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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 따로, 기업 시총 따로…특검 대상 5대 기업 시총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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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 따로, 기업 시총 따로…특검 대상 5대 기업 시총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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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삼성·현대차·SK·롯데·CJ 등 5개 대기업의 시가총액이 지난 4개월간 무려 42조원 올랐다.

오너 부재로 인한 경영 악화를 우려와 달리 시총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검 대상 5개 대기업, 시총 42조 '껑충'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개 그룹의 시총은 지난해 11월 1일 현재 553조538억원에서 특검 수사가 공식 종료된 지난달 28일 현재 595조1819억원으로 42조1281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돼 리스크가 가장 컸던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232조4022억원에서 270조3856억원으로 37조9834억원이 올랐다.

증권가는 오너 구속과 시총은 크게 연관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기업분석팀 어규진 과장은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을 보고 투자한다”며 “삼성은 메모리 업계에서 1위 이고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사업 분야에서도 실적이 좋았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이세철 연구위원도 “주가는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 부회장이 구속된 첫날에는 주가가 떨어질 수 있으나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의 경우 주가가 금세 회복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글로벌이코노믹이 역대 총수 구속과 시총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오너 부재보다 국내·외 시장 변화와 매출 등 실적이 시총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1년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이 3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약 7개월간 오리온 시총은 35%나 급등했다.

오리온은 “주가랑 오너 부재는 관련이 없다”며 “중국 생산공장 매출액 상승에 힘입어 시가총액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오리온은 중국 랑팡과 상해, 광주시 등 총 4개 생산공장을 갖춘데다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2010년 5151억원이었던 중국의 매출액이 2011년 7032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CJ그룹도 비슷한 양상으로 보였다.

이재현 CJ 회장이 지난 2013년 1600억원대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뒤 아직 경영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오너 부재에도 CJ그룹의 시가총액은 2013년 3조4750억원에서 2015년 7조6087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CJ는 시가총액이 트게 증가한 것은 CJ그룹의 높은 성장성을 시장에서 확인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CJ 홍보팀 김동환 부장은 “ '삼시세끼', '미생' 등의 인기에 힘입어 CJ E&M 계열의 시청점유율은 2015년 기준 20%를 넘었다"면 "CGV나 CJ E&M 등 문화산업이 조명받으면서 모회사인 CJ 역시 전체 밸류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길어야 2년 총수 부재…경험치 반영


재벌 총수들이 특별사면 등으로 대게 1~2년 안에 경영에 복귀한다는 경험치가 쌓이면서 시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2007년 7월 폭행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뒤 다음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그 후 한 달 뒤 한화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김 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김 회장은 실형 확정 후 경영 복귀까지 1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총수 구속 기간에 한화 시가총액은 약 6조9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26% 상승했다.

한화 홍보팀 김영식 차장은 “경영 복귀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총수 구속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한 경영으로 '디딤돌'로 작용,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재벌총수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이 같은 경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확정 판결을 받은 삼성·현대차·한화·두산·태광 등 5개 대그룹의 시장가치는 기소시점 기준 7조1000억원 였으나 선고시점에 8조2000억원에 달했다. 기소와 선고 기간 사이에 시장가치가 1조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총수의 구속이 기업의 투명경영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두산은 지난 2005년 박용성 회장이 수백억대 회삿돈 횡령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디 두산은 이듬해 3년 내 지주회사 전환을 제시했다. 아울러 두산은 준법감시인제도와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도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었다.

최근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에 앞서 국회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기로 약속한데 이어 구속 직후 미전실을 해체하는 등 대대적인 경영 쇄신에 나섰다.
오소영 기자 o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