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의 정점' 페이커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싶다"

"팀으로 보면 앞으로 4년 동안 대회에서 꾸준히 우승을 거두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그에 앞서 개인으로서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통해 아직도 성장시킬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발전하고 더 좋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업계를 넘어 '프로게이머'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꼽히는 '페이커' 이상혁이 2029년까지 4년 동안 현역으로 뛰게 된 계약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한 말이다.

페이커 선수의 소속 팀 T1은 서울 종로구 소재 LOL e스포츠 공식 경기장 LOL파크에서 18일 오후 2시 공식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약 60명의 미디어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아 1시간에 걸쳐 그룹 인터뷰를 가졌다.

LOL 프로게이머로서 페이커는 지난 2013년 데뷔 후 국내 프로 대회 LCK(LOL 챔피언스 코리아) 10회 우승, 국제전인 월드 챔피언십 6회 우승이라는 불후의 기록을 세웠다. 1996년 5월생으로 30대 프로게이머가 되는 순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T1과 4년의 장기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프로게이머란 직업의 짧은 수명을 고려하면 장기 계약 이례적이라는 점을 묻자 페이커는 "프로게이머란 직업 자체의 불안정성 문제로 장기 계약이 이뤄지는 사례가 적은 듯하다"라며 "프로게이머의 수명은 나 스스로 증명해야 할 단계에 있다고 보며 향후 장기 계약 사례가 증가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e스포츠 선수로서 페이커의 특징으로는 흔히 투철한 프로의식과 끝없는 열정을 들 수 있다. 본인의 성품과 열정에 대한 질의에 페이커는 "어렸을 때부터 열정적인 경쟁과 승리를 좋아했고 지금도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다"며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에도, 지금도 게임에 대한 즐거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연연하기보단 미래를 바라보는 자세 또한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13년 17살의 나이에 프로게이머가 된 자신에게 하고 싶은 조언에 대해 묻자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무언가 얻고자 하는 정답이 있어 프로게이머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며 "그때의 나에게 돌아가도 해줄 말은 없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13년 커리어에 있어 세 명의 라이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페이커는 "한 선수만 고르겠다"라며 "상대할 때마다 재미 있고, 성장할 동력과 영감을 꾸준히 주는 '쵸비' 정지훈 선수"라고 답했다. 과거의 라이벌이 아닌 현역 후배 선수 중 최고의 선수를 택한 셈이다.
프로게이머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커는 취미가 독서라는 점에서 게임 팬 외 대중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페이커는 "한 사람의 인생과 생각을 압축해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은 엄청난 경험"이라며 "영상에 비하면 딱딱한 매체로 보일지도 모르나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평온과 경험이 있는 만큼 보다 많은 이들이 알아봐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가 오는 20일 페이커와 대담을 가진다는 설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질문에 페이커는 "사실 대담은 이미 있었고 특정한 날 인터뷰가 공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언가 여쭤보기보단 국무총리가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답을 주는 것이 중심이 된 대담이었다"고 말했다.

오는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에선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LOL 또한 메달 종목에 포함된다. 지난 2018년과 2023년 국가 대표로 선발됐던 페이커는 "선수에게 아시안 게임 출전은 분명 뜻깊은 순간"이라며 "보여드릴 수 있는 기량이 충분하다면 아시안 게임에도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언급했다.

일론 머스크가 AI '그록'을 활용, 페이커가 이끄는 T1과 5:5 LOL 매치를 맞붙자는 제안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페이커는 "명확하게 언제 매치를 하자는 내용에 대해 전달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체스가 AI에게 오래 전에 정복당한 만큼 LOL도 AI에게 정복 당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매치가 이뤄진다면 우리가 이겨도, AI가 이겨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