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연구소장 인터뷰
'크런치' 만연한 게임계…'셧다운 휴가'가 현실적 방안
"언젠간 나의 게임을"…지쳤어도 미래 꿈꾸는 게임인들
정신과 이력=나쁜 경력?…"기업은 '인프라'만 깔아야"
게임을 놓고 정신 건강 문제는 과거에는 이용자들의 과몰입으로 국한됐다. 게임 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최근에는 정신 건강 문제가 게임 개발자와 업계인에게까지 확대됐다. 이에 국내 유일의 기업 정신건강 컨설팅 서비스 기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전상원 소장과 인터뷰를 통해 정신 건강 문제가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크런치' 만연한 게임계…'셧다운 휴가'가 현실적 방안
"언젠간 나의 게임을"…지쳤어도 미래 꿈꾸는 게임인들
정신과 이력=나쁜 경력?…"기업은 '인프라'만 깔아야"
①신산업인데 '재택 No'…자율성과 팀워크의 '앙상블'
②주52시간 이상 근무는 비효율?…"게임만은 예외더라"
③알코올과 다른 '행위 중독'…정신건강의가 보는 게임
이미지 확대보기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가 게임사에 실제 컨설팅을 제공하던 과정에서 집중한 것은 근무시간에 따른 직원의 업무 생산성, 효율성 평가 자료 등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약 6개월에 걸쳐 직원 간 평가, 임원의 성과 평가를 개개인 별, 부서 별로 나눠 하는 형태였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소장은 "다른 직군의 경우 법정 최대 근무 시간인 52시간이나 이를 조금 넘어선 60시간을 넘어갈 경우 생산성, 효율성이 감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게임 산업만은 예외적으로 주 60시간을 넘어 70시간 내지 80시간까지도 효율이 유지되다 그 이후가 돼야 줄어드는 분석 결과가 도출됐다"고 말했다.
게임 산업만이 유독 장기 근무 효율이 높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게임이라는 몰입형 콘텐츠에 친숙한 만큼 자연히 업계 종사자 평균 집중력이 높고 게임 출시와 업데이트 마감에 따른 '크런치(고강도 집중 근무)'에 많은 직원들이 익숙하다는 것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전 소장은 "게임사들의 근무 체계를 살펴보면 지속적인 집중 근무 프로젝트가 해결될 경우 며칠, 때로는 열흘 이상 장기 휴가를 주는 등 '셧다운 휴가' 형태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며 "경쟁이 치열한 게임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신의학적으로 살펴보면 인간은 1개월, 1주 단위 외에도 하루 동안에도 정신을 쉬게 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주60 시간 이상의 집중 근무와 이를 보상하는 셧다운 휴가도 장기적 관점에선 정신건강 악화와 '번아웃'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다 나은 대안,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확대보기전 소장은 "타 산업의 당직이나 의료계의 응급 구조 업무처럼 게임 업계 또한 업데이트 오류 등에 따른 비상 근무를 가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차원에서 이에 대한 인력 배치, 시간 안배를 잘못할 경우 아무리 높은 연봉으로 보상한다 해도 결국 직원의 장기 휴식, 퇴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직원들과 정신건강 상담, 치료를 받을 때의 특징에 대해서 전 소장은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상담자 중 상당수는 '내가 원하는 직장 생활이 아니었다'는 대답을 하더라"며 "새로운 것,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 있다는 대답은 거의 없고 자신이 원하던 창의적 업무와는 달리 회사의 방향성에 맞는 게임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 종사자들의 특징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직장에서 보람을 잃은 이들에게 왜 일을 하냐고 물으면 '먹고 살 방법이 이것 뿐이라',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해서'와 같은 답변이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게임 산업에서도 '할 줄 아는 게 게임 개발이니까'라는 답변을 하지만 그 외에도 '언젠가 내 능력을 인정 받겠지', '내가 원하는 게임을 개발할 날이 오겠지'라는 희망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당수의 직장인들은 정신과 치료 이력이 취업, 승진 등에 있어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기업 차원의 정신건강 상담, 치료 지원 프로그램 또한 같은 이유로 직장인들이 꺼릴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해 묻자 전 소장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우려"라며 "그렇기에 기업이 임직원의 정신건강을 챙겨주는 것은 역설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역할은 자신과 관계 없는 외부 기관과 연계해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서 멈춰야 한다"며 "회사가 직접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내부 상담실에도 반드시 외부의 상담사를 배치해야 되고 상담·치료 정보 요청도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3편에서 계속)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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