이 사업이 현실화되려면 태양광 패널, 에너지저장장치, 로봇 조립·정비 기술이 필요하다. 테슬라는 태양광과 배터리, 옵티머스 로봇,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스페이스X의 우주 인프라 구상과 맞물릴 수 있다.
ARK인베스트의 타샤 키니 이사는 테슬라의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구축 역량이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 계획과 결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스페이스X가 우주 데이터센터 개념을 입증한다면 AI 분야에서도 오픈AI, 앤트로픽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머스크에겐 지배력 강화 효과
합병이 성사되면 머스크 개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최대주주로 약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에서는 차등의결권 구조를 통해 80%가 넘는 의결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스페이스X가 "더 큰 시가총액을 바탕으로 테슬라 주식을 스페이스X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식의 인수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강한 의결권 구조를 활용해 통합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모틀리풀은 “스페이스X가 프리미엄을 얹어 테슬라를 인수할 경우 머스크에게 또 한 번의 막대한 자산 증가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머스크가 양사 모두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만큼 거래 절차에서는 이해상충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자신이 관련된 기업 간 거래를 추진한 전례가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16년 머스크의 사촌들이 창업하고 머스크가 지분을 보유했던 솔라시티를 인수했다. 당시 자기거래 논란과 주주 소송이 제기됐지만 머스크는 법적 책임을 피했다. 올해에는 머스크의 AI 기업 xAI가 스페이스X에 합병되기도 했다.
◇ 테슬라 주주 반발 가능성
가장 큰 쟁점은 테슬라 주주들의 반발이다. 스페이스X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아직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해 49억달러(약 7조5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반면 테슬라는 오랫동안 현금흐름을 창출해왔고, 450억달러(약 69조3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테슬라 투자자는 스페이스X의 높은 평가액을 기준으로 합병이 진행될 경우 자신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스 골드스타인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합병의 핵심은 결국 양사의 기업가치 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시 연금기금을 관할하는 마이크 갈런드 뉴욕시 부감사관보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이사회의 독립성 부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머스크가 테슬라를 스페이스X 자금 조달을 위한 ‘돼지저금통’처럼 여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NYT도 머스크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모두 사실상 지배하고 있어 거래가 성사될 경우 “자신과 거래하는 구조”가 된다고 짚었다. 이는 법적 분쟁과 주주 소송을 부를 수 있는 대목이다.
◇ 텍사스 법인 이전으로 소송 장벽 높아져
다만 주주들이 실제로 합병을 막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모두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긴 상태다. 텍사스 회사법은 경영진 결정에 대한 주주 소송 요건이 델라웨어보다 까다로운 것으로 평가된다.
NYT에 따르면 텍사스에서는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면 최소 3%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테슬라 시가총액 1조5000억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3% 지분 가치는 450억달러(약 69조3000억원)에 이른다.
제임스 스핀들러 텍사스대 로스쿨 교수는 “정말 엄청난 규모의 주식이 필요하다”며 이 요건이 상당한 장벽이라고 설명했다. 델라웨어대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찰스 엘슨도 머스크가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위치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합병에는 테슬라 주주 3분의 2의 승인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는 이미 약 20%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고,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머스크에게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 이사회 역시 그동안 머스크의 주요 구상을 지지해왔다.
◇ 규제 변수와 국가안보 논란도
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반독점과 국가안보 이슈도 불거질 수 있다. 두 회사는 AI, 로봇, 통신, 우주, 전기차, 에너지 등 전략 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에릭 탤리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AI, 로봇, 통신, 우주를 결합하는 두 대형 기업의 거래는 국가안보적 함의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규제당국이 실제로 제동을 걸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형 거래에 비교적 우호적이고 머스크가 공화당 후보들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지원해왔다는 점을 변수로 짚었다.
유럽 규제당국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통합 스페이스X·테슬라가 특정 산업에서 곧바로 독점적 지위를 갖는다고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 최대 변수는 주가와 합병 조건
합병설은 머스크의 기업 제국이 한층 더 통합될 수 있다는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결합하면 로켓, 위성인터넷 스타링크,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AI칩,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소셜미디어 X까지 아우르는 약 4조달러(약 6156조원) 규모의 ‘일론 주식회사’가 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 추진되려면 합병 비율, 지배구조, 주주 승인, 규제 심사 등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한다. 특히 스페이스X의 상장 초기 주가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테슬라 주주들이 어떤 조건을 받아들일지가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결합이 사업적 시너지를 내세울 명분은 충분하지만 머스크의 지배력 강화와 테슬라 주주 보호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X의 고평가가 유지되고 테슬라의 성장 둔화 우려가 이어질수록 합병론은 한동안 월가의 주요 관심사로 남을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