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헌터X헌터'를 연재하는 토가시 요시히로 작가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2015년에는 0편의 연재를 기록하는 등 잦은 휴재로 팬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데, 그의 휴재에는 이유가 있다. 허리 디스크로 인한 만성 요통과 마비 증세로 작업에 임하기 어려운 상황인 탓이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웹툰 연재가 각광받고 있으나 작가들의 건강은 여전히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순끼 작가의 작품을 읽는 독자와 팬들은 "순끼 작가님 만큼 경력 있고 노하우가 많을 창작자도 주간연재는 체력적으로 못 버틴다는 게 이 산업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지점이다. 애초에 풀 컬러 60컷 이상의 웹툰을 주간 단위로 연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본다"며 모쪼록 창작자들이 건강했으면 한다는 걱정과 바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종사자 A씨는 "혼자서 80컷을 소화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업무량이다. 일주일에 80컷에 해당하는 선화(그림의 스케치를 펜선으로 다듬는 작업)만 해도 빡빡한 스케줄이다. 최근에는 팀 단위 작업을 통해 업무 분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늘어난 인력에 따라 회사가 요구하는 퀄리티도 높아진다. 혼자든 팀이든 부담이 가중되는 마감의 쳇바퀴를 끊임없이 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웹툰 작가의 가혹한 노동 환경은 결국 '돈'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위원장은 " 웹툰 편당 컷수가 많다는 것은 표면적 현상일 뿐이다"라며 "웹툰 작가에게 주어지는 고료(혹은 MG)가 너무 낮다. 편당 콘티 작업에 평균 30시간이 소요된다. 최저임금으로 따진다면 편당 30만원 이하 단가로 작업을 하는 작가는 없어야 한다. 허나 현실은 편당 고작 5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결국 생존 가능한 만큼의 돈을 벌려면 더 많이 일을 하는 수밖에 없고, 과도한 노동량은 건강 악화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웹툰 연재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주일 단위로 1편씩 연재하는 주기를 최소 열흘 주기로 늘리고 최소 작업 컷 수를 지정할 게 아니라 최대 작업 컷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디와 레진코믹스 등 일부 웹툰 플랫폼에서는 특정 날짜마다 연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월 5일 단위에 연재하는 경우 5일, 15일, 25일로 월 3회 연재를 택하는 형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만화 분야 표준 계약서 개정안에 따라 50회 연재 시 2회를 휴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작가의 개인 사정에 따라 기간 제한 없이 자율적인 휴재가 가능하다.
그러나 웹툰 작가들은 휴재를 해도 일을 온전히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재 재개 시 유료 재화를 통해 구매·대여할 수 있는 '미리보기' 분량을 마련해야 하며, 충분한 연재 비축분을 준비해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웹툰 작가 B씨는 "작가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자신을 혹사시키지 않을 수 있도록 충분한 연재 고료 책정이 필요하다. 요즘은 개인작가 중 생활고 때문에 취업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안타까운 실정이다"면서 "연재 컷 수를 늘리는 과열 경쟁 예방을 위해 플랫폼이 최소 컷 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 컷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