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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연례 주총 시한 임박…일정 미공개에 주주들 “소송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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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연례 주총 시한 임박…일정 미공개에 주주들 “소송도 검토”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테슬라 기가팩토리5 겸 본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테슬라 기가팩토리5 겸 본사. 사진=로이터

테슬라가 법적으로 정해진 연례 주주총회 기한을 불과 며칠 앞두고도 일정과 안건을 공개하지 않아 주주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이사회의 책임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활동이 회사 운영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테슬라가 지난해 연례 주총 이후 13개월 이내에 새 총회를 열도록 한 텍사스주 법률을 어기기 직전이라고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테슬라는 현재 텍사스에 법인으로 등록돼 있어 법적으로 연례 회의 기한은 오는 13일까지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테슬라는 아직 회의 일정을 공지하지 않았고 안건과 이사 후보를 포함한 위임장 문서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연례 주총은 일반적으로 주주들이 이사회와 CEO에게 회사의 경영 실적과 전략에 대해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테슬라가 이 절차를 지연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주주권 침해”…27개 기관, 공개서한 보내


뉴욕시 회계감사관 브래드 랜더를 포함한 미국 4개 주의 재무담당자들과 유럽의 연기금, 퀘이커교계 기관 등 27개 기관투자자는 9일 테슬라에 공개서한을 보내 “투명성 부족은 주주 권리에 대한 심각한 무시”라며 “이사회가 즉시 일정을 공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기관은 테슬라 주식 수억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는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메릴랜드주 회계감사관인 브룩 리어먼은 NYT와 인터뷰에서 “이처럼 주가가 폭락하고 CEO가 해로운 행동을 반복하는데 이를 방치하는 이사회는 다른 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공무원연금은 테슬라에 약 1억7500만달러(약 243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 머스크 정치 활동, 경영 분산 우려도


최근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결별 이후 ‘제3정당 창당’을 시사해 논란이 일었고 이에 따라 주가가 40% 가까이 떨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회사 운영을 저해하고 일부 소비자에게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찰스 엘슨 델라웨어대 교수는 “연례 회의는 주주들이 이사회를 직접 평가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 절차가 생략되면 책임을 묻는 공식 통로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 회의 지연 이유 불투명…상장 요건도 위태


회계연도 종료 후 12개월 이내에 총회를 열도록 한 나스닥 규정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31일 이후로 아직 회의를 열지 않아 이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 극단적 상황에서는 상장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테슬라가 별다른 인수합병 계획이나 재정 위기를 겪고 있지 않음에도 회의를 미루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테슬라는 연기 이유에 대한 질문에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엘슨 교수는 “합당한 이유 없는 지연은 비정상적”이라며 “회사가 주주들을 무시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