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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그녀의 눈에 반짝이는 빛은 스테인리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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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그녀의 눈에 반짝이는 빛은 스테인리스강

철강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빛을 잃은 것처럼 보였을 때, 미국 철강 업계가 인쇄매체를 통해 마케팅 한 광고.이미지 확대보기
철강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빛을 잃은 것처럼 보였을 때, 미국 철강 업계가 인쇄매체를 통해 마케팅 한 광고.
"그녀의 눈에 반짝이는 빛은 스테인리스강이라고 말한다!"

(The gleam in her eye says it’s stainless steel!)
철강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빛을 잃은 것처럼 보였을 때, 미국 철강 업계가 인쇄매체를 통해 마케팅 했던 광고 헤드카피 문구이다.

인쇄매체에 전격 광고된 캠페인의 주제는 사랑이 식어가는 연인에게 "나 아직도 매력적이지 않아?"라고 애원하는 듯하다. 세계 철강 시장을 호령했던 미국 철강 산업의 옛 광고 캠페인은 사실 위기극복 전략이었다.

B2B업종이 아닌 철강 분야에서 협회와 기업, 무역업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광고 캠페인을 끄집어내고 일반인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캠페인을 벌인 일은 오늘과 같이 탄소 중립시대를 극복해야 하는 철강 산업 종사자들의 관심사이다.

미국 철강 산업의 역사를 소환해 보자. 1945년 미국의 철강 산업은 거대했다. 미국 철강 노동자들은 세계 선철(Pig Iron)의 67%, 세계 철강의 72%를 생산했다. 전쟁이 한창일 때, 정부 계약에 의해 엄청나게 성장한 '빅 스틸'은 세계 철강 생산을 지배할 것으로 보였다.

한국, 베트남, 동서지역의 냉전 등은 모두 미국 철강 산업에 호재였다. 그러나 1959년 미국의 철강 수입량은 처음으로 수출량을 넘어서고 말았다. 이 데이터는 미국 철강 산업이 석양을 넘어가는 해와 같은 신세로 전락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1960년대가 밝아왔으나 미국 철강 산업은 여전히 낮은 임금과 노동 불안 등이 문제였다. 철강의 명성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의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은 가장 핫한 재료였다. 반면에 철강은 이미 흘러간 대중가요 같았다. 무겁고, 더럽고, 녹이 스는 철강재보다 플라스틱 소재가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더구나 강철은 우주 시대를 풍미하지 못했다.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약속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케네디 행정부는 오히려 노동협약을 위반하는 산업체를 강력하게 응징했다. 대배심원들과 의회 조사는 철강회사의 보스들을 불러다가 혼냈고, 언론들은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철강업계는 적극적인 홍보전략(public relations)이 필요했다. 광고학자 니콜라스 P. 마페이는 그 당시 현실에 안주하던 철강 산업의 홍보 전략을 '비정상적 진보 단계'라고 지적했다.

지배적 생산자였던 US스틸과 미국 철강 연구소, 그리고 산업무역 그룹은 오래된 금속에 약간의 흥미(Zing)를 넣을 브랜드 컨설턴트를 찾기 시작했다.

'강철의 빛'(Gleam of Steel)이 철강 마케팅 캠페인으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철강은 밝고, 가볍고, 현대적인 소재라는 점을 광고를 통해 적극 부각시켰다. 철강 산업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이라고 공격적으로 홍보했다.

그때 등장한 것이 "그녀의 눈에 반짝이는 빛은 스테인리스강이라고 말한다!"라는 광고 헤드카피였다. 1960년대에 등장한 미국 철강 산업의 대표적인 이 광고는 반사된 빛의 반짝임을 암시하는 새로운 스틸마크 엠블럼과 함께 인쇄매체에 게재되었다. 신선하고 패셔너블한 패션을 연관시키는 추진력 있는 스틸의 탁월함 등은 광고 본문에서 강조했다.

광고학자 마페이는 "당시 언론에는 재료 경쟁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고 그의 저서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요리 그릇 등 미국 국내 제품들은 재료의 혼합체였다.

1938년에 발견된 테플론(teflon:프라이팬 등 고분자제품)과 플라스틱, 구리, 황동,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등은 모두 동일한 제조업체에 의해 생산 되었다. 스테인리스도 많은 유형으로 수요가에게 선택되고 있었다.

녹슬지 않는 합금은 1930년대에 처음 도입되었다. 처음에는 건축, 기차, 자동차 분야의 장식용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제품에는 니켈, 크롬, 망간의 다양한 혼합철로 만들었다.

그리고, 스테인리스 스틸이 직접 홍보 투어에 나서면서 오늘날의 현대 디자인에 없어서는 안 될 금속으로 각인된 것이다.

최근 US스틸은 새로운 로고로 리브랜딩 하고 있다. 원 안에 박힌(san serif) USS는 디자인계의 상징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회사 내부에서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마치 철강이 방정식에서 빠져 나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란다.

이 회사는 1986년 USX코퍼레이션으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또 다른 리브랜딩을 예고했다. 미국이 겪은 모든 탈산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철강 생산국이다.

공교롭게도 2001년 USX는 비철강 부품들을 없애고 다시 US스틸로 복귀했다. 그리고 스

테인리스 스틸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기업시민을 강조하는 포스코 광고.
기업시민을 강조하는 포스코 광고.


우리의 기업이미지 광고는 어떤가?

"바늘에서 선박까지"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포스코"

"세상이 흔들려도 당신은 흔들리지 않도록"

"철의 가능성 미래를 새롭게 물들이다"

"철을 통해 문화발전에 기여한다"

"철에 대한 새로운 생각"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국내 철강 빅3의 광고카피 모음이다.

포스코는 기업이미지 광고를 통해 사업범위를 알리다가 최근에는 기업시민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철의 가치를 알리면서 자사 제품의 장점을 강조했다.

동국제강은 경영이념을 기업이미지로 대신하더니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한 이후 컬러강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미국 철강 산업의 오래된 광고 이야기는 21세기로 이어지면서 철강의 존재가치가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꼭 해야 할 일은 탄소 배출의 원흉인 것처럼 인식되기 전에 맑은 철강의 모습을 알리 는 일이다. 코리아의 철강 산업을 기막히게 대변하는 홍보 전략을 보탠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