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업비트는 5월까지 약 20개가 넘는 종목을 상장해 지난해 같은 기간(13개) 대비 두 배 가까이 확대했고, 빗썸은 같은 기간 62개를 상장하며 30개였던 전년 수치를 두 배 넘게 끌어올렸다. 이는 거래소 간 생존 경쟁과 동시에 향후 알트코인 시장 회복 시를 대비한 선점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더리움(ETH)과 엑스알피(XRP) 등 주요 알트코인 대부분이 제자리에 머무는 양상을 보인다.
이 같이 비트코인의 강세와 일부 알트코인의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디커플링' 현상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유입된 기관 자금이 오롯이 비트코인에만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동 시기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코인의 실사용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비자(Visa)는 크립토닷컴과 함께 USDC 기반 국경 간 정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페이팔은 PYUSD를 자체 결제망에 통합했다. 스트라이프는 콘텐츠 보상 수단으로 USDC를 활용하고, 마스터카드는 다중 토큰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등 주요 결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인프라로 채택 중이다.
이에 이선영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1:1 페깅을 넘어, 이자 지급, 실물자산 연동 등 금융적 기능을 포함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광의의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진화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와의 구조적 연결성도 주목된다. 이 연구원은 지난 23일 발행한 리서치에서 "테더(Tether)와 서클(Circle)은 준비자산의 80% 이상을 미국 단기 국채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들이 보유한 국채 규모는 약 17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BUIDL, BENJI, USYC 등 토큰화된 국채는 디파이(DeFi) 생태계에서 담보자산으로 사용되며 고정가치형, NAV 반영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산 유통을 촉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에서 고립돼 있다. 이 연구원은 "한국은 '선 규제, 후 실험' 구조에 갇혀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이드라인, 법적 지위, 인가 절차가 불명확하다"며, "국내에선 민간 주도의 실사용 실험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물론, 외화 기반 디지털 자산 역시 제도 밖에 머무르고 있다. 페이코인을 통한 가상자산 결제 시도도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 좌초됐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허용된 범위 내 규제'가 아니라, 테스트베드 구축과 제도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선제적 대응"이라며 "혁신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민간 실험을 제도 설계에 반영하는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비트코인의 독주에 집중하는 사이,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을 축으로 '디지털 금융 인프라' 시대를 가시화해 나가고 있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