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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글로벌 기업 총수와 만나는 이유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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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글로벌 기업 총수와 만나는 이유 알고 보니...

최 회장, 美 그린 에너지 기업 CEO와 만나 친환경 경영 광폭행보....ESG 경영에 올인
최태원(오른쪽 두 번째) SK그룹 회장이 앤드류 J. 마시 플러그파워 CEO와 7일 수소 생태계 구축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SK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최태원(오른쪽 두 번째) SK그룹 회장이 앤드류 J. 마시 플러그파워 CEO와 7일 수소 생태계 구축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SK그룹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도사'라는 별명이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그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기업 분할과 미래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그린 에너지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들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미국 수소에너지 기업 플러그파워의 앤드류 J. 마시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그리드 솔루션 기업 키캡처에너지(KCE)의 제프 비숍(Jeff Bishop) CEO를 잇따라 만났다.

최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그동안 오랫동안 진행해온 탄소중립(Carbon Neutral:배출되는 이산화탄소 '0' 만들기) 경영 철학에 속도를 높이고 ESG 선두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탄소중립을 이른 시일내에 달성하려면 석유와 석탄 등 전통 에너지에서 그린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수소 에너지와 그리드 솔루션(Grid Solution)을 주도하고 있는 그린에너지 선도 기업 리더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그리드솔루션은 재생 에너지로 생산하는 전기의 공급량을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분야 산업이다.

풍력, 태양광 등으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는 날씨, 시간대 등에 따라 생산 변동성이 커 전력망이 불안정하다. 이에 따라 그리드솔루션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기 저장 시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인공지능(AI) 기술 등과 접목해 전기 공급을 안정적으로 하는 산업이다.

◇최 회장, '화학' 뛰어 넘어 '그린'을 핵심사업으로 육성


최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SK그룹은 탄소를 떼어내고 수소와 같은 친환경에 중점을 두는 사업 구조개편을 얼마 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지금껏 정유 사업에 중점을 둔 에너지기업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탄소에서 친환경)'을 선언하며 사업 방향을 바꾸고 있다.

SK종합화학은 ‘화학’을 지우고 ‘지오센트릭’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이는 지구 환경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환경 보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대목이다.

SK그룹은 올해 초 계열사 SK㈜와 SK E&S가 각각 9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수소 회사 플러그파워를 공동 인수하도록 했다.

SK에너지는 주유소 매각 대금 일부를 전기자동차·수소자동차 충전소를 짓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SK그룹은 한국전력공사의 민간 전기차 충전사업자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SK그룹이 그동안 추진해온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를 보여주는 것이다.

美 그린 에너지 기업 CEO와 잇따라 만나 수소 생태계 모색

최 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앤드류 J. 마시 플러그파워 CEO를 만난 이유도 글로벌 수소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한 그의 구상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플러그파워가 확보한 수소 관련 핵심기술과 SK그룹이 보유한 에너지 관련 인프라와 네트워크는 한미 양국이 탄소중립을 조기에 달성하는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두 회사가 협력해 아시아 수소 시장 진출도 가속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마시 CEO는 “지금껏 수많은 아시아 기업들로부터 협력 제의를 받았지만 SK그룹이 갖고 있는 신뢰감과 네트워크를 감안해 SK그룹과 협력하게 됐다”면서 “두 회사의 강점을 앞세워 아시아 지역 수소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오는 2024년까지 수소 연료전지, 수전해 설비 등 수소사업 핵심 설비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가 팩토리&연구개발(R&D)센터’를 수도권에 건설한다. 여기에서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와 연료전지를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에 공급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또 6일 제프 비숍 KCE CEO를 만나 에너지 솔루션 시장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KCE는 SK E&S가 지난달 지분 95%를 확보한 곳이다.

최 회장은 “향후 재생 에너지 확산을 가속화하려면 전력망 안정성 확보가 중요해 그리드 솔루션은 넷제로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KCE의 그리드 솔루션 역량과 SK그룹의 첨단 배터리 기술을 접목하면 미국 시장에서 1위 그리드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 ESG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자체 보유한 배터리 기술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투자를 늘려 2025년까지 KCE를 미국 내 1위 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탄소 중립과 SK그룹 계열사의 RE100 가입을 주도한 것은 ESG 경영이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최 회장이 이번에 미 에너지 혁신기업 CEO를 잇따라 만난 것도 ESG 경영의 깊이와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SK그룹은 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 'RE100'에 가입했다. SK그룹은 또 최근에는 민간 기업 최초로 '탄소감축인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명실상부한 친환경 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amsa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