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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사냥개들'…팬데믹 시대 '금융 아포칼립스'와 싸우는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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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사냥개들'…팬데믹 시대 '금융 아포칼립스'와 싸우는 청춘들

자영업자 노린 악덕 사채업자와 싸우는 청춘들 다룬 액션 드라마
통편집 어려웠던 김새론 악재 극복 '숙제'…박성웅 빌런연기 매력

'사냥개들'.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사냥개들'. 사진=넷플릭스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이 밤 10시로 제한됐던 적이 있었다. 4인 이상 모일 수 없었고 실내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었다.

마스크가 자산이던 시절에는 대출 상품을 이용하면 몇 개의 마스크를 증정했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시설은 폐쇄해야 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사무실이나 기타 시설에 입장한다면 '파렴치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벌써 아득한 옛날 같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사건들은 우리의 일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바꿔놨던 우리의 일상이 기억에서 희미해질 즈음, 다시 한 번 그 시절을 상기시켜줄 드라마가 공개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이다. 총 8부작으로 9일 공개 예정인 '사냥개들'은 지난 5일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3화까지 프레스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네이버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연출했고 우도환, 이상이, 박성웅이 주연을 맡았다. 이 드라마가 원작 웹툰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배경이라는 점이다. '사냥개들'은 근래 공개된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팬데믹 상황이 깊게 관여 돼 있다.

악당인 사채업자 김명길(박성웅)은 팬데믹 상황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고 한다. 김건우(우도환)의 엄마 윤소연(윤유선)은 카페를 운영하지만, 팬데믹 상황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빚은 점점 늘어나게 되고 결국 김명길 일당에 속아 고금리의 대출을 이용하게 된다.

실제 팬데믹 상황에 어려웠던 자영업자들의 사정을 생각한다면 '사냥개들'의 배경은 꽤 공포스럽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갈등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전기와 가스요금 등이 인상하면서 자영업자들은 "팬데믹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사냥개들'을 보면서 무서운 점은 자영업자의 공포가 팬데믹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데 있다. 공공요금과 높은 임대료에 허덕이던 자영업자는 대출에 손댈 수밖에 없고 그 빈틈을 노린 대출사기가 일어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제 역할을 하길 바랄 수밖에 없다.

'사냥개들'에서 이야기해야 할 지점은 배우 김새론의 존재다. '사냥개들'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촬영했다. 그러나 촬영 막바지이던 2022년 5월 김새론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촬영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만약 김새론의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냥개들'은 조금 이른 시점에 공개할 수 있었다. 늦어도 올해 1분기 라인업에는 포함될 수 있었을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9월부터 실외 마스크를 해제했고 올해 3월 2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했다. 이미 '사냥개들'의 촬영이 끝난 시점부터 팬데믹은 조금씩 완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일찍 공개했다면 드라마 속 팬데믹 상황은 시청자들에게 조금 체감될 수 있었다. 공개일이 늦어지면서 '사냥개들' 속 여러 배경에 공감하는 데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냥개들'.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사냥개들'. 사진=넷플릭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김새론이 연기한 '차현주' 캐릭터에 있다. 차현주는 극 중 최사장(허준호)의 일을 도와주는 캐릭터로 김건우, 홍우진(이상이)와 팀을 이뤄 김명길 세력과 싸우게 된다. 3화까지는 이들이 만나고 티격태격하면서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 캐릭터가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은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차현주 캐릭터의 분량이 줄어들게 되면서 김건우와 홍우진이 관계가 중심에 놓이게 됐다. 차현주의 분량을 줄이려 한 제작진의 노력이 눈에 보였지만, 완전히 드러낼 수 없는 캐릭터라는 건 드라마를 볼수록 깨닫게 된다.

실제로 '사냥개들' 웹툰의 포스터에는 김건우와 최우진(드라마 속 홍우진), 김현주(드라마 속 차현주)가 등장한다. 만약 음주운전 사고가 없었다면 드라마 '사냥개들'의 포스터에도 3명이 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차현주의 캐릭터는 대단히 중요하다.

캐릭터의 분량을 줄였음에도 차현주와 김건우, 홍우진이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은 꽤 유쾌하게 그려진다. 편집방향에 변화가 생긴 만큼 차곡차곡 관계를 쌓아간다는 인상은 주지 않지만, 청춘들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소소한 재미를 준다.

그러나 '사냥개들'을 보는 모든 시청자는 차현주 캐릭터가 중간에 퇴장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제작진 측은 지난해 8월 해당 캐릭터를 퇴장시키고 배우 정다은을 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다은은 기존 차현주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즉 차현주는 어떤 형태로든 중도퇴장한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드라마를 본다면 세 사람이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이 슬프게 보일 수밖에 없다. 곧 시청자들과 만날 '사냥개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차현주 캐릭터의 결말을 뻔히 아는 시청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계속 봐야 하는 이유'를 심어주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악재를 제외한다면 '사냥개들'은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반대되는 성향을 보이는 김건우와 홍우진이 가까워지는 과정부터 악당 김명길의 카리스마까지 곳곳에 캐릭터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사냥개들'은 등장인물이 꽤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김명길은 이들을 아우르는 압도적인 장악력을 보인다. 꽤 많은 등장인물은 회를 거듭할수록 서사가 드러나고 그에 따라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다. 그 중심에는 '거대악'과 같은 김명길이 있다. 박성웅이 그동안 연기한 몇 번의 악역 중 이번 캐릭터는 꽤 압도적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금융 아포칼립스'를 돌파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냥개들'은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